[Review] 어쩌면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 ‘디어 마이 _’ -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

시공간을 넘어 전해지는 가치란 무엇일까?
글 입력 2022.10.0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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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는 언뜻 보면 인류의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순간, 지구와 똑닮은 새로운 행성을 찾아가는 희망을 그리는 우주비행사를 이야기를 다루는 것만 같다. 물론 1차적이고 표면적인 극의 스토리는 이것이 맞다. 우주비행사 라이카와 닥터 K 박사는 인류의 새로운 터전이 되어줄 행성을 탐사한다는 위대한 소명을 가지고 비행선에 올라탔다. 이 지극히도 평면적인 이야기는 그들이 첫발을 내딛었어야 할 행성에서 이미 다녀간 다른 인류의 흔적을 발견하면서부터 뒤틀리기 시작한다.


뮤지컬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공연의 핵심은 누군가가 ‘라이카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동면 상태에서 막 깨어나 아무런 기억이 없는 라이카에게 어떠한 목소리가 자꾸만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자신의 기억일리 없는 낯선 기억들의 조각들이 자꾸만 자신을 찾아와 속 안의 어떠한 감정을 건드린다. 눈물이 흐를만큼 슬프지만 그 감정의 원인을 알 수 없다. 그는 무언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 하다.


극중 등장하는 3인의 인물, 라이카와 벨카, 닥터 K 박사의 이야기들은 시공간의 흐름 사이에서 얽혀 꼬이고 교차되며 관객들에게 제시된다. 처음에는 도무지 어떤 인물의 이야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이 공연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일지도 모른다. 3인의 이야기는 결코 서로에게서 분리될 수 없으며 그것은 어쩌면 한 가지 공통된 함의로 귀결되고 있다.

 

 

 

시공간과 차원을 뛰어넘는 인간만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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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쥐고 있는 인물은 벨카이다. 그는 닥터 K, 라이카와 달리 혼자 다른 시공간에서 존재하고 있는데, 이는 극의 후반부에 밝혀지는 벨카의 정체로 설명이 가능해진다. 라이카의 아들이자 그의 삶의 발자취를 따르고자 했던, 멈춰버린 라이카의 시간을 뛰어넘어 버린 후세 인류 벨카는 끊임 없이 아버지 라이카와의 소통을 시도한다.


말 그대로 ‘디어 마이 라이카’의 화자는 벨카인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말 대로 수정 목걸이에 대고 끊임 없이 그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전한다. 그것은 때로 일상적인 자신의 이야기이거나 아버지가 궁금해 했을 자신의 성장기이기도하고, 때로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 그리고 때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마음이기도 했다. 벨카의 목소리는 결코 맞닿을 수 없는 라이카와의 억겁의 시간을 건너 결국 그에게 닿았고, 그것은 라이카의 기억을 되찾게 할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 주었다.


라이카는 혼란스러운 기억들이 떠오를 때마다 자신을 집어 삼키는 불안감과 상실감으로 인해 압도되곤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닥터 K는 우주선의 데이터 등 라이카가 객관적인 사실들에 집중하도록 유도하였고, 그로인해 라이카는 안정을 얻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감정이 배제된 사실들은 당장 눈앞의 현실에는 집중하게 해줄지 언정 라이카가 어떤 목적으로 이 우주선에 올라탄 것인지에 대한 진실, 그가 진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마음은 알려주지 못했다.


오히려 진실과 목적을 알려주는 것은 자신 안의 거대한 감정을 건드리는 벨카의 메시지였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 그는 잊고 있던 자신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고, 비로서 온전한 주체인 자신을 되찾고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라이카는 벨카를 다시 마주할 수 없었지만, 벨카가 남긴 ‘자신의 흔적들’ 속에서 온전한 자신의 기억을 가진 채로 남기를 결정했고, 그것이 진정 라이카가 원하는 바였다.


우리는 이 지점을 통해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전해지는 인간만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기억’과 ‘감정’일 것이다. 벨카가 후세 인류가 되어버린 라이카에게 남긴 기억들처럼, 인류는 끊임 없이 기억하기 위해 기록을 남기고 그것은 글, 그림 등의 다양한 형식을 통해 후세에 남겨진다. 그렇게 시공간을 뛰어 넘어 전해지는 기억물들은 후세 인류의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영원히 남게 되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메시지, 우주적 상상력을 곁들인 흥미진진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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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단연 흥미진진한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순서대로 나열된 이야기였다면 자칫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스토리는 벨카의 시간과 라이카, 닥터K의 시간이 맞물리고 각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교차되며 제시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시간의 퍼즐을 맞추는 일종의 추리의 재미를 제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스토리에 맞추어 무대 구성도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는 생각이 든다. 단상 하나와 검은 박스들, 무대 위쪽에 설치된 큰 스크린이 전부인 무대 구성이지만, 각각의 장면에 맞게 포그를 이용하거나 각 인물의 시간이 교차되는 부분에서는 인물들이 무대 위를 달리지만 동선이 엇갈려 절대 서로에게 닿을 수 없도록 하였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이러한 재치 있는 플롯과 그것을 받쳐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 구성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가치를 재미있게 풀어냈던 것 같다. 시공간을 넘어 소통하고 결국 서로에게 닿는 방법을 찾아 냄으로써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전해지는 인간만의 가치를 검증한 벨카와 라이카의 이야기, 그리고 감정을 의미 없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후에 라이카의 결정을 존중하고 어린 시절 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았던 닥터 K의 이야기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관객에게 던지는 또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렀던 나는 점차 라이카, 벨카, 닥터 K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관계에 대한 추리를 하며 빠져들었고,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주제로 흘러가는 극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으며 극을 나서는 순간에는 이들의 이야기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벨카가 라이카에게 하고자 한 이야기, ‘디어 마이 라이카’는 어쩌면 인물들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하고자 한 또다른 이야기 ‘디어 마이 _’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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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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