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간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본질은 감정이기에 -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

글 입력 2022.10.0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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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는 예전부터 <인터스텔라>, <마션>, <스타트렉> 등 수많은 우주 영화가 나왔고,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승리호>, <외계인> 등 우주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인간이 발 딛고 살아가는 행성인 지구 밖 우주는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미지의 탐구 영역이었으며, 그곳에 가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1969년 미국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뎠으며, 한국은 올해 누리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기술이 점차적으로 발전하며 우주는 더 이상 먼 것이 아닌,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가 되었다. 하지만, 뮤지컬에 있어서 ‘우주’라는 소재가 접목된 적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없었다.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는 처음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제작된 우주과학 창작뮤지컬이다.


 

라이카, 꿈을 꾼다. 어떤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고 있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인지 알 수 없고, 무엇인가 상실했다는 느낌에 눈물만 흐른다. 오랜 꿈에서 깬 라이카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K박사에 의해 자신이 우주비행사이며 동면 상태로 지구와 닮은 별 야사B행성을 탐사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드디어 도착한 야사B행성. 그런데 그곳에는 이미 인류의 흔적이 있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우리보다 먼저 온 거지?

 

- 시놉시스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는 오랜 우주여행으로 기억을 잃은 우주비행사 라이카가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로, 지구와 닮은 별 야사B행성을 탐사하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우주여행을 떠난 라이카와 그와 함께 우주선에 올라탄 신경학 전문의 출신의 우주비행사 K박사, 그리고 이를 동경해 우주비행사가 된 벨카를 통해 시공간을 이기는 것들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객석으로 입장하는 순간, 익숙한 무대가 아닌, 낯선 무대가 펼쳐져 있다. 무대 위에는 LED 조명으로 된 선이 곡선으로 되어 있어, 기존의 프로시니엄 무대와는 다른 무대의 모습처럼 보이며 그 위에는 커다란 무빙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극이 시작하는 순간 무빙 스크린에는 여러 화면들이 나오고, 극 중간중간에 무빙스크린이 상하로 움직이며 다양한 영상들을 보여준다. 이 스크린은 이 극의 배경이 되는2050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관객에게 부여하고, 라이카와 벨카가 우주선 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도구이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 때 무빙스크린이 움직이는 소리가 너무 크고 이질적이어서 오히려 관객의 집중력을 깨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대개 다른 뮤지컬 공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무빙스크린과,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음 직한 영상을 활용함으로써 우주과학 창작 뮤지컬답게,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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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라는 새로운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부자(父子)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뮤지컬 <더 모먼트>, 영화 <너의 이름은> 등과 같이 기존의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사랑하는 아빠와 아들의 관계로 바뀐 것으로 보편적이고 고전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아빠와 아들은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그들은 서로 만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에 있다. 하지만, 라이카가 우주로 떠나기 전 그의 아들, 벨카에게 준 ‘마법의 펜던트’라 불리는 목걸이를 통해 그들은 서로를 느끼며 교감한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박사K가 인간은 물질로 이루어진 존재임에 불과하고 그 본질에는 이성이 있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실험에 의해서이다. 하지만, 이 실험의 실험체였던 라이카는 몇 백 년 동안 긴 잠에서 깨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에 대한 기억을 스스로 되찾았으며 감정에 기반에 행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박사K는 자신의 가설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실험을 종료하며 극은 막을 내린다.

 

극이 전개됨에 있어 등장인물들이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우주선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우주선 밖으로 나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때, 라이카와 박사K는 우주복을 입고 등장하며, 실생활의 일반적인 움직임과 다르게 우주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행위 한다. 무대의 전반적인 움직임은 중력을 받을 때와 받지 않을 때로 구분되며, 안무 또한 훈련할 때와 부자가 정서적으로 교감할 때에 있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음악 전반은 라이카와 벨카의 닿을 수 없는 애틋함을 보여주듯 대부분 서정적인 멜로디를 기반으로 하여 비애와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K박사의 넘버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그의 성격과 상황을 보여주듯 힙합과 랩을 기반으로 한 빠른 박자로 구성되어 있다. 라이카와 벨카의 듀엣곡에서는 각자 인물이 가지고 멜로디가 각각 전개되다가, 상상 속에서 그들이 만나는 시점에 하나의 멜로디와 가사로 통일된다.

 

‘우주’를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그 시도는 좋았으나, 음향과 연출, 서사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음향의 하울링이 심해서 넘버의 가사를 알아듣기가 종종 힘들었으며, 가사와 음악이 듣기 좋게 조율되어 전개되지 못했다. 연출의 경우, 무대가 협소한 문제도 있었겠지만 단조롭고 반복적인 움직임이 계속된다. 또한, 소도구나 무빙 스크린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단순히 배우의 움직임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보다 풍부하게 무대를 구성했으면 어떨까라는 의문이 든다. 마지막으로 서사에 빈 곳이 존재하여 줄거리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다는 점이다. 갑자기 잃어버렸던 아들의 존재를 라이카가 어떻게 기억하게 되었는지, 가족을 사랑하는 라이카가 어떻게 해서 박사K의 실험에 동의하여 우주선에 탑승했는지 등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는 새로운 뮤지컬의 장르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우주,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펼쳐지는 극 전개, 이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한 과학기술 말이다. 새로운 배경 속에서 고전 소재인 부자의 사랑을 이야기했다는 점이 구식처럼 진부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이는 동시에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이로써 인간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정착하게 될지라도 부자간의 사랑은 결코 불변하는 가치이자 진리일 것임을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일깨워준다. 이를 통해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이성보다는 감정이며, 인간에게 있어 근원적인 것은 어찌 보면 이성이 아닌 감정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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