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만평의 다락방에서 - 도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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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그야말로 1200페이지로 이루어진 거대하며 투쟁적인 여성 문학사를 담은 책이다.
숨어 있던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집대성하고 페미니즘 비평의 시대를 연 최초의 책으로 불리는 이 책은 국내에서만 출간된 지 13년 만에 재출간되었다.
첫 페미니즘 관련 도서를 접하게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분야(그 분야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에 대해 가까우면서도 아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마음으로 용기를 내 도전해 보았다. 직접 책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몰랐다. 이렇게 거대한 벽돌을 장장 2주간이고 다니게 될 줄 말이다.
소개에 의하면 이 책의 두 저자인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는 19세기 여성 작가들에게서 애타는 열망을 읽어낸다. 소개된 작가인 조지 엘리엇, 샬럿 브론테, 메리 셸리, 제인 오스틴, 에밀리 디킨슨은 각자의 다락방에서 글을 써 내려갔지만 연결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연결고리인 '미친' 여자를 따라가며 알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모두 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남성보다 강해서가 아닌, 다른 여성보다 튼튼해서가 아닌 그저 우연이는 필연이든 펜을 들게 된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남성 중심의 사회에 '감금'되어 있음을 깨달은 인식이에서 시작해 이로부터 벗어나려고 투쟁하는 것까지 그 모습이 닮아 있었다.
총 6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1부는 서구 문화에서 중시되는 창조자로서의 남성의 역할을 꼬집으며 그 나약한 시스템을 비판한다. 펜을 훔친 자들로 간주되는 여성들의 뛰어난 작품들이 소개된다. 그러면서 이들의 현실적인 삶 또한 소개하고 있다.
2부에서부터 6부까지는 이러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자신을 다락방에 가두고 분열된 캐릭터를 창조해낸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인습에 맞서 과격한 이미지, 즉 전에 없던 여성을 만들어 현실의 세계를 부수고자 한다. 날카로운 펜촉으로 쓰인 그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여성에게 기대된 온순한 자아에 대한 기대는 충분히 부서졌을까.
아직까지도 이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는 것은 이야기가 더 필요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따로따로 읽혀온 문학들이 하나의 계보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어가고 있는 나에게도 영향을 받은 이에게도, 또 현시대를 살아가며 자신의 다락방에 갇혀 고함치는 이도 사실은 다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 책의 무게만큼 앞으로 더 묵직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외면받고 중시되지 않던 자들의 이야기를 끈질기게 추적한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탐구한 미친 여자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우리는 여전히 다락방에 머물게 될까. 그 다락방이 만 평에 달한다면 그 속에서 만들어진 문학 또한 찬란할 것이다. 그럼에도 기꺼이 나가고 싶다면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선택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시대를 기다리면서 할 수 있는게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된 책 <다락방의 미친 여자>이다.
[한승하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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