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트 컬렉팅에 관심이 생겼다면? -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

글 입력 2022.10.0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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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키아프(KIAFF)엔 각 7만여 명이 넘는 방문객이 발걸음했다.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 앞을 연상시킬 정도로 꽉 찬 행사장을 보며 아트 컬렉팅이 이젠 소수만 즐기는 취미가 아닌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아트 컬렉팅'이 이토록 인기를 끌며 트렌드가 될 수 있었던 건 아트 테크에 대한 관심 증가, 그리고 낮아진 허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이우환, 김환기, 박서보 등 유명한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가가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서울 아파트값이 우스워 보일 정도의 천문학적 그림값을 접한 사람들은 미술도 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트 컬렉팅을 투자의 일종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이젠 단순 미술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뿐 아니라 투자에 관심이 있는 이들까지 아트 컬렉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아트 컬렉팅의 허들이 낮아진 것 또한 이 거대한 흐름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전엔 아트 컬렉팅이 전문적 지식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졌으나 지금은 조금만 검색해 봐도 아트 컬렉팅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미술품의 소유권을 공유하는 조각 투자, NFT 등이 등장하며 미술품을 소장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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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갑작스럽게 팽창한 시장엔 언제나 명암이 함께 뒤따른다. 작품을 수집하는 행위에 대한 깊은 고민과 충분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초반의 기대와 달리 쉽게 나지 않는 이윤에 실망할 것이고 부풀어 올랐던 트렌드는 잠깐의 유행으로 끝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소영 작가의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은 참 시기적절하게 출간된 책이라고 생각했다. 예술품 수집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우리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아트 컬렉팅에 임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친절히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트 컬렉팅 입문하기, 미술시장 파헤치기, 취향을 파악하고 안목 기르기, 지속적인 아트 컬렉팅을 위한 팁까지 총 4가지 스텝으로 나누어 아트 컬렉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아트 컬렉팅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부터 자신의 취향을 찾아나가는 법과 좋은 컬렉팅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까지 입문자와 초-중급 컬렉터 모두 참고하기 좋은 내용들이 밸런스 있게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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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진정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소장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그저 모으는 사람과는 다르다.

 

유홍준 엮음, <김광국의 석농화원>

 

 

네 가지 굵직한 챕터들 중에서도 단연 가장 핵심은 첫 번째 챕터일 것이다. 저자 이소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문장으로 문인 유한준의 발문 일부를 소개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 모두 미술품을 알고, 사랑하고, 진정 보았기에 소장하고 싶은 마음인 '수집'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책을 시작한다. 이는 사람들이 미술품을 구매하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물질이 넘쳐나는 시대에 다양한 선택지를 앞에 두고도 사람들은 왜 미술품을 구매할까? 저자는 크게 3가지로 미술품을 구매하는 유형을 나눈다. 첫 번째는 미술품은 희소해서 돈이 된다는 미술품 투자형. 대부분 소문을 듣고 온 초보 컬렉터들이다. 그러나 투자의 목적만으로는 지속적인 컬렉팅을 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인테리어를 위해 미술품을 구매하는 미술품 장식형이다. 다만, 이들은 꼭 미술품이 아니더라도 가구나 조명으로 충분히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미술을 좋아하고 믿는 사람들인 미술 애호가형이 있다. 미술품을 통해 자아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경험을 하며 이들은 무엇인가를 깨닫고 내적 성장을 해나간다.

 

저자는 3가지 이유 모두 일리가 있으며 어느 한 쪽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자신이 그림을 사는 이유로 삶이 미술과 꾸준히 함께함으로써 더욱 특별해지고 나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직접 얀 베로니카 얀센스의 <블루 하와이>를 소장하게 된 일화를 통해서도 미술품이 그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내가 얀센스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보이는 자연의 신비나 대기의 흐름, 날씨의 변화와 우주적인 움직임들을 제한된 공간에 효과적으로 잘 담아내고, 그로 인해 느끼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도 공간 안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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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정에 정신이 없고, 영혼이 탁해졌다고 느낄 때면 이 작품을 한없이 본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영혼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국립 중앙 박물관에 전시된 달 항아리를 본 적이 있다. 무늬 하나 없음에도 강한 존재감을 뽐내는 달 항아리를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밤하늘에 뜬 달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달 항아리를 마주한 순간, 북적거리던 이건희 컬렉션의 기억은 모두 사라졌고 고요함과 평화로움만이 남았다. 그때 처음으로 '미술품을 갖고 싶다'라는 소장욕의 불씨가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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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을 보며 이런 마음을 느낀 이는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재테크로서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도 결국은 무언가가 좋고, 갖고 싶다는 마음이 깊이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렇기에 이렇게 친절한 입문서를 출간해 준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다양한 정보가 눈앞에 있지만 그중 무엇이 믿을만한 정보인지 더 헷갈리는 세상 속에서 잡아도 될 단단한 밧줄 하나를 만난 기분이었다.

 

특히, 경제적 관점에서 미술품 시장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서 나아가 어떤 생각을 하며 아트 컬렉팅을 해야할지 고민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입문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관심과 계획에 머무는 단계이지만 이 책을 만난 덕에 앞으로 차근히 나만의 컬렉션을 만들어갈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슷하게 초보 컬렉터라는 출발선을 마주한 사람들을 위해 저자의 3가지 당부를 함께 전하며 글을 마친다.


 

첫째, 컬렉팅할 때를 기억하자. 작가의 작품을 컬렉팅해야 할 때는 '무조건 사야지!'라는 억지가 아닌 작품의 가격이 진심으로 이해가 될 때다.

 

둘째, 끊임없이 '좋은 예술과 좋은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자.

 

셋째, 취향이 곧 안목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줄임) 취향을 찾게 되면 그 취향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언제든지 '내가 이런 작품을 좋아할 수 있다니!' 하며 발견되지 않은 자아를 만날 준비를 하자.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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