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의 가치

글 입력 2022.09.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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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존감이 많이 없던 사람이었다. 얼굴도 예쁜 편이 아니고, 집안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특출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나를 만날 이유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해서, 어렸을 때부터 사람을 만날 때는 약간의 공포를 느끼는 내향형 사람으로 자라왔다. 내향형 인간이라서 히키코모리 같은 삶을 유지할거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나는 사람과 만날 때 약간의 공포를 느끼긴 하지만, 그게 곧 사람을 못 만나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사람을 못 만나지는 않는다. 대신에 내향형이기 때문에 나는 외향형 사람처럼 사람들을 만나는 거에서 에너지를 얻기보다는, 내향형이기에 혼자 쉬면서 에너지를 얻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외향형 친구들처럼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한 게 아니다.


그러다가 몸이 안 좋아서 대학을 자퇴하고 나서 치료를 하던 와중에, 내 인생이 너무 불행해 보였다. 아픈 몸을 이끌고 뼈빠지게 공부해서 좋은 고등학교와 좋은 대학교를 갔는데, 나는 자퇴 후에 치료만 받으니, 내 지나온 인생이 너무 불쌍했다. 여행도 제대로 못 가고, 친구들과의 추억도 별로 없고, 스트레스를 풀 만한 취미도 없었어서 치료를 받으면서 우울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픈 와중에, 가족들은 나를 낫게 하려고 여러 선물을 보내주고 같이 밥을 먹기도 많이 먹었다. 그래서 차고 넘치는 일상생활을 활용하고자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그냥 심심해서 시작했지만, 블로그를 쓸 때 나는 지난 기억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선물을 되돌아보니깐, 나는 블로그를 쓰면서 일종의 '일기'를 쓰고 있었다. 제품 리뷰를 하는데, 리뷰를 하면서 나는 이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고, 그때 내 기분은 이랬고, .... 이런식으로 생각을 여러가지 하다보니, 불행하다고 느껴졌던 내 하루하루가 색을 입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치료하는 와중에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기보단, 내 편이 많다는 것을 느껴서 하루하루가 따뜻하고 다채로웠다. 그래서 나는 일기를 쓰기로 다짐했다.


나에게 일기는 별 건 없었다. 그냥 치료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일기를 적었다. 막상 답답할 때면 2분 안에 B4 페이지를 다 썼다. 그리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크라우드펀딩의 제품 구상을 적기도 했고, 어느 날에 온라인으로 일을 해야 할 때면 계획을 적는데 다이어리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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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기를 써야 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라고 생각한다. 우선, 하루를 복기해보면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행운'을 느낄수 있기 때문에 일기를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하루하루 일정한 루틴이 있기 때문에, 그냥 무슨 일이 있어도 지루한 일상이라는 이름 하에 일상의 특별함을 쑤셔 넣는 경향이 있다. 일상이 그냥 일 때문에 피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일기를 쓰려고 하면, '나름 특별한 소재를 바탕으로 일기를 쓰려고 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에서 특별함을 이끌어낼 수 있다. 계속되는 일기 쓰기가 반복된다면, 특별함으로 하루하루가 즐겁기 때문에 사고 또한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일기를 쓰면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는 그냥 막상 한 가지만을 생각한다고 해서 떠오르는게 아니다. 한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결론을 도출하는 팀플처럼, 일기의 기록도 일종의 팀플이다. 그래서 일기를 쓰고 돌아보면 평소에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생각 나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를 '더 잘 다스리기' 위해 일기를 써야 한다. 일기를 쓰면서 우리는 나이를 먹고 있다. 일기를 돌아보면 내 20대는 어떻게 보냈고, 지금은 어떻게 보내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서 '하루를 어떻게 더 생산적으로 보낼지',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서 아이디어를 도출해낸다면, 일기는 훌륭한 선생님으로 좋은 역할을 할거다.


보통 글을 쓰려고 하면, 글을 쓴 경험이 많이 없어서, 처음에는 일기 쓰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일기는 에세이처럼 논리정연하고 삐까번쩍할 필요가 없다. 그냥 마음 가는대로 무의식을 써도 괜찮다. 무의식을 써가다 보면 길은 분명히 보일거다. 그러니 거침없이 일기 쓰기에 도전해보면 좋겠다.


   

[이예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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