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인은 사자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영화]

단편 영화 <여인과 사자>
글 입력 2022.09.1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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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영화 여인과 사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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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딸 윤슬이 성인이 되던 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겠다며 외국으로 떠났다. 그렇게 여인이 떠나고 나서 5년 뒤쯤, 윤슬의 외할머니이자 여인 엄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여인은 귀국한다.

 

 

 

여인이 꾼 태몽


 

영화 초반부에는 여인이 윤슬을 가졌을 때 꾼 태몽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 여인의 꿈에는 사자 한 마리와 여인이 등장한다. 여인은 그 사자를 노려보다가 주먹으로 사자를 때려눕힌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위의 설명과는 다른 태몽의 진실이 나온다. 여인은 사실 꿈속에서 사자를 보고 겁에 질린 나머지 총으로 쏴 죽였다. 사자는 여인을 해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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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의미하는 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가 있겠지만, 내가 영화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생각하게 된 사자의 상징적인 의미는 ‘한 개인으로서의 자유’이다.

 

한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머니는 한 개인보다는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고 희생하는 경우가 많다. 태몽 속 여인도 자신에게 아이가 생겼으니 이제부터 자신에겐 자유가 없을 것이란 것을 자각하고 사자를 죽인 게 아니었을까 싶다.

 

 

 

당신의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고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여인이 자신이 나온 사진을 찢으며 정리하는 모습이다. 윤슬은 그 모습을 보고 사진을 왜 찢냐고 화를 낸다. 본인이 엄마의 사진을 다 가지고 있을 거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여인은 그렇게 화를 내는 딸을 이해하지 못하고, 윤슬은 사진을 버리려고 하는 자신의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윤슬의 마음을 정말 잘 알 것 같았다. 종종 엄마는 본인이 나온 사진을 부끄러워하며 지우라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나하나 엄마의 기록이 남는 게 소중하기 때문이다.

 

엄마에 관한 것이라면 하나도 삭제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엄마를 기억할 무언가를 계속해서 모아두고 싶다. 여인 또한 본인의 어머니가 남긴 유품인 일기를 붙잡고 어머니의 흔적을 느낀다.

 

 

 

훌륭한 미장센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조화롭게 촬영된 여러 장면이 영화에 더 몰입되게 했다. 영화의 오프닝 장면과 엔딩 장면은 화면 그 자체로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특히 엔딩 장면에서 윤슬의 꿈을 보여줄 때 따듯한 색감과 초원이라는 공간적 특성, 그리고 마치 사자 같은 모습의 여인. 그 자체로 너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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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애증 관계


 

엄마와 딸의 관계란 끊임없이 서로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관계인 것 같다. 엄마는 딸에게 더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하고 딸은 엄마가 나 때문에 좋은 시절을 희생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윤슬은 자신이 성인이 되자마자 자신의 자유를 찾기 위해 떠난 엄마를 다시 만나자 약간은 까칠한 투로 엄마를 대한다. 자신을 두고 떠난 엄마에 대한 원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윤슬은 엄마가 사는 곳이 궁금해서 비행기표를 사놓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엄마가 사는 곳에 가보려는 윤슬에 바람과는 다르게도 여인은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봤으니, 이제 한국에 완전히 돌아오겠다고 말한다. 여인은 과연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봐서 돌아오려는 걸까. 아니면 딸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다시 돌아오려는 걸까.

 

서로에 대한 사랑은 흘러 넘치는데 사랑이 너무나도 많아서 결국에는 서로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관계가 모녀관계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딸의 입장에 이입해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가 마음에 남았다. 어쩌면 내가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내가 사자가 될게.

그러니 뛰어놀아 내 여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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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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