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직장인이지만 취미 발레리나입니다.

춤을 사랑하는 발린이의 취미 발레 콩쿨 도전기
글 입력 2022.09.12 13:0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춤출 때 가장 행복한 직장인


 

내가 얼마나 춤을 사랑하는지, 직장인이지만 마음만은 발레리나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벌써 발레를 시작한 지 1년 2개월이 되어간다. 작년 이맘때쯤 동네에 인테리어가 멋진 발레학원에 수줍게 들어가서 성인 취미 발레 수업을 등록했다.

 

하얀 벽에 예쁜 조명이 달린 곳이었는데, 그 곳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마음만은 이미 발레리나가 될 준비가 완벽히 될 수 있는 곳이었다. 어릴적 배우다가 그만둔 발레를 다시 배운다니 너무 설레고, 의욕이 충만했다.  첫 수업을 준비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발레슈즈와 발레타이즈, 레오타드, 스커트를 준비하고 수업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나의 첫 레오타드, 발레슈즈


 

KakaoTalk_20220912_192938509_12.jpg


                  

나의 첫 발레 클래스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총체적난국'이었다. 일단 29년산인 나의 몸은 뻣뻣해도 너무 뻣뻣했다. 다리 스트레칭을 할 때  허벅지 안쪽 햄스트링은 너무 단단해 각도는 겨우 90도였고, 사무직에 최적화된 나의 허리와 어깨는 말려있었다. 또한, 내가 선택한 학원은 성인 클래스가 레벨이 나눠져있지 않은데, 월말에 수업에 들어갔더터라 기초실력을 가진 나는 따라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도가 많이 나가있었다.

 

게다가 앙아방, 앙바, 앙오, 알라스콩, 파쎄 등 처음 듣는 발레용어들은 어찌나 어려운지, 뜻도 알아듣지 못하고, 나는 그저 선생님과 다른 수강생들의 행동을 흉내내며 첫 수업을 마쳤다.

 

이대로 가다가는 발레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것 같아, 선생님께 수업을 마치고 발레용어의 뜻을 모르겠다고 했더니 기초적인 용어에 대해서 알려주시면서 인터넷에 검색하면 훨씬 많은 용어들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첫 수업 이후, 인터넷에 발레용어에 대해 찾아보면서 뜻을 공부하고 수업에 참여했다. 확실히 공부를 해갔더니 다음수업부터는 뜻을 알아듣고 바 수업을 할 때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등록한 학원은 레벨이 나눠져있지 않아서 수업에 따라가기 힘들었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생각해보니 레벨이 나눠져있지 않아서 기초 수준에만 머물러있지 않고 더 높은 레벨의 다양한 동작에 대해 배워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아마 기초반에만 있었다면 실력이 더디게 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6개월간 퇴근 후에 일주일에 주3회 발레 클래스 수업을 듣다보니, 이제는 바 순서에도 익숙해졌고,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순서도 금방 외워서 동작에 집중할 수 있는 정도가 된 것 같다고 느꼈다. 발레는 틀이 정해져있는 춤이다. 그래서 늘 몸을 푸는 순서가 있다. 물론 어떤 순서를 추가로 넣고 빼고 할수는 있지만 크게보면 틀이 정해져있다.

 

내가 다닌 곳은 1시간 20분 수업 동안 20분은 매트에서 플로어 운동을 하면서 발레를 하기 위해 필요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한다. 40분 동안 발레 바를 잡고 하는 바 워크를 하고, 20분동안은 연습실 센터에서 바에서 배운 동작을 응용한 수업을 한다. 40분동안 하는 바워크에도 순서가 있다. 워밍업-플리에-턴듀-제떼-론드잠아떼르-폰듀-그랑바뜨망-림바링 이런 식으로 수업을 하는데 매달마다 여기에 새로 배우는 순서도 있다.

 

이번달은 '앙네르'라고 하는 동작인데 무릎을 쭉 펴라고 하는데 쭉 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허벅지가 너무 무겁게 느껴져 잘안된다. 계속 연습해야겠지.


 

 

콩쿨에 도전하고 싶어요


 

KakaoTalk_20220912_192938509_13.jpg

 

 

6개월 동안 발레를 하면서 발레는 하면 할수록 참 재밌는 것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꾸만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취미발레 콩쿨에 도전하는 분들의 영상을 봤는데, '이거다!' 싶으면서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실력은 보잘것 없지만, 6개월이 넘게 준비할 시간이 있으니 열심히 해서 작품을 완성시키고 싶었다. 내 실력을 알기에 선생님께 콩쿨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는게 정말 민망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흔쾌히 같이 도전해보자고 말씀해주셔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마도 선생님은 정말 막막하셨을 것이다. 무용을 전공했다면 콩쿨장에 갈 수 없었을 실력을 갖고 콩쿨장에 가야했으니까 말이다. 어떤 작품을 해야하나 고민을 했는데, 다리를 높게 들거나, 턴이 많은 스킬이 필요한 작품은 완성조차 못시킬 것 같아서 대신에 상체를 많이 쓰는 '파키타 아다지오'라는 작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기술 대신 표현력이 많은 작품을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느린 곡이 훨씬 중심잡기 어렵고, 또 상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일이 발린이에게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레를 오래해서 폴드브라(팔동작)가 자연스럽고, 우아하다면 모를까 나의 폴드브라는 어색함 그자체였다.


2022년 1월 말부터 주3회 발레클래스에 따로 주1회 개인레슨을 신청해서 작품 순서를 배웠고, 작품 순서만 나가는데 한 달이 걸렸다. 직장인이기 때문에, 평일에 연습하는게 어려워 토요일에는 따로 연습실을 예약해 2시간씩 연습을 했다. 콩쿨을 준비하면 할수록 조금씩 실력이 느는 모습을 보면서 성취감을 많이 느꼈다.

 

선생님은 처음엔 한바퀴 턴으로 했던 에튀튜드(한 다리를 뒤로 ㄱ자를 만들어서 서는 동작), 앙드당(오른쪽으로 도는 동작) 동작을 두바퀴로 바꿔보자고 하셨다. 그렇지만 두바퀴턴은 쉽지 않았다. 처음엔 잘되던 에튀튜드턴도 갑자기 잘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앙드당 두바퀴를 깔끔하게 성공했던 날, 너무 행복했다.

 

발레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고, 몸을 움직여서 음악에 맞춰 춤추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그렇지만, 희한하게도 잘되던 동작이 자꾸만 안되고, 안되던 건 계속 안되는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너무 심하게 회의감이 왔다. '내가 회사에서 필요한 자격증을 딸 시간에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작품비, 연습실 대관비, 레슨비, 콩쿨 참가비 등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발레 콩쿨을 해서 내가 얻는게 뭐가 있다고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건지 회의감이 들때도 있었다.

 



지금 해야할 건 연습, 또 연습 그리고 대망의 첫 콩쿨


 

KakaoTalk_20220912_192938509_14.jpg

 


그래도 콩쿨을 도전할 때의 마음가짐을 생각하며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계속 연습하려 노력했다. 콩쿨 당일 무대에서 즐기고, 연습한 만큼 보여주자는 마음.

 

그렇게 3개월 반 정도 연습하고 나의 첫 콩쿨, 5월 1일에 열린 '2022 경인국제무용콩쿨' 문화예술장려부문으로 도전했다. 콩쿨 이틀 전에 순서표가 나왔는데, 우선, 문화예술장려부문에 참가자는 나 하나였다. 그리고, 내 바로 앞 순서인 '무용을 전공한' 일반부의 참가자는 나와 같은 작품이었다. 비교될게 뻔했으므로 정말 갈지말지 수없이 고민했지만, 대여한 무대의상 비용과 메이크업 예약비가 너무 아까웠으므로 일단 가기로 결정했다.

 

그날은 선생님도 선약이 있어, 무용을 전공한 친한 동생과 함께 갔는데, 모든게 다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무용을 전공하는 청소년들의 시선들, 모두들 토슈즈를 신었지만, 천슈즈를 신어서 내가 느꼈던 부끄러움. 내가 한 메이크업이 너무 촌스러운 것 같고, 다들 전공생인듯해서 그들앞에서 몸을 풀기에 너무 부끄러웠다. 게다가 애초에 내 순서는 6시까지라서 5시까지 가서 준비했는데, 내가 무대에 들어간 시간은 밤 9시였다. 4시간동안 대기를 하면서 또 한 번 회의감이 들었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밤 9시에 목동 로운아트홀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한참을 기다리다 내 순서가 왔고, 준비한만큼은 보여드려야겠다고 마음 반,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 반으로 무대에 올랐다. 일요일 밤 9시에 발레를 좋아해서 콩쿨에 도전한 단 한명의 취미발레지원자를 심사위원들이 어여삐 봐주시길 바라면서. 결과는 그 다음날 바로 나왔다.

 

"은상"!! 세상에, 내가 은상이라니! 선생님과 나는 둘 다 어리둥절한 마음과 기쁜 마음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지원자가 한명이어도, 심사위원들이 채점을 했기 때문에 장려상, 동상도 있었지만, 잘해서 은상을 준것이다라고 말씀해주셨지만, 어딘가 모르게 남에게 자랑하기엔 좀 민망했다.


 

 

 

 

한 곳만 나가긴 아깝잖아요, 한 번 더 도전해요 우리



사실, 첫 콩쿨을 나가고 나는 뭔가 자포자기한 마음이 컸다. 일단 전공생 사이에서 기가 죽었고, 그냥 이만하면 됐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한 곳만 나가면 아깝다면서, 원래 전공생들도 작품 한개를 준비해서 여러 콩쿨에 도전한다고 한 번 더 도전해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취미발레생들만 도전하는 콩쿨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바로 와이즈발레단에서 주최하는 "발레메이트 페스티벌 그랑프리"였다.

 

나와 같이 발레를 좋아하는 취미발레 지원자들이 나오는 곳에 도전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동질감이 생기기도 했고, 취미발레 참가자도 훨씬 많으니까 이 곳에서는 나의 현재 실력을 더 잘 체크해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달을 더 연습하고 준비했다. 콩쿨 전 목,금,토요일에는 퇴근 후에 발레학원으로 바로 가서 연습만 했던 것 같다.

 

대망의 콩쿨 날. 내 순서는 비토슈즈 부문의 4번째 순서였다.

 

오전 11시에 바로 들어가야했는데, 메이크업받는 시간때문에 오전 9시반까지 경연장인 마포아트센터로 가야해서 따로 몸풀 시간이 없었다. 무대개방시간은 따로 없었고, 무대에서 듣는 클래스 수업은 선착순 신청이었는데 신청을 못해서 아침 6시반에 학원에 가서 혼자 몸을 풀었다. 선생님이 7시반까지 픽업하러 와주셔서 세번 정도 맞춰본 후, 경연장으로 출발했다. 메이크업을 받고 대기실에서 몸을 푸는데 옆에 잘하시는 분들이 또 너무 많아서 소심하게 몸을 풀다보니 11시가 가까워왔다. 참가번호 10번까지 대기장소에서 기다리다가 순서가 되면 바로 시작했다.


경연 진행속도가 너무 빨라서 더 긴장이 되었다. 긴장이 되니 갑자기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뻣뻣하게 굳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괜히 몸을 풀어봤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웃으면서 하기로 마음먹고 무대로 나갔다. '춤출 때 가장 행복한 직장인 지원자 박소연입니다'라고 나를 소개해주는 멘트가 나왔는데 내가 적었지만, 온몸이 간지러운 소개였다.

 

 

KakaoTalk_20220912_192938509_06.jpg

 

KakaoTalk_20220912_192938509_07.jpg


 

무대에서의 실력은 연습때보다 못했다. 그래도 같이 가준 친구의 말로는 지원자들 중 처음으로 웃으면서 춤췄다고 너무 아름다웠다고 말해주었다. 그래, 이 무대를 즐겼고, 웃었으면 되었다. 넘어지거나 다리를 떨어뜨리거나 같은 큰 실수는 안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무대를 내려갔다. 다른 지원자들의 무대를 보고, 플리마켓도 구경하면서 선생님과 친구와 커플 발레가방을 한개씩 사고나니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웃음이 났다.

 

오후 4시 반에 열린 시상식에는 꽃다발을 들고 남자친구가 함께 와줘서 그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장려상 수상을 하는데, 내 이름이 불렸다. 세상에, 무대에 올라가서 상을 받는데, 40명 참가자 중에서 다른 분들과 공동수상이지만, 장려상을 타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그래도 무대에서 잘했다고 상을 받으니 감개무량한 마음이었다.

 

 

 

 

 

콩쿨이 끝나고, 더 진지하게 발레에 임하고 싶어요



콩쿨이 끝난지 석달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발레를 열심히 하고 있다. 주 3회씩 발레클래스에 나가고, 토슈즈 개인레슨을 받고, 토요일에는 다른 학원에 작품반을 다니고 있다. 현재 배우고 있는 작품은 너무나도 배우고 싶었던 작품 '에스메랄다'이다. 쉽지 않은 작품인데 탬버린을 들고 매력적인 집시가 춤을 추는 작품이라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다.


콩쿨이 끝나고 느꼈던 점은 발레에 진심인 분들이 너무나 많고, 취미지만 발레를 잘하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나도 발레를 정말 좋아하지만, 실력적인 부분에서 한계가 많이 느껴졌는데, 발레 전공생만큼은 아니지만, 흉내내는 게 아니라 동작 하나하나 정확하게 임하고 싶다고 느꼈다. 그래서 최근에는 개인레슨을 다시 하면서 어떤 근육에 집중해야하는 지에 대해 배우고 있다.

 

물론 배운다고 몸이 그대로 따라주진 않지만 최소한 신경을 쓰면서 하니까 실력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취미긴 하지만, 취미를 즐기기만 하라는 법은 없으니까, 이 취미를 살려 특기로 만드는게 내 소망이다. 잘 하는 취미를 갖기 위해 개인적으로 중심잡을 때 필요한 복근 운동도 따로 하고, 다리 스트레칭, 발목 스트레칭도 매일 하려 노력하고 있다.


나는 낮에는 직장인이기도 하지만, 퇴근하면 파키타, 에스메랄다, 지젤, 오로라, 쉐이즈 등 공주, 집시, 망령과 같은 작품의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취미발레리나가 된다. 올해 나의 발레에 관련된 목표는 에스메랄다 작품을 멋지게 완성하고, 토슈즈를 신고 한발로 중심잡기에 성공하고, 옆으로 180도, 앞으로 180도 다리 스트레칭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는 취미발레단 오디션에 통과해서 발레공연에 참가해서 군무에 도전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공연에 초대하는 것이다.

 

실력과 발레에 대한 사랑을 모두 갖춘 취미발레리나가 되고 싶다. 그리고 끝으로, 발레를 사랑하는 모든 취미발레리나들이 부상없이 즐겁게 오래도록 춤을 췄으면 좋겠다.

 

 

KakaoTalk_20220912_194406392.jpg

 

 

[박소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