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최소한의 양심으로 시작된 매일의 작은 여행 [운동/건강]

생각이 많을 땐 나무 앞으로
글 입력 2022.09.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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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나만의 하루 루틴이 있다.

 

아침 식사 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고 곧바로 산책을 나선다. 늘 걷는 루트는 정해져 있다. 아파트 단지 정문으로 나가서 공원을 지나 내가 다녔었던 초등학교를 지난다. 예전에 살았던 단지를 가로질러서 걷다가 다시 한 바퀴를 돌아 큰 길을 지나 경희대 국제 캠퍼스를 찍고 상가를 지나 집으로 돌아온다.

 

이 루틴을 지키게 된 지 2년 정도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최소한의 양심으로 시작했다. 원래 운동은 물론 밖에 나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코로나19로 학교 수업도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바깥 활동을 정말 최소한으로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조금만 오르막길을 걸어도 힘들어하는 나를 발견하고 심각함을 인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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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10,000보를 목표로 잡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10,000보를 채워 걷는 것도 쉽지 않아 목표만큼 못 걷는 날도 많았다. 그렇게 1년을 꾸준히 낮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하루에 두 번씩 걷다 보니 이제는 20,000보까지도 무리 없이 걷게 되었으며,  가끔 걷다가 뛰다가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물론 걷기가 대단한 운동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주변을 보면 PT나 필라테스 등의 다양한 운동을 시작한 지인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런데 나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를 방문하여 다른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었고 이 정도는 꾸준히 지켜야만 한다는 나의 최소한의 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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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어느 날의 하늘>

 

 

친한 친구들은 내게 전화를 걸 때마다 내가 산책을 하고 있다며 하루 종일 산책을 하는 것이냐며묻기도 한다. 혹은 누군가는 내게 매일 똑같은 동네와 경로를 빙빙 산책하는 것이 무슨 재미가 있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데 같은 동네일지라도 매일매일이 미묘하게 다르다. 우선, 나는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산책을 하기 때문에 각 시간마다 산책을 나오는 사람이 다르다. 우리 동네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편인데, 낮에 해가 잘 드는 시간에 나가면 할머니들이 해가 가장 잘 드는 벤치에 모여 앉아 계신다. 또 낮 시간대는 유치원이 마치는 시간과 겹치기 때문에 하원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가장 많이 놀고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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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중에 만난 아기 고양이>

 

 

반면에 저녁 이후에 산책을 할 때는 학원을 다니는 중/고등학생이 가장 많은 시간대이며 밤으로 넘어가면 대학생 이후의 성인들이 가장 많다. 우리 동네는 반려동물이 많은데 이 시간에 산책을 나가면 귀가 이후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사람이 가장 많기 때문에 나는 저녁 산책을 더 선호한다.

 

또 산책을 매일 하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를 누구보다 잘 느낄 수 있다. 매일 밤마다 달의 모양도 보고, 꽃이 폈다가 지고 나무가 울창해졌다가 낙엽이 되는 것을 다 보면서 걷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재미있다.

 

그리고 나는 산책을 하면서 아주 많은 생각을 하는데, 산책이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내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거나 지나간 흑역사를 되짚어보는 사사로운 생각도 물론하지만 과제를 하거나 무언가를 준비할 때, 영감이 필요할 때 산책만 한 것이 없다. 매주 오피니언을 기고하기 전에도 물론 산책을 한참 하고 들어오곤 한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여러 가지 잡념에 빠져 하염없이 걷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건강에 도움도 된다. 나는 몸의 변화와 더불어 내 정신도 전보다 건강해지고 차분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혹시 나처럼 운동 부족이 심각한데 헬스장은 부담스럽거나 혹은 고민이 많은데 생각 정리가 잘 안된다면, 일단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 때나 편하게 나가서 정처없이 걸으며 달의 모양과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는 매일매일의 작은 여행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발걸음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해결해 줄 것이다.

 

그러니 일단 운동화를 신고 나가보자. 생각이 많을 땐 나무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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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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