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때때로 꺼내보아야 하는 드라마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2.09.0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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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사랑을 잘 정리하면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것처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끝난 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만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소개 영상을 봤는데, 캐릭터와 소재가 신선해서 마음에 들었다. 1회부터 훅 끌리더니 3회를 시청하고 나서는 완전히 사랑에 빠졌다.


연출, 배우, 대본 그리고 플러스로 ost까지 합이 좋은 드라마는 ‘유미의세포들1,2’와 ‘우리들의 블루스’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그런 드라마였다.


 


캐릭터 맛집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여성 변호사다. 변호사로서 여러 사건에 최선을 다하고, 사회생활과 사랑도 하고, 자신을 버린 친엄마와의 관계도 잘 마무리하면서 성장한다. 영우는 드라마 주인공다운 판타지적인 면과 현실적인 면을 잘 나타낸 캐릭터이다.


봄날의 햇살 같은 최수연, 탐날 정도로 멋있는 만인의 상사 정명석, 부드럽고 귀여운 영우만의 포옹의자 이준호, 얄밉지만 꼭 필요한 인물 권민우 등 다른 캐릭터들도 판타지적인 면과 현실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가 공감하고, 친근하게 느꼈던 것 같다. 각자의 색이 뚜렷하지만, 모아놓으면 퍼즐이 맞춰진 느낌이 들 정도로 캐릭터들의 합이 좋았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작가가 캐릭터를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캐릭터를 잘 이용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인공부터 한 회에만 나오는 캐릭터까지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자칫하면 전체적으로 산만하거나 극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고, 메시지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캐릭터가 생길 수가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 점이 참 좋았다.


최수연은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를 깨닫게 해주는 캐릭터다. 장애인에게 과한 친절을 보이거나 도움을 주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배려와 도움의 적당한 선을 최수연을 통해서 배웠다. 장애인 아무개가 아닌, 그냥 아무개로 봐야 한다는 것. 알고 있지만 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가슴과 머리에 되새길 수 있었다.


 

“같이 일하다가 의견이 안 맞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얘기해서 풀고 해결을 해야죠. 매사에 잘잘못 가려서 상주고, 벌주고. 난 그렇게 일 안 합니다.”


“잘했네. 잘했어요. 숨겨진 쟁점을 잘 찾았어. 이런 거 내가 먼저 봤어야 했는데, 내 생각이 짧았네.”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거 같아.”


“신입들이 사과할 일 아니야. 내 불찰이지. 이거 내 잘못도 맞고, 나 지금 되게 쪽팔린 것도 맞는데, 그래도 그깟 공익사건, 그깟 탈북자 하나라고 생각하지 말자고. 뭐, 수십억짜리 사건처럼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자고. 마저 먹어. 난 쪽팔려서 먼저 가야돼.”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정명석 대사

 

 

정명석은 좋은 직장 상사란 어떤 것인지 보여준 캐릭터였다, (배우자를 잘 챙기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잘못된 부분은 단호하게 짚어주는 냉철한 면과 보듬어주는 따뜻한 면의 비율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당했다. 후배 앞에서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과 본인은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후배가 본 것에 대해 반성하고, 후배의 능력을 인정해줄 줄 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정명석도 우영우를 색안경 끼고 봤다. 같이 일할 수 없다고 대표에게 항의까지 할 정도였다. 영우의 판단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영우에게 이유를 물었고, 귀 기울여 들었다. 편견의 시선으로 영우를 본 잘못을 빨리 깨달았다. 그 후 명석은 영우를 자폐인 변호사가 아닌 그냥 변호사로 바라봤다.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진심어린 사과를 잘했다. 명석은 자기객관화를 잘하고, 계속 발전하는 인물로 진짜 어른으로서 본받을 점이 많은 캐릭터였다.


권민우는 우영우를 향한 열등감이 매우 높고, 열등감의 부정적인 영향을 잘 나타낸 인물이지만, 가장 솔직하고 현실적이다. 그의 대사는 부정할 수 없고, 현실적이다. 우영우를 보는 권민우의 시선이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니까 난 우영우를 미워하고 시기해도 된다는 식의 합리화와 행동들은 이해되지 않고, 이해해서도 안 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권민우는 우리의 민낯을 보여준 캐릭터인 것 같다.


장승준은 우영우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이해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해가 아닌 무시를 택한 듯 보인다. 자기 잘못과 후배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약자 앞에서는 강자이고, 강자 앞에서는 약자인 인물이다. 장승준의 행동과 말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저런 사람이 다 있나 싶다가도 현실 속의 직장 상사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서 씁쓸했다.


최수연과 권민우, 정명석과 장승준이 뚜렷하게 대비되어 보여서 장애인을 향한 다양한 관점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캐릭터들을 통해 많은 것을 느껴서인지 애정이 크다. 그리고 캐릭터를 잘 소화한 배우들도 좋았다.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었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보여준 연기가 유독 빛났다. 특히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계기로 박은빈 배우에게 관심이 생겼었는데, 이 드라마로 그 배우만이 가진 힘과 매력에 홀릭 되고 말았다.


 


대사, 스토리 맛집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이 변호사면 억울한 사람을 변호하는 모습이 많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변호사들도 그런 사람을 변호하는 모습이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또는 기업을 변호하는 모습도 많았다. 심지어 승소하기도 했다. 그래서 변호사의 고충이나 회의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공감되는 대사, 깨우침을 주는 대사, 힐링 대사, 담백하면서 깊이 있는 대사가 많아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참 따뜻했다. 에피소드 구성도 좋아서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존재감 없는 회가 없었다. 그중 3회는 때때로 꺼내 봐야 할 가치 있는 이야기였다.


 

“자폐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입니다. 스펙트럼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자폐인은 천차만별입니다. (중략) 저는 이런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습니다.” 


“변호사님도 정훈이도 똑같은 자폐인데, 둘이 너무 다르니까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자폐가 있어도 머리 좋은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듣긴 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마음이 이상했어요. 자폐는 대부분 우리 정훈이 같잖아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기에는 너무 오래 걸리잖아요.”


“제가 이준호씨와 함께 걸으면 사람들은 이준호씨가 장애인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택시 기사가 피고인을 붙잡았을 때 저한테도 돈은 있었지만, 기사는 제가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 보지 않습니다. 저의 자폐와 피고인의 자폐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저한테는 보이지만 검사는 보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판사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회

 

 

3회 ‘펭수로 하겠습니다.’는 자폐 스펙트럼의 다양한 유형을 보여준 회였다. 그리고 나를 되돌아보게 한 회였다.


나도 정명석처럼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은 비슷하고, 그들끼리 공감대가 있으리라고 단정 지었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유형의 자폐인이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정훈이와 영우처럼 서로 너무 다른 두 사람을 본 경험이 있는데도 말이다.


같은 병명이어도 증상이나 고통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른 경우가 있는 것처럼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도 그렇다는 사실을 3회를 보고 나서야 인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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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DRAMA 공식 인스타그램

 

 

드라마를 보면서 시각장애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를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했던 때가 생각났다. 내가 동요를 불러주면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 아이의 표정이 예뻤다. 그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따뜻했다. 하지만 길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감당하기 힘든 행동을 할 때는 힘들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정이 들었다.


최수연이 우영우에게 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그때의 나를 돌아봤다. 나는 최수연처럼 그냥 그 아이로 보지 않고, 장애를 가진 아이로 봤다. 그 아이에게 도움을 줄 때는 내가 누군가를 도와줬다는 우월의식을 느꼈다. 아무리 어린 나이였어도 그런 마음을 가지면 안 됐다. 더 큰 잘못은 그런 마음을 가진 내 잘못을 모른 채 살았다는 거다. 늦었지만, 잘못을 저지르고 내 잘못을 알아채지 못한 점을 반성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내게 생각할 거리를 줬고, 힐링을 안겨준 드라마라는 것을 넘어서서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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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 DRAMA 공식 인스타그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에피소드의 주제는 모두 사회적 약자, 소수자였다. 좋은 변화는 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접근하지 않았던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리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과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장애를 가진 주인공역을 연기한 배우를 패러디하며 웃었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마음 편히 웃지 못한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한다. 그만큼 이 드라마는 많은 사람을 변화하게 했다.


한편으로 천재인 영우를 보면서 모든 자폐인에게 ‘너도 천재야?’ ‘너도 재능이 있겠지’라는 부담을 줄까 봐 염려도 된다. 또 다른 편견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드라마는 영우가 계속 실패했던 회전문 통과하기에 성공하고, ‘뿌듯함’이라는 새로운 감정을 스스로 알게 되면서 끝났다. 영우가 바라던 독립의 첫걸음을 뗐고, 많이 성장해서 기뻤다. 시즌2에서는 영우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회전문을 통과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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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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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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