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색적 경험에서 바라본 관찰자와 풍경 사이 관계 -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 페스티벌 [영화]

글 입력 2022.08.22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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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영화와 전시를 아우르는 뉴미디어아트 대안영화제인 제 22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로이스 파티뇨의 영화를 관람하고, 마스터클래스까지 참석하였다.

 

<풍경 & 간격>은 ‘풋볼장 / 땅의 진동속으로 / 물의 진동 속으로 / 그림자의 산 / 별을 심는 자들’으로 구성되어있다. 전체 주제는 거리이다. 거리두기를 통해 현실 안 이미지를 포착하면서도 낯선 감정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사색적 경험 측면에서 풍경에 관심이 많다. 영상 매체를 통해 이러한 이미지에 대해 탐구한다. 작가는 동시대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고 말한다. 첫째, 광고 등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서 홍수처럼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 둘째, 사고가 열릴 수 있는 예술적 이미지이다.

 

광활한 자연은 작은 존재인 인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고민한다. 자연이 가져다주는 숭고의 경험이 있다. 어떤 풍경을 봤을 때 그것이 야기하는 강렬한 감정은 마치 시간이 사라지는 듯 하다. 작가는 이러한 심리적 사고의 변화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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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현실과 꿈 사이 걸쳐져 있는 림보와 같은 공간이 있다. 별을 심는 자들은 동경에 여행을 갔다가 도시가 갖고 있는 야경에 흥미를 갖고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밤하늘을 수놓는 전철의 불빛이 별똥별처럼 강렬하게 다가왔다. 사운드 없이 풍경의 이미지만 보여주는 것은 살아숨쉬는 자연의 몸 위에 올라온 것 같다면, '도시'를 주제로 한 이 영화 속 풍경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밤이 갖고 있는 공백에 주목하며 마치 풍경화가들이 하얀색을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검정색 배경에 야경을 그려낸다.

 

마치 동경의 밤은 삶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여정과 같다. 방금 죽음을 경험한 사람과 죽음이 의인화된 사람 사이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형수들이 마지막으로 쓴 시와 글로 구성된 것이다. 펼쳐지는 두 사람 사이 대화를 통해 사색적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이미지를 만든 후 이렇게 새로운 층의 내러티브를 추가한 것이다. 언어와 이미지 사이 관계를 덧댄 것이다.


6-7년 전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한 작품이다. 플라스틱 재질의 투명 패널에 다양한 영상을 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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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초기 영상작으로 떠다니는 듯한 흔들리는 종이에 영상을 투영한다. 다양한 얼굴을 여기저기 배치한다. 관객은 그 얼굴에 가까이 가거나 멀어질 수 있다. 영화에 페인팅을 접목하고자 한 노력의 일환으로 카메라 앞에 필터를 설치한 후 바세린을 활용해 이미지 변형을 시도했다.

 

마치 움직이는 그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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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과 안개 등 다양한 자연의 이미지에서 추상적 형상만 여과해 남긴다. 무언가를 비울수록 미스테리해진다. 텅빈 공간이 늘수록 어떤 것이 숨겨져 있는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다가온다.

 

낭만주의 미술에서 착안해  서 있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를 영화로 가져와 동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관객은 자연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자연이 갖고 잇는 리듬을 가져와본다. 풍경 안에서 마비된 것처럼 보이는 인물은 어떻게 보여지는가?

 

거리, 부동, 움직임 부재등의 키워드를 연상시킬 수 있다. 초기에는 주로 단편작으로 거리에 관심을 가졌다면 점차 죽음이라는 주제를 장편으로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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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에 대한 연구가 담긴 작품이다. 초록, 빨간, 파랑 세가지 색상이 어떻게 중첩되냐에 따라 다른 움직임이 나타난다. 혼합이 어긋날 때는 새롭고 놀라운 색상이 만들어진다. 삼색을 빛을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혼합해 이미지를 만든 작업이다. 대사가 없는 영상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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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점차 언어와 목소리에 관심을 갖는다. 풍경 속 문화 정체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인류학적 관점을 갖게 된다. 커뮤니티와 문화적 관심을 풀어내내 작품이 죽음의 해안이다. 멀리 있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귀에 들리는 목소리는 가까이 있는 장면을 만든다. 이는 자연의 광대함과 인간이 갖고 있는 친밀함을 엮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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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탐구하며 풍경이 갖고 있는 기억에 주목한다. 인물이 많은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 지역의 별명은 죽음의 해안이다. 배가 난파해 목숨을 잃은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해안의 모든 돌에는 각각의 전설이 담겨 있다.

 

이 곳은 포루투갈과 스페인의 국경이다. 모든 국경이 그렇듯 밀수업자가 밤에 활동한다. 밤의 색감을 반대로 전복시켜 흥미로운 화면을 만들어냈다. 마치 기억이 유령처럼 출현하는 것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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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현하는 인물은 마비된 것처럼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모로코 사막에서 펼쳐진 신화적 이야기처럼 보인다.

 

차기작은 '윤회'라는 제목으로 내년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다. 3파트로 나뉘는데, 첫번째는 라오스의 십대 스님을 따라가는 반 픽션 반 다큐멘터리이다. 둘째는 눈을 감고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 화면에서는 반짝잉는 빛의 진동이 사운드로 나온다. 이를 통해 사후 세계를 경험하는 듯한 명상을 할 수 있다. 셋째는 탄자니아에서 미역을 채취하는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이다.

 

요즘 미디어 작품이 많다. 극장 상영과 갤러리에 전시해두는 것은 차이가 있다. 다른 공간에서 같은 영상 작품을 볼 때 어떻게 경험의 차이가 생기는가? 극장 안에서 우리는 스크린 안으로 빨려 녹아드는 듯하며 몸이 사리지는 느낌을 받는다. 극장이라는 공간에 갇혀 감독이 정해준 관람시간을 꼼짝없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갤러리에서는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우리가 스스로가 배우가 된 것처럼 본인의 관람 경험을 통제하고 리듬을 결정할 수 있다.

 

 

[윤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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