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라 - 헌트 [영화]

글 입력 2022.08.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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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라! ‘사냥꾼’이 될 것인가, ‘사냥감’이 될 것인가!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 ‘동림’ 색출 작전을 시작한다.

 

스파이를 통해 일급 기밀사항들이 유출되어 위기를 맞게 되자 날 선 대립과 경쟁 속, 해외팀과 국내팀은 상대를 용의선상에 올려두고 조사에 박차를 가한다. 찾아내지 못하면 스파이로 지목이 될 위기의 상황, 서로를 향해 맹렬한 추적을 펼치던 ‘박평호’와 ‘김정도’는 감춰진 실체에 다가서게 되고, 마침내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게 되는데…….

 

하나의 목표, 두 개의 총구 의심과 경계 속 두 남자의 신념을 건 작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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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을 집중시킨다. 오프닝 액션 시퀀스는 감탄만 나왔다. 건물 외부에서는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내부에서는 암살을 시도한 범죄자를 잡기 위한 추격전이 일어난다.

 

다급하게 움직이는 이들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총격전이 어지러운 앵글 속에서 빠르게 이어진다. 결국 인질로 붙잡힌 ‘평호’를 ‘정도’가 구하게 되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도 두 인물이 대립하는 장면은 당시의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을 오프닝만으로 요약한 것 같았다.

 

<헌트>는 완벽한 균형을 이룬 투톱 주연 작품이었다. 투톱 주연은 두 인물의 비중을 적당히 잡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어느 하나라도 서사가 더 많거나, 특징이나 캐릭터 성이 더 매력적일 경우 상대의 매력이 그만큼 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헌트>에서는 그 균형을 적절하게 찾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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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호’와 ‘정도’는 -영화 속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서로의 ‘빤스’를 벗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초반에는 ‘정도’가 ‘평호’를 집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할 만큼 적당히 평화로웠지만, 영화 후반부에서는 동료들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직장 내에서 무력 다툼을 하는 등 적대 관계를 숨기지 않는다.

 

두 인물은 ‘사냥감’이 되어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서로를 감시한다. 사이좋게 서로의 뒤통수를 치며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차례로 뒤를 캐는 상황에서 관객은 누군가의 편이 아닌, 두 인물 중 누가 스파이일지 3자의 입장에서 두 인물을 바라보아야만 한다.

 

누가 ‘동림’인지 의심하면 할수록 마치 양쪽 다 스파이 같아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잘 담아낸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두 인물은 ‘동료-의심-협력’으로 여러 번 관계가 전복된다. 그들은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있던 적이었으나, ‘정도’는 ‘평호’가 스파이지만 온건파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된다. ‘정도’는 ‘평호’를 죽이는 대신 작전 중 죽은 부하를 ‘동림’으로 만들기로 결심하며 ‘평호’에게 자기 의사를 단 한 대사로 전달한다. “동림은 사살됐군요.”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물고 뜯다가 목표가 같아 결국 협력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납득이 가능하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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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톱 주연의 균형이 맞았던 가장 큰 요인은 ‘평호’에겐 ‘유정’의 존재, ‘정도’에게는 명분이라 느꼈다.

 

‘평호’는 스파이였지만, 자신을 감시하다가 죽은 자의 딸인 ‘유정’을 거둔다. 그는 이미 ‘유정’의 정체를 초반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가 한국에 살 수 있도록 도우며 아버지와 비슷한 역할을 의무적으로 이어간다.

 

등록금이나 다른 사건으로 ‘유정’이 곤란할 때면 도와주면서도, ‘유정’의 흡연에는 혼낼 자격이 없는 애매한 관계이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성을 따 ‘박은수’라는 이름의 대한민국 여권을 만들어주고, “넌 다르게 살 수 있어.”라고 하는 등 ‘유정’이 새로운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평호’가 개인적인 일로 그의 매력을 보여줬다면, ‘정도’는 반대로 명분을 내세웠다. 민주화운동에서 민간인을 사살할 때 군인이었던 그는 더 이상 폭력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을 사살하는 것이 ‘혁명’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폭력을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소리친다. 이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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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는 감독 이정재의 욕심이 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흥행시키고 말겠다는 뚜렷한 의지가 영화 내내 느껴졌다. 그는 배우 정우성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한 게 거짓말이 아니었다.

 

특히 ‘정도’의 세수씬은 아주 노골적이다. ‘평호’와 ‘정도’가 다투고 ‘정도’는 셔츠를 풀고 세면대에서 세수한다. 물방울이 얼굴을 타고 뚝뚝 떨어지며, 셔츠 안에는 군번줄이 목에 걸려 흔들린다. 배우 정우성의 매력을 극한으로 올린 장면이었다.

 

또 유명 대우들이 카메오로 대거 등장하는 게 소소한 웃음 포인트였는데 북한 고위 관리로 등장한 황정민의 연기가 대단하다. “어처구니가 척척 걸어갑니다.”라는 그의 대사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두 대비되는 인물의 서사에 몰입할수록 결말이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발생한 과거를 되돌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씁쓸한 마무리였다.

 

두 인물은 최종적으로 실패했지만, 실패에 이르기까지 인물들이 치고받는 과정이 뛰어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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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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