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름의 끝자락에서 나의 정원을 상상하다. [미술/전시]

티보 에렘 일러스트레이션 전: 꿈의 화원
글 입력 2022.08.20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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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쳤다.

 

입추가 지났지만 후덥지근하게 몸을 달구는 햇빛 아래를 걸어 갤러리에 도착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식물이 가득한 정원에서 여름의 끝자락을 만끽한다.

 

 

 

Thibaud Hérem - Le Jardin fantôme


 

한남동에 위치한 알부스 갤러리에서는 현재 프랑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티보 에렘의 원화 전시를 진행 중이다. 4년 전 같은 곳에서 열린 첫 개인전 이후 두 번째 개인전이며, 테마는 ‘꿈의 화원 Le Jardin fantôme’이다.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갤러리인 알부스 갤러리는 그동안 다양한 일러스트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양질의 일러스트레이션 전시를 선보여왔다.

 

작가의 뛰어난 관찰력과 상상력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관람자들에게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아름다운 화원을 선사한다.

 

 

알부스 전시 전경 700.jpg

 

나무 700.jpg

 

 

전시는 총 네 개의 층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1층은 꽃 작업, 2층은 나무 연작과 분재 시리즈, 3층과 지하에서는 나무와 일상을 소재로 한 일러스트레이션과 드라마 ‘그 해 우리는’에 사용되었던 일러스트레이션 일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9월 18일까지 진행되며, 다양한 굿즈와 작품 구매도 가능하다.

 

티보 에렘은 그동안 건축 관련된 그림을 주로 그리며 유럽 내 주요 기관들과 협업해왔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정원’을 테마로 한 다양한 나무 연작, 분재 시리즈, 대형 꽃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

 

특히 분재 시리즈 30점은 어딘가 실재할 듯한 다양한 분재의 생김새를 보여주지만, 모두 작가의 상상에 기반한 허구의 식물이다. 실제로 보면 진짜 분재보다 더 진짜 같은 모습에 놀라게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꿈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한다. 실재와 허구를 혼동시키는 모호함에 대한 해석은 관람자에게 맡기는데, 각자가 가진 꿈과 정원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셈이다.

 

(작가의 인터뷰는 갤러리 관람자에 한해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다)

 

*

 

미술 중에서도 일러스트는 가장 접하기 쉬운 미술에 속한다. 어린 시절의 동화책, 각종 책들의 표지, 만화, 영화 등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있는 미술이 바로 일러스트다. 때문에 일러스트를 보기 위해 시간을 내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일러스트는 복잡하지 않다. 일러스트가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복잡한 세상 속에서 단순한 일상의 본질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게 그어진 선이 하나도 없는 섬세한 나무의 결을 오랜 시간 음미하며, 나의 정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어지러진 정원을 가지치기하며 여름을 보낼 준비를 한다.

 

가장 오래 머물렀던 2층의 공간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알부스 2층 700.jpg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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