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실없는 농담 속 엉뚱한 위로 - 공연 '신박서클의 유사과학 콘서트'

글 입력 2022.08.1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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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지에서 연결된 별과 인간



피타고라스 학파는 사물의 본질이 수에 있다고 믿었다. 음악은 세계법칙의 상징으로서, 서로 다른 음을 내는 현들에 깃든 음정들의 비례법칙을 발견했다. 우리 눈에 상식적으로 비치는 음정들의 비례법칙은 음향학의 기초가 되었다.

 

그들은 천체의 움직임에 따라 하나의 천문학적 도식을 만들었는데, 이는 각각 지구와의 거리에 따라 상응하는 음들이 방출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각각의 선율에는 별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특성이 그 선율을 듣는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목성은 위엄, 화성은 남성다움, 금성은 아름다움, 수성은 부정직함을, 토성을 슬픔의 성격을 가진다. 토성음을 많이 들은 사람은 그래서 비관적인 특성을 가지게 된다. 피타고라스의 이러한 분류는 신비주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오선지의 음표들의 하늘의 별들처럼 연결하고 별들의 특성들이 한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아이디어는 로맨틱하다.

 

신박서클의 ‘유사과학’ 앨범에서 내가 주목했던 것도 이런 재미있는 아이디어였다. 신박서클의 ‘유사과학’에는 ‘점성술’, ‘혈액형’, ‘지구평면설’ 등 흔히 유사과학으로 알려진 소재를 주제로 하고 있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들으면 우주의 음표들이 나에게 스며들어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되는 기분이 든다. 신박서클의 음악도 과연 식물체가 내뿜는 자연 살균제인 ‘피톤치드’처럼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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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리지 않은 네 개의 목소리



이번 공연에서는 신박서클의 9개의 트랙뿐만 아니라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1집 곡들을 연주했다. 개인적으로는 소재가 독특한 앨범의 연주회다 보니, 연주회장의 소소한 연출도 좀 특별하게 느껴진 부분이 있었다. 일단 지하에 있는 공연장을 들어갈 때가 그랬다.

 

어두운 동굴 같은 연주회장에 앨범과 관련된 소소한 연출들이 눈에 밟혔다. 예를 들어 나는 '피톤치드' 뮤비에서 본 것 같은 삐쭉한 초록 식물이 놓인 탁자 뒤에 앉았다. 무대 한쪽에는 소름 끼치는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맴버들은 피톤치드 뮤비에서 입은 하얀 로브를 입고 등장했다. 조용히 등장해 연주를 시작한 이들은 이 제의의 주인공다운 모습이었다. 전반적으로는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며 공연이 진행되었다.

 

곡 중간마다 그 곡을 쓰게 된 배경을 이야기해줬는데, 어떤 무게가 있는 이야기보다는 친구 간 실없는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야기였다. 예를들어 파워스톤을 구매한 상황 같은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느슨한 공연의 주제와 분위기가 좋았다.

 

이 엉뚱한 농담 같은 곡들이 무게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곡의 구조는 치밀한 연구를 통해 완성되었다.신박서클은 색소폰, 베이스, 가야금, 드럼으로 이루어진 재즈밴드다. 재즈를 그리 많이 접한 것은 아니지만, 색소폰 연주자, 드러머, 베이시스트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가야금은 특이한 조합이다.

 

국악기와의 조합은 좀 편협하고 못생긴 상상력을 자극한다. 하지만 실제 공연에서는 상상한 범위를 뛰어넘는다. 신박서클에는 단순한 실험으로만 정의할 수 없는 독특한 맛이 있다. 단순한 개념적인 실험을 떠났다고 해야 할까? 각 악기를 다루는 개인들의 뛰어난 역량 덕인지 곡이 전반적으로 매끄럽다.

 

곡 전체에서 베이스와 드럼이 전체적인 틀을 만들면 그 위에 가야금과 색소폰이 어우러져 어떤 멜로디를 만든다. 각각의 악기는 듣기 좋은 복잡성을 유지하면서 서로의 소리를 조율해가면서 끝없는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신비로운 소재 덕분일까, 각 악기가 엮이는 방식은 복잡해지는데 각 악기의 음량이 하나하나 살아있다. 서로 엮이고 풀리면서 빛과 그림자가 끝없는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실제 공연장에 방문하면서 특히 좋아진 곡이 있었다. 가야금이 기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다른 악기가 섞여 자연스럽게 섞여들어 오는데, 노래가 전개되면서 색소폰과 가야금이 서로 독특한 화음을 맞추고 멜로디가 점점 뚜렷하게 들리면서 이상한 상승감을 준다. 피톤치드 뮤비에서는 어떤 제의를 하는 것럼 하얀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고양감을 느낀 것처 처럼 피톤치드 주변을 돌고 절을 하는데, 이 기묘하고 조금 우스운 상황이 공연의 현장감과 맞물려서 예상치 못한 감상을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당신의 혈액형'을 즐겨들었고, 공연의 후반에서 이 곡을 들어서 정말 기뻤다. 세포 안에서 떠돌아다니면서 통통 튀는 것들이 가야금으로, 몸 안에서 흐르는 것들이 베이스로 표현된 것 같아서 재밌다. 그리고 그 위에 얹히는 어떤 장난스러움은 인간 특유의 엉뚱함 같아서 좋다. MBTI가 잠식한 오늘날, 지난 유행의 어리석음과 사랑스러움을 녹여낸 것 같다고 해야할까?

 

마음을 고조시키는 색소폰, 노래 전반에 깔리는 심장박동 같은 드럼도 노래의 활기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깔끔하게 소리가 마무리되었을 때, 활기찬 잔광이 물러갔을 때 공연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많은 조화와 위안을 찾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어정쩡한 껍질 속 완전한 세계



지구가 평평하건, 혈액형이 우리의 기질을 결정하건, 금성 자리에 물병자리가 빛을 발하고 있건 무슨 상관인가. 그러한 환상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감상을 가져다준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언제나 '제 기능'을 찾기 위해 몸부림친다.

 

이 지루한 세계에서 우리는 나약해진 상태로 살아남는다. 예술은 그런 나약해진 인간 속에서 실낱같은 틈을 파고든다. 음악은 좀 더 은밀한 방식으로 스며든다.소리는 바라지 않아도 흘러들어오고, 지식 없이도 사람의 정서를 뒤흔들어 놓는다. 그러한 침입은 우리의 자아를 일상적 의식을 초월한 세계로 끌어당긴다.

 

신박서클의 '유사과학'은 그러한 방식으로 사람을 위로한다. 신박서클의 그런 장난스러운 위로를 받으면서 새삼 예술은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맞다. 그것들은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역사에서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세상이 더 복잡해질수록 예술의 가치는 더욱 경시 받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스며들듯 인간의 틈을 파고드는 것은 언제나 예술이었다.

 

은근한 농담, 잔잔한 멜로디는 스며들어 인간을 변화시킨다. 그것이 어떤 신비주의 취급받으면 어떤가? 우리를 살아가는 감각부터가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자아인데 말이다. 신박서클의 좀 우스운 위로는 그래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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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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