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밴드 '신박서클'의 유사과학 콘서트

글 입력 2022.08.12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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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없는 노래를 듣는 공연이 얼마 만인가? 언젠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기간 지속된 코로나의 영향이 컸기 때문에 다양한 공연을 접할 기회가 참 없었구나 싶었다. 그렇게 잘 모르는 밴드였던 '신박서클'의 2집인 <유사과학> 콘서트를 가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엔 노래를 미리 듣지 않고 갔다.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콘서트였다면 예습 겸 노래를 많이 듣고 갔을 텐데 이번엔 가사가 없기에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온전히 음악을 즐기고 오면 되겠다 싶었다.

 

나와 이것저것 영화 관련 이야기를 잘하는 친한 언니와 공연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함께 공연장에 갔다. 도착해서 보니 생각보다 공연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그래서 앉아있는 많은 관객들은 어떻게 이 밴드를 알게 되었을지 괜히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잠깐 기다리는 시간에 밴드의 멤버들이 등장하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가야금, 색소폰, 드럼, 베이스라니..' 악기의 조합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악기마다 개성이 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든 곡들이 대부분 다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는데 공연을 들을수록 나의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성 강한 악기들이 함께했을 때 주는 합이 참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가사가 없는 공연은 좀 단조롭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가사가 없기에 악기마다의 소리를 더 잘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다. 노래 제목을 알려주고 연주할 때는 내가 노래를 들으면서 괜히 제목과 연주와 어울리는 가사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래서 공연을 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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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의 콘셉트에 맞춰 수상한 과학자의 모습으로 흰 가운을 입고 나온 게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중간중간 밴드에 대한 이야기, 음악에 대한 이야기, 짧은 농담으로 공연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가사가 없어 집중을 못 하지 않을까 했는데 악기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그 악기의 소리만 들리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들의 조화로운 연주, 내가 상상해 보는 가사까지 떠올리니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2집과 신박서클이라는 밴드 이름이 너무 잘 어울려서 특별한 뜻이 있을 줄 알았는데 멤버들의 성을 따서 만들었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라라랜드의 재즈 바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가야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특별하고 독특한 연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야금의 단독 연주 속에서도 참 고운 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고 세상엔 내가 모르는 음악이 참 많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한 곡은 '평면 지구'이다. '왜 지구는 둥글다고만 생각할까요?'하면서 의문을 때 그것을 디테일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등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기가 믿는 것을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한 느낌이 음악을 통해 느껴졌다. 그래서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확신이란 마음을 갖고 하는 연주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삶에서 생각지 못한 의문을 음악으로 재밌게 풀어냈다.

 

공연이 끝난 후, 다음날부터 이 밴드의 음악을 다시 들었다. 그런데 음원으로 다시 들으니 공연과 음원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꼈고 내가 새로운 것을 경험했구나 싶었다. 취미로 드럼을 치는 친구가 실제 공연은 음원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그 말을 공감할 수 있었다.

 

공연장에서 연주하는 사람이 주는 에너지와 관객이 함께하는 것은 내가 혼자 음악을 듣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음악가들의 인터뷰를 봤을 때 연주를 100퍼센트 음원으로 담는 것은 참 어렵다고 했는데 진짜 어려운 작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악기를 연주하는 그날의 내 몸 컨디션, 관객과의 소통, 멤버들과의 합, 어쩌면 공기까지도 음원으로 담기길 바랄 것 같았다. 참으로 섬세해야 하는 직업임을 또 한 번 깨달았다. 섬세한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실제로 공연하는 것을 볼 기회가 많이 사라져서 아쉽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언니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밴드의 멤버들이 팀과 연주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잘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애정을 갖고 연주하는 사람은 반짝반짝 빛나 보였다. 진정성 있는 마음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그렇게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앞으로 자주 공연장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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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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