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에를리치의 한국 전시 - 바티망을 보고

노들섬에서의 짧은 전시 관람 후기
글 입력 2022.08.1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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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전시를 보러 노들섬으로 가는 날은 날씨가 무척 좋았다.

 

한강대교의 삼분의 일을 지난 지점에서야 날씨가 너무 좋아서, 자칫하면 더워서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기에 노들섬을 향해 마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지나가는 길에서 봤던 구름과 꽃들은 햇빛에 반짝여 싱그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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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역을 나왔더니

무궁화 꽃이 싱그럽게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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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으로 향하는 다리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니

이름 모를 공룡 2마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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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섬에 잘 도착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조형물(?)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수영장’이란 작품은 학부생 때 일본의 가나자와라는 미술 특화 지역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작품을 제작할 때 특이한 재료를 활용하여 유명세를 떨친 작가들은 여럿 봐왔으나, 착시를 이렇게 적재적소에 쓰는 미술가는 처음이었다. 직접 일본을 방문하여 본 것은 아니지만 워낙 신선했기에 그 기억이 몇 년이 지난 다음에도 남아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한국의 노들섬에서 전시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길게 고민하지 않고 전시 관람을 신청했다. 어쩌면 삶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주길 바라면서,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참신한 착시 작품들과의 조우를 기대하면서. 총평부터 하자면 새로운 영감을 얻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전시의 기획이나 구성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이 남았다.


우선 전시의 작품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인 ‘바티망’을 제외한다고 해도 남는 것은 대여섯 개의 작품들밖엔 없었다. 거울의 반사 효과를 활용한 전시 작품 3점이 아래층에 있었고, 영상과 사진으로 구성된 작품들 몇 점이 윗층에 있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한 작품마다 머무는 시간이 10분 이상이 되지 않으면 30분 안에는 다 볼 수 있는 전시였다.


순수 미술이나 회화에 애정이 있는 관람객들이라면 조금은 실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스타그래머들이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기에는 좋은 주제의 전시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SNS 인플루어서만을 위한 전시는 아니었다. 연령대가 비교적 낮은 관람객들이 친구들이나 가족과 가볍게 즐기기 좋은 전시였다.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고 교감하면서 놀면 되었다.


첫 번째로 만난 작품은 여러 나라의 지하철에서 담아온 바깥 풍경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었다. 각국에서의 지하철 창밖 풍경을 끊기지 않게 이어지도록 영상을 절묘하게 편집해냈다. 지하철 창과 같은 프레임에 영상을 틀어 놓았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의 환상을 체험할 수 있는 멋진 작품이었다. 비행기에서 창밖의 풍경을 그린 작품도 비슷한 컨셉이지만 조금은 달랐다.


지하철에서 바깥의 일상을 촬영한 작품과 달리 비행기에서의 창밖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왜냐면 바깥의 풍경이 하늘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구름과 도시의 야경이 펼쳐져 있는 영상에 몰입하며 한동안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했던 비행기 안에서의 설렘과 낭만을 꿈꿀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마치 전시장이 휴가를 대리로 만족시켜준 느낌도 들었다.


다음으로 만나게 된 작품들은 그동안 다른 국가에서 진행해왔던 설치 미술의 사진들이었다. 그중에서는 내가 처음으로 에를리치를 접하였었던 일본 가나자와 미술관의 ‘수영장’이 있었다. 유럽에서 작업한 ‘녹아내리는 집’들도 있었다. 광장 같은 곳에 설치된 미술 작품으로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집 모양의 건물들을 초현실주의적으로 해체하여 실물화한 작품이었다.


녹아내리는 집들을 보고 있자니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이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하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어떤 심오한 의미를 담은 것일까. 의외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 날씨가 너무 더웠기에 지구온난화에 대해 떠올려보게 되고, 현시대의 가족 붕괴 사태라는 사회 현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그 후 아래 층으로 내려가보니 거울을 활용한 작품들이 몇 점 있었다. ‘로스트 가든’이라는 제목의 작품과 ‘교실’이라는 이름의 작품도 있었다. ‘로스트 가든’은 잃어버린 정원이라는 이름답게 또다른 세계 속의 나의 모습에 대해 상상해볼 수 있는 신기한 작품이었다. ‘교실’은 반투명 유리막을 사이로 황폐한 교실의 모습 속 자신을 유리창에 비추어보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들을 모두 감상하고 나니 마지막으로 대망의 작품 ‘바티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래의 사진은 내가 ‘바티망’ 작품 안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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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망’이 설치된 작품의 바닥에 누워서 몸을 막 비꼬니 거울에는 나와 주변인들의 모습이 비춰져 마치 건물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듯한 모습으로 연출되었다. 이 작품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사진을 촬영하려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어 오랜 시간 머무르기 힘들었다.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바티망’의 전시는 끝이었다. 사실 나는 전시를 다 보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뭔가가 더 있겠지’ 하는 심정으로 기프트 샵에 가기 전,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역시나 아무 것도 없었다. 이미 다 관람한 것을 한 번씩 더 볼 필요는 없었기에 기프트 샵을 지나쳐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바깥에는 여전히 뜨거운 햇빛이 나를 내리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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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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