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겨울잠을 잡니다 [음악]

포근한, 겨울잠 같은 아이유의 노래를 듣는다
글 입력 2022.08.11 03:2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이불처럼 포근한 노래 - 아이유의 '겨울잠'


여름엔 열대야 때문에 잠 못 이룰 때가 많다. 그럼 겨울에는 추워서 잠을 못 이루나. 수면이 일정하지 않는 나는 '잠' 때문에 꽤나 많이 고민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지금도 현재(ing) 형일 수도.

 

 

[포맷변환][크기변환]다운로드.jpg

 

 

불현듯,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었을 때, 걱정이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를 때, 잠 못 이룬 날은 더 많아졌다. 오늘이 지나가면 다 끝날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때도 있었다.

 

어떤 기억에 사로잡혀 끊지 못하기도 해 깨어있는 시간에 뭐라도 해보려고 드라마나 노래를 잠드는 순간까지 틀어 놓기도 했었다. 좋은 노래는 무한반복을 넘어 편안함을 주니까.


나는 옛날 80년대 세대들이 들을법한 올드한 사랑 노래, 혹은 강렬한 댄스음악 등을 좋아한다. 또 옛날식 랩과 멜로디가 가미된 노래를 자주 듣곤 한다.

 

그런데 최근 플레이리스트에 무한반복 재생 중인 노래가 있다. 바로 아이유의 '겨울잠'이라는 노래. 음악 감상에 대해선 평론가는 아니지만 난 아이유의 특유의 분위기와 사랑스러운 감성이 좋다.

 

그중에 하나는 단연 가사일 것이다.나는 시를 썼던 사람이라 시적인 단어, 감각을 매우 좋아한다. 머릿속에 스며드는,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잔상이 남는 가사들을 좋아한다.

 

 

'때 이른 봄 몇 송이 꺾어다 너의 방문 앞에 두었어'

'별 띄운 여름 한 컵 따라다 너의 맡에 두었어'

 

 

얼마나 사랑스러운 가사인가.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마음을 '봄 몇 송이'라고 명명하는 것, 좋아해 '보고 싶다 라는 말' 대신 수줍게 단어를 통해 대신 말하는 것. 나는 가사에 젖어 내가 그리워하는 그 누군가를 따라가다 보면 금세 스르륵 잠에 빠진다.

 

이것이 음악, 음악 중에서도 가사가 주는 강한 힘이겠지.

 

 

[포맷변환][크기변환]shutterstock_1286334514.jpg

 

 

다정한 가사들이 머릿속에 쿡쿡 박히며 올해는 혼자 보내야 되는 봄을 떠올린다. 연인과의 이별, 사랑했던 사람과의 원치 않은 안녕 등, 듣는 사람에 따라서 그 누구라는 대상은 각각 다를 것이다.


가사에서와같이 조각 잠을 자고 깨어나면 누군가가 정말 뭐라 말해줄 것 같다.

 

나는 이 노래에서 엄마를 만난다. 그런데 깨고 나면 엄마는 없고, 아침이 와버린다. 아주 긴 겨울잠을 잔 것 같은데 말이다.


 

'새하얀 겨울 한 숨 속에다 나의 혼잣말을 담았어.

 줄 곧 참아내더라도 가끔은 철없이 보고 싶어'

 

 

가사가 가슴을 쿡쿡 쑤신다. 차가운 공기 너머로 또 다른 생각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엄마가 보고 싶어 일부러 잠을 청한 날들이 있다. 일찍 잠에 들면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을까. 어느 날은 잠결인지 꿈 속인지 모르겠지만 허공에 대고 엄마만 들어봐라고 독백을 하다 깜짝 놀란 적도 있었다. 이제, 아니 벌써 일 년이 흘렀나 달력을 보며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가슴속에 운석 하나가 쾅 박힌다.

 

누군가를 보고 싶을 때 참아내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울지 않으려고. 오늘 밤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나 괜찮아지겠지 혼자 위안 삼으며. 그런데 괜찮은 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선명해지고 그리움은 깊어지기에.

 

나는 아직 긴 겨울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래도 별 띄운 물컵 하나, 예쁜 문장 하나, 엄마랑 나눴던 기억 몇 조각 싣고서 아름다운 것들만 머리에 싣고 조용히 잠을 청해 본다. 포근한 노랫말이 베개가 되어 조용히 내 달팽이관 속으로 스며든다. 오늘은 만날 수 있을까.

 

 

 

네임.jpg

 

 

[최아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