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박 신드롬 사회에서 살아남기 [문화 전반]

인생 한 방을 외치는 시대에 촌스럽게 돈 쓰기
글 입력 2022.08.0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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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화폐로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이 먼발치에서 종종 들려온다.

 

내 주변에서 가상 화폐 즉, 비트코인으로 큰돈을 만진 사람은 역시 극소수에 불과한데, 최측근이 그들 중 하나라 그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걸 보면 스스로가 공부 머리는 있어도 돈 버는 머리는 영 없다는 생각을 한다.

 

'투자 붐'에 탑승해보고자 코로나 이후 온라인 수업 관련주가 뜬다는 말에 몇 회사의 주식을 매수했다가 녹아내리는 주식 차트에 눈을 질끈 감았던 적도 있고 우량주가 좋다더라는 말을 듣고 모 전자의 주식을 덥석 매수했다가 소박한 이문을 남기고 매도했던 적도 있다. 그러다간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주식 차트 읽는 법부터 차근차근 공부를 해보려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이걸로 큰 돈을 버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으로 끝이 났지만.


촌스러울지 모르겠지만 나는 요즘 사람답지 않게 근로를 통한 수익을 좋아한다. 아니, 근로가 내가 아는 유일한 돈벌이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대학원에 다닐 땐 코퍼스(말뭉치) 입력에 필요한 번역 작업을 했고, 짧은 백수 기간에는 지문이 닳을 기세로 논문 번역을 했다. 입사 후에는 월급날만을 바라보며 열심히 회사 일을 한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자연히 노동의 신성함이라는 거창한 가치관을 따르며 살았다.


그런데 요즘은 내 가치관이 깃발이라면 아마 부표 위에 꽂혀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코인 대박과 주식 부자라는 바람에 휘청휘청 너무 쉽게 흔들린다. 아마 주식 차트처럼 요동치는 세상에 소득 창출에 대한 가치관이 흔들리는 건 나뿐만이 아닐 거다.


주식, 코인, 부동산, NFT, 가상화폐 등 부자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 돈을 버는 행위와 불리는 행위를 구분할 필요를 느끼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근로를 통한 돈 벌기가 뿌듯하고 즐겁다. 불리는 법은 잘 모르겠지만 매일같이 반복되지만, 또 매일이 다른 노동 현장은 통장에 찍히는 액수를 훨씬 초과하는 기쁨을 준다.


대박 신드롬이 너무 식상하고 천박하다. 주식이나 코인으로 큰돈을 한 번 만져보려는 한탕주의자가 판을 치는 세태가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다. 정보를 선점하려 혈안이 된 사람들의 모습이 무섭고 추하다. 물론 누군가는 내 불만을 못 벌어본 자의 자격지심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혹은 아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떻게 벌까?' 보다는 '어떻게 쓸까?'를 궁리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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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정말 어떻게 써야할까

 

 

'돈'에 대한 생각은 대학생 때도 했고, 대학원생 때도 했다. '관계'라는 주제만큼 나와 오랜 시절을 보낸 주제인데, 차이점이 있다면 관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서투르고 낯설지만, 돈은 어느 정도 나와 썩 가까워졌다는 거다.

 

완전한 경제적 독립을 실현했고 먹고 싶은 음식, 사고 싶은 물건, 가고 싶은 여행지 등 욕구를 적절히 통제하며 내야 하는 요금과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것들을 우선하며 산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대략의 답을 찾았고, 그것을 공유하고자 한다.


어떻게 쓸 것인가? 시간순이라는 거친 규칙을 적용해보고자 한다.


내 과거를 안락하게 해주었던 비용은 1순위로 처리한다. 신용카드값, 휴대전화 요금, 전기 요금과 가스 요금 등. 안락했던 내 삶을 담보로 진 빚을 빨리 처분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건 당연지사.


내 현재를 풍요롭게 하는 비용은 2순위로 처리한다. 단, 최소와 최대의 선을 정한다. 내가 입고 싶은 옷, 먹고 싶은 음식, 가고 싶은 전시와 보고 싶었던 친구와의 약속 등. 이 비용을 아끼면 체감 궁핍도가 크게 증가한다.


다음은 내 미래를 보장하는 비용이다. 언젠간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장만해야 하는, 값이 좀 나가는 원피스와 신발, 언젠간 크게 다칠 일을 대비하는 보험료, 언젠간 볼 넷플릭스나 왓챠, 언젠간 들을 멜론과 유튜브 프리미엄 등. '언젠간'으로 시작되는 것들을 현재보다 앞세우면 너무 쉽게 사치가 된다.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규칙은 다양해지겠지만 지금은 위의 규칙에 따라 소비 생활을 즐기고 있다. 새로운 규칙이 추가될 때마다 성숙해지는 거겠지. 스스로 소비 세계의 시티즌이 되기 위한 좋은 행보를 기대한다.

 

 

[오영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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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_여름
    • 공감되는 글이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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