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러닝메이트', 있으신가요?

난 있는데
글 입력 2022.08.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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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메이트’는 보통 부통령과 같이 차위(次位) 직에 출마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지만, 대학교의 학생회에서는 조금 다른 뜻으로 쓴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학생회는 회장과 부회장이 하나의 조로 함께 출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때 출마한 회장과 부회장은 직책의 우위와 관계없이 서로의 러닝메이트가 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 단어가 쓰이는 시기다. 원래 이 말은 선거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지만, 대학교 학생회에서는 반대로 선거에 당선된 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낙선된 조가 서로를 러닝메이트라고 칭하는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 당선된 회장과 부회장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서로를 ‘러닝메이트’, 줄여서는 ‘런메’라고 부른다. 임기가 끝나고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사람이 아니라 ‘관계’에 가까운 용어로 쓰인다고 볼 수 있겠다.

 

러닝메이트라는 관계는 무척 재미있다. 매우 친밀한 사이, 아예 모르는 사이, 일로만 아는 사이 등 어떤 관계에서든 결성될 수 있으며, 시작이 어떻든 임기를 수행하는 동안은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아니, 사실 가까운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함께 공약을 이행해야 하고, 매주 회의도 나가야 하고, 구성원들을 어떻게 이끌지 의논도 해야 하니까.

 

마치 가족이나 연인처럼 어떤 중요한 일은 반드시 공유할 의무가 생기기도 하고, 서로 견제하거나 싸움이 벌어질 때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둘의 사이가 어떤가?’를 하나의 평가 항목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면 둘은 꽤 가까운 친구가 되기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원수가 되기도 한다.

 

나는 대학교에서 오랫동안 학생회로 활동하며 세 명의 러닝메이트를 얻었다. 나의 삼 년을 세 명과 쪼개어 보낸 것이다. ‘자기소개’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들의 입을 빌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질문지를 만들어 세 명 모두에게 인터뷰를 부탁했고, 세 사람 모두 응해주었다.


 

인터뷰 대상 - 탁무겸, 토끼(가명, 토끼 앞니를 가지고 있다.), 김혜진

 

사전 소개 - 탁무겸(이하 ‘’): 내 첫 번째 러닝메이트. 일 년 간 일을 같이 해본 상태에서 함께 출마했다. 어릴 적 본 ‘다!다!다!’의 고양이 캐릭터 ‘바바’와 목소리가 비슷하다. 최근 졸업 전시를 위해 감자 누끼를 많이 땄다.


토끼: 내 두 번째 러닝메이트. 상황이 급했던 터라 옛날 사람들 결혼하듯 얼굴도 보지 못하고 이름과 간단한 이력만 들은 상태로 결성되었다. 2020년에 함께 일한 ‘코로나 학생회’였으며, 임기 당시 나와 MBTI가 하나도 일치하지 않았다.


김혜진(이하 ‘’): 내 세 번째 러닝메이트. 혜진이가 1학년 때부터 쭉 나와 함께 학생회 활동을 했다. 이 질문지에 대한 답변을 1등으로 제출했다. 심지어 내가 뭔지 아직 설명도 안 하고 링크만 준 상태였는데.

 

공통점 - 셋 다 눈이 크고 삼수를 했다. 나 역시 삼수를 했다. 난 눈이 크지 않지만.

 



인터뷰



Q. 러닝메이트로서 우리가 어떤 일을 같이 했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 학과 학생회 회장단을 같이 했습니다.


토끼: 조형대학 학생회 회장단으로 새내기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릴레이 웹툰, 멘토-멘티 사업, 온라인 등교 프로젝트, 조형인의 밤 등 많은 일들을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2021년도 졸업전시준비위원회의 위원장(서인), 부위원장(혜진)을 맡았습니다.

 


Q. 그 당시의 김서인은 어떻게 일하는 사람이었나요?


: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고 다 같이 하도록 유도하는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토끼: 대외적으로는 듬직한 맏언니로, 내부적으로는 친근한 사촌 언니로 일하는 사람이었어요. 정말 언니가 있어 어느 자리를 가든 자랑스러웠답니다.☺︎ 학생회에서 일할 때는 자유로운 장을 만들어줘서 학생회 친구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게 이끌어주었습니다.


: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 간단한 루트보다는,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열며 대화를 나누도록 하고 그 속에서 답을 얻는 사람이었습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최대한 많은 정보 속에서 최선의 결론을 찾으며 일하는 사람!


 

Q. 저의 일하는 방식은 당신과 잘 맞았나요?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 같은 이상을 바라보고 있었고, 저와 다르게 (김서인이) 꼼꼼한 편이어서 합을 맞추며 다채로운 일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토끼: 언니와 저는 일하는 스타일이 달랐는데, 달랐기에 서로 부족한 점을 채우면서 일했던 것 같아요. 일하면서 트러블이 없었는데 이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면서 일해서 그런 것 같아요.


: 일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짧고 굵게를 지향하는 저는 조금 곤욕일 때도 있었지만, 편한 분위기에서 더 좋은 답이 나오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좋은 기회였습니다.

 


Q.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나 사건 등이 있다면 작성해주세요.


: 서인이의 공약이었던 비건 간식 옵션을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저는 사실 그전까지 학과에 채식하는 학우들이 그렇게 많이 있는지 몰랐는데, 행사를 진행하면서 알게 되어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이외에도 MT에 갔는데 산불이 난 것*, 거의 최초로 2학기 개강총회를 개회한 것, 협찬을 많이 받은 것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 이 산불은 우리가 지른 것이 아니다. 2019년, 강릉으로 MT를 갔는데 그 해 강릉에 큰 산불이 나서 고립될 뻔한 일을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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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베이커리 해밀'에서 주문한 비건 피자를 옵션에 추가했다. (사진 출처: 비건 베이커리 해밀)



: 늘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던 서인 언니가 작품 설치 날 사다리에 올라가는 것이 두려워 사람들에게 계속 부탁했던 기억이 나네요…. 고소공포증이란…. 그리고 전시 오픈 날, 점심 먹을 시간조차 없어 차갑게 식은 김밥을 먹은 서인 언니가 급체해서 많이 아팠는데요, 마음이 매우 안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고 보니 저는 강한 사람의 약한 모습(혹은 반대)에 놀라는 편인 것 같네요.


토끼: 기억에 남은 추억이 너무 많아서 한 가지만 고르는 것이 어렵네요. 그래도 한 가지를 뽑자면 건준위* 시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고, 학교 온라인 학습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 잡기 전에 단운위* 친구들과 함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활동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학과 별로 설문조사를 돌려 온라인 강의에 대한 여러 의견을 취합하고, 이를 교수님들과 행정실 선생님들께 전달하고, 전달한 내용이 채택되어 여러 문제가 개선되는 전 과정에 함께했습니다. 내용을 취합하고 정리할 때는 밤도 새고 힘들었지만, 건의 사항이 받아들여지고 개선되는 것을 보고 정말 뿌듯했답니다. 학생회의 존재 이유가 확 와닿았어요.

 

(*건준위: 건설준비위원회.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학생회 3월 선거가 계속 밀려서 예비 후보자 신분인 우리가 운영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건설준비위원회’로서 대표자 활동을 했다.)

(*단운위: 단과대학운영위원회. 단과대학 학생회장, 부회장 및 단과대학 소속 학과 학생회장, 부회장으로 구성된 회의체)

 


Q. 우리는 동료로서 함께 일하기도 했지만, 가까운 친구 관계이기도 했죠. 일 외적인 분야에서의 저는 어땠던 것 같나요?


토끼: 일 외적으로는 저의 어머니로서 항상 따뜻한 시선과 걱정 어린 말로 저를 보살펴 주십니다. 엄마와 딸 할 정도로 따뜻한 관계예요. 그리고 유머 감각이 좋아 같이 있으면 재미있고 놀라워요. 저는 생각도 못 한 신선한 발상을 보여줄 때가 많습니다.


: 일할 때는 생각보다 할 말 다 하면서 화를 잘 다스리는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 외적으로는 (특히 연애하는 모습을 보며) 이벤트 등 소소한 재미를 아는 친구라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 단 한 번도 취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사람…

깔깔 유머를 뱉다가도 선은 절대 넘지 않는 사람…

늘 누군가의 생일과 기념일을 잘 챙기는 다정한 사람…



Q. 러닝메이트는 최고의 친구가 될 수도 있지만, 최악의 원수가 될 수도 있는 관계죠. 우리의 관계는 어땠나요?


: 무척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잘 타협하는 멋진 친구였습니다.


토끼: 첫 만남 때 2시간인가, 3시간인가… 같이 사람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정말 어색하고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었는데 언니가 농담도 건네고 질문도 많이 해주면서 그 시간을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줬거든요. 그때 언니랑 끝까지 좋은 관계로 남아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첫 만남 때 느꼈던 것처럼 항상 같이 있을 때 분위기를 즐겁고 유하게 만들어줘서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 둘 다 계획적인 편은 아니라서 같이 고생하기는 했지만, 그런 고생도 즐길 줄 아는 우리여서 유쾌하게 넘길 수 있었어요. 딱히 싸울 일은 없었네요. 일 적, 인적 지향점이 같아서? 혹은 더 나은 결과 도출을 위해 인간관계를 망치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최악의 원수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꼭 해야만 하는 사이는 아니었어요. 그냥 나답게 행동했고 즐거웠습니다.

 

 

Q. 그 모든 활동이 끝난 지금, 저는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 그냥 무소속 서인이.


토끼: 언니는 언제 만나도 변함없는 사람 같아요! 좋은 의미입니다.


: 관직을…… 내려놓으면 사람이 온화해지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행복해 보여요.

 

 

Q. 우리가 만약 지금의 상태로 다시 함께 임기를 맞이한다면 어떨 것 같나요?


: 더 재미있는 행사를 진행하지 않을까?


: 조금 더 계획적으로 살지도……. 아닌가, 돌아가도 똑같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도 잘했었는데~’ 하면서.


토끼: 같이 일할 때는 제가 아는 게 너무 없어서 큰 도움이 안 된 것 같은데 지금은 그래도 그때보다는 더 유능한 부회장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다시 한다면 좀 더 판을 넓혀서 기획해보고 싶어요. 언니의 놀라운 발상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답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고생했다 서인아☺︎


토끼: 어느덧 언니를 안지 3년이 되었는데 언니의 발자취 하나하나가 놀랍고 존경스럽답니다. 자기소개를 인터뷰로 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알면 알수록 생각이 깊고 남들과는 다른 발상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의 일들도 기대가 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파이팅☺︎


: 사잇길* 가서 트러플 감자튀김 먹자.


(* 사잇길: 학교 근처 단골 식당. 사장님이 친절하고 파스타가 맛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사실 세 사람과 ‘우리가 함께 어떻게 일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특히 ‘토끼’와는 꽤 자주 그런 이야기를 했다. 처음부터 러닝메이트로 만난 사이였기 때문인지. 말이 아닌 글로 주고받는 것은 셋 모두 처음인데,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문장과 생전 처음 듣는 나에 대한 평가에서 고마운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러닝메이트’는 학생회에서 얻을 수 있는 귀한 인연이다. 서로를 1년간 열렬히 관찰하고, 서로에게 맹렬히 영향받으며, 함께 열정적으로 일하는 관계. 함께 출마하기를 결심하지 않는 이상 가질 수 없고, 가족, 연인, 친구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나를 바라보는, 서로의 이상과 가치관을 긴밀하게 맞대어 볼 수 있는 사람.

 

좋든 싫든, 이런 특별한 관계는 얻기 힘들다. 마치 ‘이런 특별한 관계의 러닝메이트를 얻기 위해 출마해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내용이 나올 것만 같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나를 표현한다는 명분으로 내가 가진 좋은 인연을 에둘러 자랑하고자 한 것에 더 가깝겠지, 아마.

 

나를 소개하기 위해 시간을 내준, 고맙게도 아직도 잘 연락하며 지내고 있는 세 명의 ‘런메’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조만간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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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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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린세스메이커
    • 너무 부럽네요 당신을 런닝메이트로 둔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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