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재수와 떡볶이

20살을 버티게 한 떡볶이
글 입력 2022.08.0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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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수를 하고 대학에 갔다. 따라서 나의 20살은 친구들에 비해서 조금은 더 지루했고 좌절했던 기억들이 많은 것 같다.

 

학생일 적에는 막연히 '그래도 내가 가고 싶어한 학교에 어떻게든 가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많은 것들에 소홀했었다. 세상은 당연하게도 많은 것들이 노력의 산물로 이루어져있다는 사실을, 노력하지 않았을 때 당연히 오고야마는 실패의 순간은 모두에게나 공정하다는 사실을 나는 수능을 치른 이후에야 깨닫고 말았다.

 

결국 20살의 난 재수학원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때부터는 '재수까지나 했는데 당연히 대학을 잘 가야지'라는 타인의 기대, 그리고 나의 불안함으로 인해 부담에 허덕였다. 참 슬픈 시간들이었다. 왜 대부분의 미디어에서는 학창 시절의 설레고 나른한 우정과 사랑의 시간을 다루고나서 바로 대학 이야기를 꺼내는 걸까, 왜 그 치열한 순간은 하나도 잡아내지 않는걸까.

 

원망도 많이 했다. 모든 순간이 행복하지 않았고 혼자 화장실에 틀어박혀서 하루종일 나오지 않은 적도 있었다. 또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져 모두가 나를 믿지 않는 순간들도 있었다. 억울했지만 말할 수 없었다. 재수생은 공부나 해서 대학에 잘 갈 궁리나 해야하는 것이 그 학원의 시스템이였고 이 사회의 시스템이였기 때문이다.

 

결국 어영부영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들어갔고 그 때부턴가, 나는 내가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것들을 하나 둘씩 포기하기 시작했다. 결국 재수라는 시간은 내게 있어서 차가운 현실을 보여주고 그 잔혹함에 나조차 바뀌어간 순간들로 가득했기 때문에 나는 20살의 나를 기억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안쓰럽고, 슬프고, 화가 나고, 또 우울하다, 그 시간을 떠올리기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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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학원이 있는 곳은 주변이 다 회사나 직장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은 가격이 높았다. 그러나 재수학원의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은 식당을 열지 않았기에 네 끼를 내가 직접 찾아 챙겨야 했는데, 20살의 식비라곤 일주일에 만 원이 전부였던 나에겐 다 그림의 떡이었던 곳들이다.

 

나는 그런 곳에서 한 끼를 먹으려면 남은 세 끼를 굶어야 했기 때문에 한 달의 식사량을 조절해서 겨우 돈을 모아 가끔 가곤 했다. 그렇다면 그 돈을 모으고자 아예 굶었느냐, 그것은 20살에게 너무 가혹했을 것이다. 재수학원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떡볶이집이 있었는데, 그 때의 나는 몰랐지만 맛있기로 서울에서 아주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매운 것을 못 먹는 나도 즐겨 먹을만큼 맛있는 달콤함과 1인분에 3000원이라는 매우 싼 가격, 그리고 2명이서 한 그릇을 먹을 만큼 아주 푸짐한 양에 나는 그 곳에 자주 가서 허겁지겁 끼니를 몰아서 해결하곤 했다. 토요일은 점심에 식당을 열었으므로 저녁을 굶었고, 일요일 저녁에 주로 그 식사를 했는데 학원에 있던 동안 쌓여왔던 슬픈 울분이 떡볶이를 먹으며 서글픔으로 바뀌어가는 느낌을 참 많이 받았다.

 

달콤했지만 어딘가 마음이 아렸던 그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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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수학원 근처를 지날 일이 있어서 이 떡볶이 집을 들리게 되었다.

 

재수학원을 가던 20살 때처럼 익숙한 버스 정거장에서 익숙한 버스를 타고 익숙한 장소를 지나쳐 익숙한 시간이 흐르면 익숙한 곳에서 내린다. 그리고 낯선 감정으로 익숙한 언덕을 오르면 익숙한 떡볶이 집. 그 낯선 감정은 떡볶이 집에서 익숙한 감정으로 바뀌어간다. 1000원이 올랐지만 여전히 싼 떡볶이는 여전히 달콤한 그 맛과 함께 뭔가 더 양이 많아진 것 같았다. 다 먹고나서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8월, 20살의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시간. 어딘가 20살의 내가 눈물을 삼키며 주린 배에 떡을 몰아넣고 있을 것 같다. 그 20살의 나는 재수학원을 지나쳐 어느 집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삼켰던 울음을 쏟아내고 있을 것이다.

 

미래를 살고 있는 지금의 내가 20살의 내게 줄 수 있는 건, 그 떡볶이겠지. 슬프지만 찬란했던 20살의 나와 따뜻했던 떡볶이.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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