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공짜 돈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 책 '기본소득, 공상 혹은 환상'

글 입력 2022.08.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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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달콤한 공상



오늘날 개인은 고통의 시대를 달린다.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은 이미 걷잡을 수 없어졌고, 어떤 기업에 취직하고 정규직인가에 따라 각기 다른 삶의 기반을 가진다. 이러한 문제는 코로나바이러스와 4차 혁명 이후로 더욱 극심해졌다.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불평등 문제는 팬데믹 이전부터 고개를 들어왔지만, 해결되지 못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모두 개인의 짐이었다. 오늘날 청년들이 많은 것을 포기한 것도, 평등 담론이 어떤 참사로 이어지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완전히 구분할 수 없다. 그 중간에는 소득 불평등이 표적처럼 매달려 있다. 이런 사회에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되는 기본소득제가 화두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기본소득제는 시대적 맥락에서 다르게 정의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의미하는 기본소득제는 보편적, 조건 없이 정부가 개인에게 지급하는 현금으로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기본소득제는 아주 좋은 대안으로 보인다. 가구가 아니라 개인에게 지급되고, 다른 소득 여부없이 취업을 입증하지 않아도 지급되는 현금은 노동하지 않고 입증하지 않아도 고르게 분배된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믿고 있는 기본소득이 그 정의조차 모호한 상태로 정치에서 남용되고 있다면 어떨까? 오늘 소개할 책, '기본소득, 공상 혹은 환상'은 그 제목처럼 기본소득의 모호성을 저격한다.

 
 

 

환상적인 모호함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논의를 위한 기본적인 근거를 세우기 위해 자본주의 시스템의 발달과 기본소득의 역사에 대해 돌아보고 '기본 소득'을 정의한다. 2부는 기본소득제가 다시 주목받게 된 맥락과 기본소득의 모호함을 비판한다. 3부는 앞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기본소득'에 갇히지 않은 더 큰 정부의 지원을 강조하며 마무리한다. 이처럼 책은 적절한 논리구조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각 장과 부에는 요약을 붙여 기본소득에 대해 특별한 지식이 없더라도 저자의 주장을 손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각 부를 좀 더 자세히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1부는 기본소득의 역사를 살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기본'은 18세기 토머스 페인이 모든 시민에게 똑같은 액수의 소득이나 자산을 지급하여 삶의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발달-임노동 체제의 확립과 근로조건의 점진적 개선-, 노동자 계급의 단결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오늘날 논의되는 기본의 요소들은 기본소득의 역사 속에서 정의된 적 없었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사회시스템의 필요와 발전에 따라 변화해온 것을 재구성한 개념에 불과하다.

 

2부에서는 1부에서 제시된 '기본소득'이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시스템의 발달을 통해 해결했던 것처럼, 우리가 신봉하고 있는 기본소득 역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역사에서 다른 맥락에서 기본소득이 의미를 가지고 실현된다 하더라도 여러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조세가 필요한데, 모든 시민의 소득 및 재산 수준을 정확히 추산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그것이 가능하다면 차등적 지급을 시행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현대 복지국가의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전면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 애당초 국가가 정확한 조세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엔분의 일로 쪼개 분배하는 것이 국가가 제공할 수 없는 최선의 복지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저자는 복지국가냐 기본소득 제냐를 선택하게 하는 대결구조에 갇혀 생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국가의 정책적 노력을 강조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가 경제적 안전을 보장한다. 개인은 경제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득과 재산 수준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개인이 조력할 수 있는 편차가 생기게 되었다. 기업에서 제공하는 안전망도 기업의 규모, 정규직 유무 등으로 편차가 크다. 개인과 기업이 경제적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 국가가 경제적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그 개념조차 모호한 기본소득 제만이 오롯한 답은 아닐 것이다.

 

 

 

나가며



책 '기본소득, 공상 혹은 환상'은 기본소득이 제기된 역사적 맥락과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맥락을 비교하여 기본소득의 한계성을 지적한다. 명확한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기본소득제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모두에게 추천될 수 있는 책이다.

 

각 장과 부에는 요약이 붙어있을 뿐만 아니라,적절한 논리구조에 따라 글이 전개되기에 기본소득에 대해 특별한 지식이 없더라도 손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과 별개로, 오늘날 기본소득이 명확한 정의 없이 진영논리로 갈려 오용된다는 사실은 우리가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우리의 사회보장 시스템이 빈곤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위해 더 많은 고민과 투자가 필요하다. 기본소득제는 아주 오래전 필요에 따라 제시된 만큼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지만, 빈곤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기본소득제 뿐만 아니라 어떤 사회보장 시스템도 빈곤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단순한 소득의 지급에서 벗어나 노동시장에서 더 나은 급여를 받고, 실직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거주지에서 살아갈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본소득을 포함해 빈곤을 줄이기 위한 논쟁은 늘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사회 보장 시스템이 부적절하고 빈곤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효과적인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단순한 기본소득제와 사회복지시스템을 넘어서, 어떤 형태를 취하든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할 것이다.

 

 

기본소득, 공상 혹은 환상 표지.jpg


 
[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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