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람이 사는 도시 [공간]

Human Scale, 편의가 아닌 행복을 위한 도시
글 입력 2022.08.0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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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광화문 광장이 8월 6일 새로운 모습으로 개장한다. 이번 광화문 광장의 가장 큰 변화는 중앙에 있던 광장을 측면으로 옮겨, 보행자의 광장 접근성을 높인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광장 넓이보다 2배 이상 넓혀, '사람이 만나는 장소'로서의 광장 역할을 기대해 볼 만하다.

 

하지만 광장이 넓어짐에 따라 도로의 넓이는 축소됐다. 일각에선 교통 혼잡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한다. 그럼에도 사람 간 자연스러운 만남을 이끄는 도심 속 광화문 광장이 반갑다. 도시는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공간이니까.

 

 

"처음에는 인간이 도시를 만들지만 그다음엔 도시가 인간을 만든다."

 

- 윈스턴 처칠

 

 

그렇다. 어느새부터인가 자동차는 사람이 사는 공간 모두를 침투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높이 뻗어 올라가는 빌딩들, 끝없이 펼쳐지는 도로망들로 인해 사람은 점점 도시에서 발 딛기 어려웠다. 결국 사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도시를 위한 사람만 존재한다.

 

 

 

Human Scale (인간다운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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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도시 공학자 얀 겔(Jan Gehl)은 다큐멘터리 <얀 겔의 위대한 실험>(2012)에서 좀 더 나은 도시 삶을 위해 'Human Scale'(인간다운 건축)을 제시한다.

 

Human Scale 이란, 도시가 사람들 간 자연스러운 만남을 이끌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말소리, 표정, 감정이 풍부해질수록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교통망과 각종 편의시설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만, 장기적인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 간의 만남을 차단하는 요소다.

 

얀 겔은 보행자 거리가 증가할수록 시민들의 시내 활동이 어떻게 증가하는지 기록했다. 주요 쇼핑가가 산책로로 변하고, 도심지의 중앙 항구에 주차장이 폐쇄되고, 메인 스퀘어가 광장으로 변했더니, 시민들의 사회적 활동은 늘어났다. 더 많은 도로가 생길수록 차량이 많아지는 원리와 똑같았다.

 

이에 얀 겔은 차량 중심의 도시 계획을 뒤집는다. 보행자 중심으로 도시를 계획한다. 어느 누구라도 찾을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을 도시에 만든다. 각자 소속과 생활방식은 다르지만 서로의 경계를 넘어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도시 곳곳에 심는다. 그랬더니 사람은 타인을 자연스럽게 만나 눈을 맞추고 이야기한다.

 

타인과의 만남으로 각자의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입체적이고 활기 넘치는 도시로 변했다.

 

 


 

 

다큐멘터리는 세계 여러 도시의 문제를 나타낸다. 각 도시는 얀 겔의 Human Scale에 영향을 받아, 인간 중심적 사고를 통해 도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보인다.

 

2007년, 뉴욕은 자동차 중심의 세계였다. 거대한 도로망이 교외 지역과 연결되고, 모든 것을 간소화하고 분리하며 확실한 체계로 들어맞는 도시였다. 결국 뉴욕 시민도 자동차 속에 갇혀, 답답함을 호소했다.

 

뉴욕은 Human Scale을 새로운 방식으로 적용하여 도시 문제를 해결했다. 브로드웨이는 외곽에서 중심가까지 광장을 따라 차량을 통제했다. 폐쇄한 도로엔 의자를 갖다 놓았다. 더구나 도시에 자전거 도로를 건설해 교외 지역까지 연결했다. 처음에 일부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의자에 앉을 만큼 여유롭지 않다며 보행자 중심 도시 정비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뉴욕 시민들은 도시에 서서히 적응해갔다. 보행자 중심인 공간이 넉넉해지니 바쁜 일상 속 사람들은 여유를 느끼기 시작했고, 타인과의 만남으로 자신들의 감정을 쏟아냈다. 많은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삶을 즐기자, 도시는 생기 넘쳤다. 사람이 사는 공간인 도시도 하나의 유기체인 사실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서울은?


 

2022년 서울은 2007년 도시 재정비 이전 뉴욕 상황과 비슷하다. 사람을 위한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유현준 교수가 한 강연에서 서울에 카페가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은 정주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카페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라기보다 5천 원을 내고 3시간을 앉아 있을 수 있는 거실인 셈이다.

 

'쉼'과 '여유'가 부족한 서울은 지금 얀 겔의 Human Scale이 절실히 필요하다. 서울로의 인구 유입은 늘고 있다. 증가하는 도시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더 많은 건물을 세우고, 도로를 만들고, 자연을 파괴하는 일을 이제 멈춰야 한다.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한 길이 아니다.

 

*

 

'아무래도 난 돌아가야겠어.' 로이킴 <서울 이곳은> 노래 첫 가사다. 나 또한 서울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하면서 이 말을 마음속으로 여러 번 삼켰다.

 

빽빽한 빌딩, 도로에 가득인 자동차들, 각자 갈 길 가느라 무심한 눈빛들, 미세먼지로 뒤덮여있는 하늘까지. 한 마디로 서울은 틈이란 게 전혀 없어서, 내 모습이 그 사이 어딘가에 꽉 끼어 맞춰진 느낌이었다. 외롭고 답답했다.

 

서울에서 내 삶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대로 어떻게든 이 공간에 익숙해져 갈 것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왠지 모를 답답함을 웅켜 지내고 싶지 않은 마음도 공존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워진 광화문 광장 그리고 앞으로 조성될 또 다른 타인과의 만남을 위한 공간을 기대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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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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