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청춘이라는 장르 [영화]

영화 <썸머필름을 타고!>를 보고,
글 입력 2022.08.01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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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일상을 하나의 장르로 규정 지어야 한다면 나는 ‘모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주 어릴 적 야구선수였지만, 야구를 그만 둔 다음 시를 썼고, 이제는 시마저 때려치고도 무엇으로 세상을 뒤흔들 수 있을까를 궁리하고 있습니다. 다음 꿈을 찾아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있는 내 일상에 ‘모험’이라는 장르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내 일상에 모험만 들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의 어설픈 농담이 나의 웃음벨을 눌렀을 때 내 삶은 코미디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땐 멜로가 되기도 하고, 아빠 차를 긁었을 땐 스릴러가, 내 옷을 몰래 훔쳐 입은 동생과 싸울 땐 전쟁이 됩니다.


삶은 장르의 변화와 반복입니다. 멜로, 느와르, 판타지, 모험, 스릴러, 로맨스, 코미디 등등. 수많은 장르들이 우리들의 삶에 들어있습니다. 이 장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삶에 쳐들어 와 사건을 만들고 떠납니다. 몇 번의 멜로, 느와르, 코미디를 거치면서 우리는 비로소 삶이라는 책 한 권을 완성해갑니다.


그러나 생애 딱 한 번만 찾아오는 장르가 있습니다. 어리숙하고 부족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절에 그 장르는 찾아옵니다. 그것의 이름은 ‘청춘’입니다. 어른이 된 사람들은 그 장르를 동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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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필름을 타고!>는 청춘물입니다. 뜨거운 여름을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으로 가득 채우려는 고등학생들이 등장합니다. 시대극 매니아인 ‘맨발’은 자신이 쓴 대본인 <무사의 청춘>을 찍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제작비가 부족하고, 설상가상 영화의 주인공인 ‘이노타로’ 역에 어울리는 인물도 캐스팅하지 못합니다.

 

‘린타로’의 등장은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해줍니다. 린타로는 <무사의 청춘> 제작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인공을 맡아달라는 맨발의 끊임없는 부탁에 <무사의 청춘>의 주연을 맡습니다.

 

 

썸필타 첫 씬.jpg

 

 

맨발은 린타로 이외에도 단짝친구였던 킥보드와 블루하와이, 학교의 여러 친구들을 불러 모아 영화를 찍습니다. 라이벌 ‘카린’의 드론 때문에 촬영을 못하기도 하고, 결말을 쓰지 못해 영화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등 숱한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그 위기들을 모두의 응원으로 극복한 맨발은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축제에 상영하게 됩니다.

 

그러나 카린과의 대화, 린타로와의 데이트에 감화된 맨발은 상영 중에 <무사의 청춘> 결말을 바꾸고 싶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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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원하는 엔딩이 아니라고 생각한 맨발은 영화 상영을 중단합니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하지만 맨발은 단상에 올라서서 엔딩을 다시 찍게 해달라고 외칩니다. 맨발과 맨발의 친구들은 빗자루를 들고 엔딩 장면을 다시 촬영합니다. “잘 가”라는 인사와 함께 마무리된 <무사의 청춘> 엔딩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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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조금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야기는 디테일하지 못했고 결말은 갑작스러웠습니다. 감독이었던 맨발이 엔딩장면에서 갑자기 배우가 되어야 하는 까닭을 한참이나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까닭은 단지 ‘청춘’ 때문입니다.

 

 

린타로와 맨발.jpg

  

 

맨발의 청춘은 시대극입니다. 린타로의 청춘은 SF입니다. 킥보드의 청춘은 판타지이고, 블루하와이와 카린의 청춘은 로맨스입니다. 이 청춘들은 서로의 장르를 주고 받으며 각자의 청춘을 완성해갑니다. 맨발의 시대극은 린타로의 SF와 만나, 로맨스가 되었습니다. 킥보드의 판타지는 맨발과 린타로의 로맨스를 만나, 슬픈 멜로가 되었습니다.


서로의 장르를 주고 받아가며, 다양한 감정이나 생각들을 배워가는 것. 그러면서 어른이 되는 것. 곧 어른이 될 청춘들이 치열하게 울고, 웃고, 좌절하고, 사랑하는 여름이 있었습니다.

 

결말을 바꿀 수 있는 특권도 청춘에게만 있는 것입니다.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는 결말을 바꿔도 그저 연습일 뿐입니다. 무엇을 하든 책임져야하는 나이가 되면 결말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결말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나 소중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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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청춘에 대한 생각들은 무척이나 빛났습니다. 뜨거운 여름 아래 서로의 장르를 치열하게 주고 받으며 성장하는 청춘들은 아름답고 멋있었습니다. 영화 속 아름다운 청춘들을 더 알고 싶은 마음에 나는 아쉬움이 자꾸만 커지는 것 같습니다. 내 청춘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나는 청춘들을 더 알고 싶습니다.

 

모험을 하는 나에게도, 코미디와 로맨스와 SF를 가르쳐줄 청춘들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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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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