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기대와 실망이 공존하는

인간관계 속 ‘나’를 되돌아보다
글 입력 2022.07.3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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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문제보다 어려운


  

이 세상에 태어나 인간으로 살아가며 매 순간 깨닫는 것. 바로 ‘인간관계는 어렵다’라는 것이다. 사실 나는 유년기 시절부터 10대 생활 전체가, 인간관계로 인한 상처로 얼룩져 있다. 유치원에 다닐 때 ‘눈치’라는 것을 배웠고, 어떤 아이가 나를 싫어하는지를 파악하곤 했다.

 

그때는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는 게 죄악처럼 느껴졌고, 이 때문에 내가 어딘가 못난 사람 같았다. 그래서 나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주려 노력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말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착한 아이 증후군이었을지도.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고 타인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면서 남들 눈에 ‘착한 아이’가 되고 싶었을지도. 내 감정을 숨기면 모든 다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나 하나만 참으면 되니까.

 

초등학교 때, 같은 무리에 속한 아이 두 명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었다. ‘넌 왜 우리랑 같이 다녀?’라는 질문이었다. ‘넌 우리와 어울리지 않는데 왜 주제넘게 자꾸 같이 있으려고 해?’라는 속뜻. 누가 봐도 완벽한 ‘멸시’의 감정이었다. 그 당시 나는 우물쭈물하며 ‘난 너희랑 친해지고 싶어서...’라는 대답을 겨우 내뱉었었다.

 

울컥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도망치며 달려간 비좁은 화장실 칸에서, 나는 숨죽인 채 눈이 퉁퉁 부을 만큼 울어야 했다. 친구란 대체 무엇인지, 나를 힘들게 하는 게 친구인지, 나는 지금 왜 이렇게 우는 건지 이유도 모른 채로. 아직도 이 일은 가슴속에 남아 가끔 나를 괴롭히곤 한다.

 

 

 

#실타래를 푸는 것보다 복잡한


  

친구 사이에선 가끔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그러다가 서운한 감정 또한 들곤 한다. 이를 잘 풀어낼지, 혹은 끊어낼지 결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오래 두어서 좋은 인연이 있고, 빨리 끊어낼수록 좋은 인연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래된 친구 사이일수록 ‘선’을 지키는 걸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그냥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 생각 없이 친구가 던진 말에 나는 마음속이 멍들어버린다. 거침없이 솔직한 건 좋지만, 가끔은 너무도 버거울 때가 있다. 아무렇지 않게 받아치고 싶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은 나는 대체로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이를 계속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불편한 마음이 계속해서 든다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자꾸 넘는다면 그 사람과 나는 맞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서서히 멀어지겠지만, 친했던 사람이라면 조금의 여지를 두고 지켜보다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내거나 아예 관계를 단절한다.

 

꼭 다툼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말 한마디로 상처를 받는 일이 잦아진다면, 그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가는 중



어렸을 적에는 친구들이 내 세상의 전부라고 여길 때도 있었다. 단짝이라고 불리는 친구도 존재했고, 친해지고 싶어 내가 졸졸 따라다니던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보다 ‘나 자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상처를 받았을 때 온전히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나뿐이기에. 따뜻하게 보듬고 안아줄 사람도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만이 해줄 수 있는 것이기에.

 

아무리 가까운 타인도 본인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걸 모든 사람들이 알길 바란다.

 

   

 

김민지_컬쳐리스트.jpg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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