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자연 속에서 나를 발견하기 – 미물일기 [도서]

글 입력 2022.07.2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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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물일기 표1-띠지.jpg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존경해>

 

일상에서 마주친 작고 대단한 생명들,

그들의 모습에서 발견한 ‘나’라는 미물의 이야기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힘든 일이 있고 답답한 마음이 나를 괴롭힐 때면 탁 트인 바다가 보고 싶어진다. 넓고 커다란 물 앞에서는 내 마음속 짐 하나 정도는 내려놔도 상관없을 것 같다. 요즘 수영을 배우면서 전보다는 물에서 더 자유로워졌는데 그 덕에 바다가 좀 더 좋아졌다.


바다와 강 같은 물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만 그 뿐만은 아니다. 사람은 압도적인 자연을 마주하면 그 속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고민도 함께 작아진다. 그래서 자꾸만 산으로 바다로 숲으로 우리는 떠난다. 그렇지만 사실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자연의 가치나 대단함은 그 크기에 있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 진고로호가 쓴 ‘미물 일기’도 그런 이야기이다. 책 표지를 보면 손 위에 작은 민달팽이가 올라가 있는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존경해”라는 문구가 쓰여있기까지 해서 분명 이 작은 존재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야기겠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왜 그런 존재들을 두고 ‘미물’이라고 칭했을까 고민했는데 막상 책장을 넘겨보니 그 반대였다. 우리가 흔히 ‘미물’이라고 생각했던 존재들 앞에서 결국은 내가 더 작은 존재였음을 밝히는, 그러니까 미물의 위치가 이 작은 존재들이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나에게 돌아오는 그런 이야기였던 것이다.

 

 

책장을 넘기다 불현듯 항상 그곳에 있지만

제대로 만날 수 없던 세계의 문을 여는 당신을 상상합니다.

 

- 프롤로그, 꽉 움켜쥔 손에 힘이 풀리는 순간

 


‘미물일기’라는 제목은 제가 일상에서 작은 생명들과 마주치던 순간을 기록한 일기에서 따왔습니다. 지렁이를 맨손으로 잡고 있는 광경을 다른 이에게 들켜버린 날, 집 안 어디선가 기어 나온 애벌레들을 휴지로 눌러죽인 날, 호숫가를 따라 나 있는 나무에 꽃이 핀 날, 처음 보는 새의 이름을 알고 싶어진 날이면 글이 쓰고 싶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미물이라 불렀습니다. 처음에 그것들은 너무 멀리 있거나 너무 가까이 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쁘게 목적지를 향해 걷는 동안 그저 배경이었던 존재들이, 천천히 움직이며 주위를 살피면 눈에, 그리고 마음에 담기는 일이 신기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들이 흥미롭다.

 

[1부 너에게 묻는 나의 안부]에서는 지렁이, 벌레, 쇠백로, 큰오색딱따구리, 잠자리와 목련, 겨울 파리, 애벌레, 들꽃을 다루고 있고 [2부 한낱 벌레에게도 친절한 사람이라면]에서는 매미나방, 민달팽이, 사람, 사마귀, 박태기나무와 계수나무, 물고기, 인도고무나무, 고양이를 다룬다. [3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친구들]에서는 일상틈‘새’관찰자의 기쁨, 참새, 나무, 비둘기, 거미, 머스코비오리, 큰부리까마귀, 어린 시절의 동물들, 매미들이 그 주제다.


일상 속 작은 에피소드들과 경쾌한 문체로 이루어진 책은 가볍지만 얕지 않고 산뜻한 즐거움을 준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책은 브런치북 9회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브런치가 공개된 공간에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이 책은 독자들로부터 검증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지만 사람들이 마음을 두지 않는 작은 존재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로부터 작가만의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책의 매력일 것이다.



특색 없고 밋밋한 창작물에 자신 없던 마음을 작은 꽃에 비유한 것이 미안할 만큼 그들에게는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아직도 이름을 아는 들풀보다는 이름을 모르는 것들이 훨씬 더 많지만 꽃을 발견할 때마다 한 생각이 피어난다. 꽃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줄기가 구부러져 꽃이 땅을 향해도, 이파리가 상해 온전하지 못해도 주눅 들지 않는다. 크고 화려하든 작고 소박하든 한 송이 한 송이 모두 완전하다. 꽃에서 모자람을 찾아내려는 시도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 75쪽 〈작은 꽃을 피워내는 마음으로〉



퇴직할 때 꿈꿨던 작가로서의 자립을 아직 이루지 못한 데다 자주 아프기까지 한 나지만 맨손으로 지렁이를 만질 수 있지 않은가? 영원히 아플 것 같고, 영원히 돈을 벌지 못할 것 같고, 영원히 발전이 없을 것 같을 때면 시무룩해도, 힘들고 무력한 시간은 언젠가 지나갈 것임을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속도는 느리고 곧잘 멈출지라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내고 싶다는 의지를 지켜내고 있으니 나 자신에게도 말해주자. “대단해!” - 19쪽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쓰름쓰름 우는 쓰름매미. 맴맴 맴맴 매애애앰 우는 참매미. 쓰~~~~~~ 하고 우는 말매미. 쓰암 쓰르르르 쓰암 쓰르르 쓰암 쓰암(이라고 적어보지만 정확히 문자로 표현할 길이 없는) 우는 애매미. 이밖에도 풀매미, 유지매미, 늦털매미 등등. 음감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울음소리만으로 매미 종류를 척척 알아내는 일이 쉬울 것 같지는 않지만 목표가 생겼다. 매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매미가 우네’가 아니라 ‘참매미가 우네’라고 정확하게 매미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다. - 202쪽 〈여름,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

 


지렁이를 만지지 못하던 작가가 이제는 맨손으로 지렁이를 흙으로 다시 돌려보내주고, 여름철 우는 매미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자연에 대한 작가의 우연한 관심은 자연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하게 했고(작은 꽃을 피워내는 마음으로) 자연에서 찾아낸 가치들과 사색들은 결국 스스로에 대한 가치 인식과 자기 긍정으로까지 이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그리고 그것은 다시 자연에 대한 관심으로(여름,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 그 속에 존재하는 자신과 자연에 대한 존경으로 가는 선순환이 된다.(“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존경해”)

 

바쁜 하루하루 스쳐 지나가는 것들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치가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데 차분하게 바라볼 여유와 다른 시선을 가져볼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혹시 알까? 방금 지나쳐 온 것에서도 우리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을지.

 

지금 화면에서 눈을 들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책 < 미물일기 >처럼.




저자 소개



진고로호

 

오랜 고민 끝에 공무원이란 안정된 직장을 그만둔 후, 퇴직이라는 선택이 실패로 결론 나지 않도록 무언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강박이 자리 잡았다. 그 뾰족했던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 자주 밖으로 나가 산책을 했다. 느리게 걷다 보니 들꽃과 작은 벌레가 눈에 들어오고, 어디선가 지저귀는 새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그들의 이름과 안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이 책은 그 시간들의 기록이다.

 

진고로호는 한때 함께 살았던, 현재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이름을 조합한 필명이다. 지은 책으로는 《공무원이었습니다만》(2022), 《아이는 됐고 남편과 고양이면 충분합니다》(2019), 《퇴근 후 고양이랑 한잔》(2017)이 있다.


 

 

출판사 책 소개



브런치북 제9회 대상 수상작. 일상에서 마주친 작고 대단한 생명들과, 그 속에서 발견한 ‘나’라는 미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작가로서의 자립을 꿈꿨던 저자는 무언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힐 때마다 자신의 문제에 갇혀 있기보다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둘러보는 동안 우리 주변에 분명 존재하지만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작은 생명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물일기》는 존재만으로 제 역할을 다하는 작고 대단한 생명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단순한 관찰기에 그치지 않는다. 애벌레가 나방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살아 있는 것이 변하기 위해서는 건너뛸 수 없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눈에 잘 띄지 않는 것들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한 개인의 자기 고백적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는 자신의 문제로 가득 차 있던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더 자세하고 다정하게 바라보는 일의 기쁨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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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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