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를 위한 우리 - 아이를 위한 아이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가 그리는 과도기의 아이들
글 입력 2022.07.2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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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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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보육원에서 퇴소할 도윤에게 갑자기 아버지 승원이 나타난다.

 

보통 보호 종료를 앞둔 아이가 입양되는 일은, 특히 부모가 다시 자신의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는 일은 더더욱 드물기 때문에 도윤은 혼란스럽다. 승원은 도윤을 보육원에 맡겨야 했던 사연과 다시 데려오는 이유를 설명하지만, 도윤이 납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승원에게는 재혼한 가정의 아들이자 도윤의 입장에서는 동생인 중학생 재민까지 있는 상태. 자신이 마음을 열어야 하는 대상이 두 명이나 되는 셈이다. 도윤은 처음에는 승원은 물론 재민에게도 퉁명스럽게 군다. 재민 역시 승원에게 막말을 하는 도윤이 영 껄끄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점점 서로에게 진심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남겨진 아이, 성장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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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편안했던 순간도 잠시, 갑작스럽게 승원이 세상을 떠난다. 도윤은 승원의 부재로 당장 재민의 보호자이자 한 집의 가장이라는 위치에 놓였다.

 

도윤은 간절히 바라던 호주로의 워킹 홀리데이에 대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재민을 위해 모든 신경을 기울인다. 승원의 사망보험금을 노리는 재민의 친척으로부터 재민을 보호하고, 재민의 진로상담을 위해 학교에 가면서까지 말이다.


보험금을 지켜내기 위해 알아보던 중, 도윤의 입양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다. 사실 승원은 시한부였고, 자신이 세상을 뜬다면 재민을 보호할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보육원 원장과의 상의하에 곧 성인이 되어 보호가 종료되는 도윤을 입양한 것이다.

 

재민 역시 이 모든 배후를 알고 있었다. 믿었던 보육원 원장, 승원, 그리고 재민까지 이제껏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에 도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재민과 함께 살던 집을 나온다.


도윤은 다시 워킹 홀리데이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재민은 도윤을 직접 찾아와 사과하면서, 자신이 도윤이 있었던 보육원에 들어간다는 말을 전한다. 둘은 재회를 계기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화해하고, 재민이 보육원에 입소하는 날 몇 년 뒤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우리를 위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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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로운 우리가 된 줄 알았지만, 여전히 또 다른 우리 안에 갇혀 있었다”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는 어른이라고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지만, 결국 극복하여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이를 위한답시고 아무런 귀띔 없이 자기들끼리 아이들의 일을 결정하는 어른들, 그리고 서툴지만 자신을 책임지는 방법을 배워가는 아이들. 영화는 이 두 집단을 통해 아이와 어른 사이, 그 경계에 서 있는 아이들의 성장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어른들에 의해 상처받지만 결코 그 상처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낸다. 도윤이 호주에 가기를 다시금 포기하거나, 재민이 계속 도윤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은 자신들이 직접 내린 결정을 토대로 어른들이 저들에게 상의도 없이 쥐여준 역할을 과감히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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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중반부까지 '아이를 위한 아이'는 '재민을 위한 도윤'을 의미한다. 도윤은 재민의 보호자라는 목적으로 입양되었다. 보육원 원장과 승원, 두 어른들이 꾸며 둔 거대한 거짓 속에서 도윤은 진실을 마주한다.

 

진실을 알게 된 순간, 도윤은 편안한 거짓 속에 더 이상 안주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부여된 '재민을 위한 자신'이라는 역할을 거부한다.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며 나아가기 시작한다. 이때 아이를 위한 아이는 '도윤을 위한 도윤'이라는 의미로 발전한다.

 

도윤은 자신이 이제까지 갇혀 있었던 우리를 깨부수는 동시에, 자신만의 주체적이고 새로운 우리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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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우리를 위해 나아가는 것은 또 다른 아이인 재민 역시 마찬가지다. 재민은 승원이라는 우리, 이후에는 도윤이라는 우리 안에서 안주하고자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민은 스스로 그 우리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한다. 자신을 일방적으로 위하는 사람이 필요한 아이에서, 자신을 위한 자신으로 서는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서 재민은 도윤과의 지난 상처를 되돌아보고 보듬으면서 '도윤을 위한 재민'이자 '재민을 위한 도윤'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마침내 서로가 서로와 이어지는 '우리를 위한 우리'라는 의미까지로 확장된다.

 

이제 도윤과 재민 두 사람의 우리는 이제까지의 여느 우리보다 튼튼하다. 서로가 함께 존재하는, 긴 장마 이후 단단해진 '우리'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위한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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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도윤과 재민의 미래를 응원하는 동시에, 그들이 어른들의 무책임함으로 그저 살아남기 위해 너무 이르게 단단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아직 두 아이들은 오롯이 누군가를 위한 역할을 맡기에는 어릴 텐데. 두 아이들이 보다 보호받을 수 있을 만한 사회적 제도의 필요성과 이때 필요한 어른들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영화 <아이를 위한 아이>는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여러 사회 문제를 마냥 무겁지만은 않게 중간중간 경쾌한 리듬으로 변주해 그려내려 노력한 작품이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은 서툴지언정 극중 도윤과 재민의 성장만은 뚜렷하다.

 

두 아이의 성장 이야기는 7월 21일부터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의 오늘보다 단단할 내일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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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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