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름, 무적의 계절 - 썸머 필름을 타고! [영화]

글 입력 2022.07.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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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무적의 계절



올해는 유독 덥다. 외출만 하면 피부가 아리고 심지어 장마 기간이라 습하기까지 하다. 올해는 열대어와 함께 산책해도 괜찮을 것 같다. 현실의 여름은 땀과 습도와 짜증과 불쾌의 계절이다. 그러나 콘텐츠에서 다루는 ‘여름’은 다르다. 마치 다른 세계를 풀어내는 것처럼 ‘여름’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여름’은 청춘의 계절이다. 무더운 날씨는 화창한 날씨로, 장마로 우중충한 회색 하늘은 녹색과 하늘색으로 바뀐다. 와 같은 노래처럼, 뜨거운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 ‘여름’은 우리에게 아련한 추억이 된다.

 

그렇다면, 뜨거운 청춘의 계절에 10대를 추가하면 어떻게 될까? 10대라는, 무엇을 해도 용서받을 나이와 청춘이 합치면 여름은 레벨 업해버린다. 10대 청춘의 여름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다. 숨으로 가득 찬 풍선들이 날아올라 어쩔 줄 모르는 감정도 10대의 여름 아래 모두 추억으로 보정된다.

 

이 지점을 포착하여 필름에 담은 영화가 여기 있다.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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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는 ‘올여름 최고의 청춘+로맨스×시대극÷SF 영화’라고 말한다. 여름과 청춘, 그리고 로맨스는 여름의 대표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여기에 시대극과 SF가 추가되었다는 점에서 의아할 것이다. 이 모든 걸 섞어버리면 대체 무슨 장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굳이 장르를 설명한다면 이 모든 걸 “청춘” 아래 둘 수 있다.

 

시대극 오타쿠로 영화감독을 꿈꾸는 고등학생 ‘맨발’은 자신이 기획한 시대극 영화 <무사의 청춘>이 탈락하고 로맨스 영화가 뽑히자, 친구 ‘킥보드’와 ‘블루 하와이’와 함께 직접 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주연 배우를 섭외하는 것부터 난항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시대극 영화를 보다가 자신이 바라던 주연의 얼굴 ‘린타로’를 만나게 되고 그를 주연 배우로 섭외하기 위해 추격전까지 벌인다. 그러던 어느 날 맨발은 린타로가 미래에서 온 소년임을 알게 된다. 맨발은 과연 영화를 완성했을까?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로맨스와 시대극과 SF 장르를 적절하게 섞어 “청춘”으로 묶어버린 것이다. 불협화음 같은 장르가 청춘 아래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오히려 이들의 이야기가 당연한 사실처럼 보이는 힘이 생긴다.

 

사랑과 미래와 취미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맨발과 킥보드와 블루 하와이의 청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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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 필름을 타고!>에서 눈에 띄는 건 ‘맨발’과 ‘킥보드’와 ‘블루 하와이’라는 이름이다.

 

당연히 그들의 본명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이름 모두 여름의 상징이다. 맨발로 해변을 걷고 킥보드를 타고 바람을 느끼고, 블루 하와이는 대놓고 여름의 칵테일이기까지 하다.

 

그들의 삶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맨발은 시대극 오타쿠이고, 킥보드는 천문부에 소속된 SF 오타쿠이다. 블루 하와이는 로맨스 장르를 가장 좋아한다. 그러나 맨발의 시대극 영화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영화 제작까지 시작한다.

 

킥보드는 린타로를 좋아하지만, 맨발이 린타로를 짝사랑하는 걸 알고 오히려 맨발을 응원한다. 블루 하와이는 영화부에 제작 예정인 로맨스 영화를 더 보고 싶었겠지만, 맨발의 영화를 위해 검도부원들을 불러 제작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영화부원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시대극을 제작하는 맨발과 달리, 풋풋한 10대 로맨스를 촬영하는 부원들을 우리는 미워할 수 없다. 맨발과 친구들은 사랑 이야기가 시시하다고 말하지만, 여름 로맨스 역시 영화부원들에게는 그들만의 청춘이다.

 

초반에는 맨발의 영화를 무시했던 것과 달리 후반부에는 영화부원들도 합세하여 서로의 영화 제작을 도와준다. 이들은 모두 서로를 공유하며 청춘을 견고히 한다.

 

 

 

수정과 수정, 무한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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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은 예상보다 더 쉽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로 겨우 제작비를 벌고 무수한 촬영 끝에 마지막 장면만 남았지만, 마지막까지 영화는 이들을 곤란하게 했다. 마지막 장면 대본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맨발은 마지막을 계속해서 수정한다. 결국 완성하고 영화제에 상영 하지만, 맨발은 마지막을 다시 찍고 싶어졌다. 결국 그는 영화제 중간 자신의 영화를 멈춰버리고 즉석으로 마지막 장면을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기 시작한다.

 

작품은 완성되는 게 아니라 일정 수준에서 놓아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수정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모든 창작자가 공감할 끝없는 고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자는 작품을 완성한다는 생각보다는, 어느 정도에서 작품을 마무리해버린다.

 

작품이란 100번을 수정해도 끝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그러나 맨발은 다르다. 마지막까지 엔딩을 바꾼다. 영화제 중간에 멈춰버린다는 건 용기보다는 객기에 가깝다. 즉석 연기에, 교복을 입고 빗자루를 검으로 삼아 액션을 시작하는 모습이 자칫하면 우스꽝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맨발의 첫 영화이고 그는 고등학생 청춘이다. 맨발의 객기는 청춘 아래에서 린타로와 자신의 관계를 바꾸고 싶은, 자기 삶을 바꾸려는 저항이다. 다시 미래로 가야 할 린타로를 향한 자신의 진심, 그리고 린타로 역시 맨발을 보며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하며 <무사의 청춘>의 엔딩은 <썸머 필름을 타고!>의 엔딩으로 연결된다.

 

 

 

영화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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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스러운 영화에도 섬뜩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린타로가 있는 미래에는 영화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는 5초짜리가 된다. 잠깐의 침묵만으로 한 영화가 끝나버린다. 감독을 꿈꾸는, 그리고 장차 유명한 감독이 될 맨발은 그 말을 듣고 충격에 빠져 버린다.

 

극단적인 이야기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최근 유튜브에는 영화나 드라마 요약본이 유행이다. 2시간짜리 영화를 보지 않고, 유튜버가 요약한 20분짜리 영상을 보고는 그 영화를 다 봤다고 말하는 세상이다. 긴 글은 읽지 않고 세 줄 요약을 바라는 세상이다. 창작자는 자기 작품의 요약을 바랄까? 사소한 소품, 대사, 배경 모두 한 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들을 짧게 요약하는 건 작품을 도려내는 것이다. <썸머 필름을 타고!>에서 그리는 영화의 미래가 허망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와 같다.

 

맨발은 영화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린타로는 맨발의 진심을 알고, 자신이 영화를 다시 만들어 미래를 바꾸겠다고 외친다. 린타로 혼자만의 노력으로 미래가 바뀔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10대 여름의 청춘은 무적이니까, 10대들의 패기가 미래까지 연결되기를 바라며 그들의 청춘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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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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