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애정의 시선이 머무는 곳 [영화]

취미에 진심인 태도가 만드는 나비효과
글 입력 2022.07.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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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누군가에 빠져드는 과정



재즈 음악을 들으며 나를 위한 요리하기. 언제 눌러도 후회 없는 나의 힐링 스위치다. '뚝배기 우유 카레'는 내가 처음으로 성공한 요리다. 그렇다 보니 카레 요리에 도전하길 좋아한다. 인터넷 레시피에 전전하며 요리하다가 어느 날 백종원 쌤이 유튜브를 개설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황급히 찾아간 채널 속 눈에 띈 단어는 단연 커리였다. ‘인도풍 커리 양파볶음’ 영상을 정주행 하고 즉시 요리했다. 집에서 이런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내 손에서 인도의 맛이 탄생했다며 박수. 그날 이후로 나는 백 선생님의 레시피라면 절대적으로 신봉하게 됐고, 현재는 그의 ‘팀원’이 된 지 오래다. 그러고는 백쌤의 매력에 빠져 그의 프로그램도 짬짬이 챙겨보는 팬이 되어버렸다.

 

줄리가 줄리아에게 빠져드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그녀는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를 요리로 치유한다. 요리는 통제 불가능한 삶 속에서 유일하게 노력만큼의 결과를 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줄리아의 레시피대로 어머니가 만든 비프 부르기뇽에서 소위 '근본'의 맛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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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찜으로 입덕한 줄리는 요리책과 TV에서 만나는 줄리아에게 점차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줄리아의 책을 마스터하면 요리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자신만의 챌린지를 하나 만든다. 그녀의 목표는 줄리아의 요리책에 담긴 524개의 레시피를 1년 안에 마스터하고 블로그에 후기를 공유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처음의 이유랑 관계없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줄리는 줄리아의 패션부터 성격, 행동 습관까지 좋아하게 되고, 점점 그녀를 닮아간다.

 

 

 

애정 어린 시선들


 

이 영화의 모든 등장인물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상대, 사물, 행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다. 줄리가 줄리아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면, 줄리아는 무엇에 빠졌을까. 단연 요리다. 이 모든 이야기는 줄리아의 프랑스 요리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요리를 사랑하는 시선만큼이나 돋보이는 것은 두 사람의 도전과 꿈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두 남편들의 시선이다.


폴이 줄리아에게 묻는다.

"그래서 당신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뭔데?"

단호하고 유쾌한 줄리아의 답변.

"Eat! (먹는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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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타고난 미식가다. '프랑스 미식 탐험'에서 시작된 작은 애정의 씨앗은 '프랑스 요리 도전하기'로 자라나서 프랑스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로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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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편들은 그녀들이 꿈을 찾고 실행하도록 동기를 부여한 핵심적인 인물들이다. 폴이 줄리아에게 뭘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묻지 않았더라면, 에릭이 줄리에게 챌린지를 권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폴은 줄리아의 꿈을 응원해 줄 뿐 아니라 요리에 빠진 그녀의 모습을 항시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그런 두 사람의 끈끈한 사랑은 서로가 실패했을 때도 금세 빠져나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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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의 남편 에릭은 멀찍이서 그녀의 도전기를 지켜보다가도 중요한 순간에는 '자존감 지킴이'로 등장해 줄리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건 참 행운이다. 이렇게 사람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행위로 화살표가 꽂히는 애정의 시선들을 확인할 수 있다.

 

애정 있는 눈빛은 자신 앞에 펼쳐지는 사건들을 긍정적으로 바꾼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는 태도는 행복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유난히도 취미를 무용한 것으로 취급하거나 건설적이지 못한 일로 바라보는 듯하다. 좋아하는 일이 뭐냐고,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려워하거나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도전기를 보고 있다 보면 우리의 높아진 긴장도를 풀 수 있는 활동, 인생에 소소한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활동들이 얼마나 개인의 삶에 중요하고 유의미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완벽주의자들에게 던지는 줄리아의 위로 메시지


 

 

"특히 무른 반죽일 경우엔 실패 확률이 높죠.

방금 뒤집을 땐 용기가 부족했어요. 과감하질 못했죠.

떨어진 건 다시 붙이세요. 보는 사람도 없는데 알 게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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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 완벽하지 않아도 사과하지 마세요.

핑계도 변명도 하지 마세요."


요리에서 보이는 줄리아의 삶의 태도가 인상적이다. 그녀는 요리를 열정적으로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완벽에 집착하지 않는다.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도 성실히 노력할 뿐이다. 그래서 자신을 쉽게 비난하지 않고 낙담하지도 않는다. 우리도 실패 확률이 높은 일을 시도할 때는 더 과감하게 뛰어들면 어떨까. 실패했다면 줄리아처럼 다시 붙이면 될 일이다. 실수는 한 번 돌아보고 수정하는 것으로 충분해 보인다.

 

 

 

평범한 능력과 용기로도 충분한 삶



<줄리&줄리아>는 용기를 주는 영화다. 일상의 탈출구, 취미, 열정. 많은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애정 있는 일’에 진심인 태도는 그녀들의 삶을 다채롭게 만든다. 그리고 그 일에 대한 진심과 꾸준함은 결국 천직을 발견하게 한다. 그래서 그녀들의 이야기는 특별한 재능이 없는 사람에게도, 꿈이 있거나 없는 사람들에게도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여느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스펙터클한 갈등은 없어도 이들의 스토리에는 활기가 가득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름까지 비슷한 두 명의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은 50년의 시간 차를 두고 프랑스와 뉴욕을 넘나들며 한 권의 요리책으로 평행이론을 증명하는 듯하다. 이들의 도전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사소한 걱정 따위는 금세 잊게 된다. 그리고 나를 살피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건 뭐였더라. 내게 있던 능력들은 뭐였더라.’ 하면서.




[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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