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결정적 순간 : 짧고, 덧없고, 위협받는 우리 인간의 삶

글 입력 2022.07.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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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사진을 찍었다. 오늘의 나는 어디를 갔는지 그리고 무엇을 먹었는지, 어느 부분이 인상 깊었는지를 보며 나에게 일어나는 특별한 순간의 한 장면을 포착하여 사진으로 예쁘게 담아낸다. 사진을 찍는 것은 우리 삶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숨쉬듯 존재하는 하나의 일상이기도 하다.

 

특히나 개성이 넘쳐나는 현시대엔 나의 일상을 기록한다는 행위 자체를 이젠 모든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집고 있다. 인증샷 이라던가, 포토존이라는 단어 자체도 사진을 찍는 문화에서 나온 단어가 아닐까. 이렇게 대중적인 이 문화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진기라는 기기의 등장부터로 볼 수 있다.

 

최초의 사진기는 약 200년 전에 만들어졌다. 그만큼 사진기의 역사 자체는 매우 짧다. 전시회를 좋아하는 편이라 미술 전시회를 다양하게 다니다 보면 여러 세대의 역사, 사상, 문화 등을 긴 세월의 역사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지만 사진은 근현대의 사이의 모습밖에 볼 수 없어서 사진을 통해 볼 수 있는 장르가 그리 많진 않다. 그런지 사진전의 주제는 조금 비슷한 면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방문해 봤던 사진전의 작품을 생각해 본다면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사진 기술을 활용한 예술 장르이고, 또 하나는 사실 그대로를 담아내는 휴머니즘이 느껴지는 장르이다. 이번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의 느낌은 좀 더 후자 쪽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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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전공하거나 배운 사람이라면 아마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라는 사진작가를 들어봤을 수 있다. 그는 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노르망디 출신의 사진작가이다. 그는 필름 카메라를 갖고 거리에서 찍은 사진들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낸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이다.

 

사진보다는 삶에 관심을 더욱 많이 가지고 있었던 그는 직관, 또는 본능에 의거해 진정성을 포착한다. 연출이나 사진을 찍을 때 들어가는 인위적인 것을 빼고 완벽히 정돈되거나 본질이 드러내는 순간에 셔터를 눌러 미학적인 관점과 일상이 담긴 휴머니즘이 동시에 느껴지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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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1932년부터 52년까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당시 세계의 중요한 사건들이 일어난 순간을 담아낸다. 인도에서는 간디의 장례식을, 독일 데사우의 나치 강제 수용소나 영국 조기 6세의 대관식 등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에 그가 존재하였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직접 자신의 눈으로, 피부로 느낀 그 순간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 들을 가지고 1952년에 출판한 [결정적 순간]이라는 사진집을 내게 된다.

 

이 사진집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진집으로 불리며 [결정적 순간] 사진집의 커버는 당시 최고의 화가였던 앙리 마티스가 직접 쓰고 그려주었다는 점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진작가들의 바이블이라고 불릴 만큼 후대의 사진작가나 많은 인물에게 자신만의 사진 철학을 들려주며 영향력을 보인 그의 대표적 저서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정수가 담긴 사진집이 나온 지 70주년을 맞이하여 열린 전시이다. 이번 전시를 차근차근 구경하다 보면 결정적 순간이라는 단 하나의 단어만으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사진 하나하나 위대한 순간이며 결정적 순간을 탄생 시킨 세계를 볼 수 있다.

 

사진을 찍기 전 그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음에도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았지만 카메라를 사용할수록 좁았던 세계는 점점 넓어졌고 그로 인해 사진을 찍는 것에 진지해졌다고 말한다. 사진을 찍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영원히 그 순간을 붙잡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으며 그 순간을 담기 위하 무수히 많은 노력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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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에서 또 하나의 전시 관람 포인트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 철학이다. 중간중간 그가 남긴 글을 보면 정말 감탄 나온다. 가장 감명이 깊었던 구절을 하나 가져왔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2분 이상 바라볼 수 있는 사진이다. 2분이라는 시간은 짧으면 짧지만 길면 긴 시간이기도 하다. 2분이라는 시간을 사로잡는 사진은 그 안에 보고 또 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충분치 않기에 2분이라는 시간 안에는 온 세상에 담겨 있음을 그가 말하는 사진을 통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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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는 항상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그 사진은 예쁜 사진, 잘 나온 사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들을 찍는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보다 보면 우리는 왜 사진을 찍는 것인가? 하는 본질적인 의문이 든다. 우리가 찍는 사진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다. 하지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주제는 보여주기식 사진이 아닌 인간의 삶 그 자체를 표현한다.

 

전시를 보다 보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직접 자신이 찍은 사진에 대한 설명을 하는 영상 공간이 있다. 사진을 아무리 보아도, 그리고 캡션을 자세히 읽어보아도 담담하게 설명해 주는 그 영상만큼 그의 철학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런 과장 없이 자신이 본 그대로의 모습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던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보며 현재 우리는 어떤 연출을 하며 사진을 찍고 있던 것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박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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