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풍경을 따라 들려오는 산책가의 노래 [도서]

어느 산책가의 이야기
글 입력 2022.06.30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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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면서 마주친 작고 소중한 것들을 쓰고 그리며 하루하루의 행복을 찾고 있는 화가 그리고 산책가의 이야기이다.

 

 

세 번의 여름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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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구름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작아지는 비행기가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나비 한 마리가 비틀비틀 날아가고 

개 두마리를 산책시키는 아주머니가 지나가자, 

교차로 한가운데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여름이 손을 흔들고는 뒤돌아 길을 건넌다. 

 

<안녕, 여름>

 

 

최근, 무더운 날씨와 함께 꽤 오랫동안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여름이라는 계절이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날씨를 핑계 삼아 한동안 산책을 미뤄두고 있던 참이다.

 

그러던 중, 내가 알고 있는 어느 산책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산책에서 위로받으며 자연의 친구들에 잔뜩 둘러싸인 사람의 모습 말이다.

 

오늘은 열어둔 창문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때문에 잠시나마 더운 열기를 식힐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내일의 산책을 다짐하며 <산책가의 노래>을 한 장씩 펼쳐보았다.

 

 

 

산책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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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거주 중인 동네는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빼곡히 채워진 건물과 수많은 자동차 그리고 사람들, 그 도시에서 이렇게 부딪힘 없이 앞만 보고 걸을 수 있다는 점은 아주 큰 행운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뜻하지 않았던 일상의 변화를 느낀 2020년을 시작으로, 2022년을 맞이해서는 점차 그 몸집을 키워갔다.

 

역설적으로 극한의 상황에서 다가온 긍정적인 측면은 바로 자연과 한껏 가까워질 수 점이었다. 그때문에 2020년, 아니 어쩌면 더 오래전부터 겹겹이 쌓아온 이 시간에 산책의 의미는 저마다의 이유로 그 모습을 달리했다.

 

누군가에게 잠시 멈춰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산책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숨을 내쉴 수 있는 순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순간을 그림과 글로 기록하여 또 다른 누군가에게 '쉼'을 선사하는 <산책가의 노래>가 있다. 마침내 한 번의 호흡으로 천천히, 천천히 발걸음을 맞추며 걷는 길 위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아름다운 것을 마주했다.

 

 

연못 위에는 하늘과 햇빛과 나무 그림자가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리다가, 물고기가 뛰어오르자 흔들리며 희미한 추상화가 되었다. 

 

이 순간을 그리고 싶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아름다운 것을 그리고 싶다. 

 

- p.56 <아름다운 것을 보면> 중에서

 

 

 

어느 산책가의 노래


  

 

꽃향기에 취한 

새 한 마리가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고

멍하니

봄을 바라보고 있다.

 

- p.30 <새>

 

 

작가는 산책을 통해서 꽃향기에 취한 새 한 마리, 혼자 있어도 외로워 보이지 않는 백로, 반짝이는 호수를 헤엄치는 오리, 하얗게 우뚝 솟은 자작나무 한 그루, 풀숲에 숨어 호루라기 부는 이, 하늘을 이동 중인 거대한 고래 떼, 콧노래를 부르는 하얀 아카시아 꽃, 무궁화 나무아래 노부부, 다정히 걸어가는 아이와 엄마 등 어느 산책가들의 다양한 순간을 바라본다.

 

그래서인지 세 번의 여름에게 보내는 이 노래에 개인의 감정과 생각이 어떤 한 지점으로 향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문득 기억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분명 언젠가 느꼈던 기분이다. 그런데 그게 어떤 것인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 p.40 <데자뷔> 중에서

 

 

그 배경에는 작가가 겪은 여름날의 슬픔이 있었다. 그렇다. 어느 산책가의 노래에는 슬픔과 행복, 위로의 순간이 모여있다.

 

처음엔 그저 햇빛을 따라, 다음 날은 새소리와 바람이 향하는 곳을 걷는다. 그렇게 슬픔의 마음을 여전히 간직한 첫 번째 여름을 보내며 작가의 산책은 작고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두 번째 여름을 지나서 만난 세 번째 여름에서는 산책하며 느꼈던 감정에 점차 솔직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한다. 동시에 슬픔과 앞서 쓰였던 이전의 글에서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시간은 잠시 떠나보내며,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의 그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아무도 오지 않는 구석진 연못가에 앉아

한낮의 햇볕에 녹아내린 풍경을 바라보며,

꿈속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눈물에 번진 사진 같기도 한,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 p.134 <늦여름>

 

 

이로써 꾹꾹 눌러쓴 문장과 그 감정을 모두 담은 수채화는 오롯이 작고 소중한 것들이 건네는 위로의 산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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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나의 노래를 부를게

 

- p.215 <산책가의 노래> 중에서

 

 

산책하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은 바로 계절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도 머릿속에 그려진 사계절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새삼 더 놀라웠다. 그러므로 계절마다 피는 꽃을 손꼽아 기다리는 일도, 변화무쌍한 나무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도 당연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요즘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와 같은 마음으로 또 다른 산책가의 노래를 더 많이 듣고 싶다.

 

 

 

안지영(컬쳐리스트).jpg

 

 

[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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