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숲속의 작은 연주회 - 최인 기타 리사이틀 [공연]

최인 기타 리사이틀에 다녀와서
글 입력 2022.06.2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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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일상에 틈을 내어 문화 예술을 향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쳇바퀴 처럼 돌아가는 날들 사이에 생기는 짧고 귀한 시간들을 어떻게 써야 잘 쓸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하릴없이 흘려보내는 날들이 많았다. 바쁘고 귀찮다는 핑계로 오프라인에서의 직접 체험보다 온라인에서의 간접 체험을 선호하게 되고, 호흡이 긴 글을 읽는 것을 피곤하게 여기며 짧은 글, 영상에만 손이 가는 날들이 계속되며 자괴감이 밀려왔다.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로 활동하며 일상의 한구석에 문화 예술을 위한 자리를 내어줄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움직이며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사유하게 되었다. 사유하는 시간들은 나를 평안 속에 있게 했고, 시야를 넓혀주었고 나를 더 성장시켰다.

 

최인 기타 리사이틀 'MUSICSCAPE'에 가게 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무언가를 하나 끝내도 그다음으로 해야 할 것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그래서 마음에 다른 걸 생각할 틈이 없는 날들 사이에 숨구멍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문화 비축기지로 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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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음악 예능을 보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버스킹 공연의 무대가 되는 공간이 인상적이어서 그곳이 어디인지 따로 검색해 본 적이 있다. 그곳은 바로 이번 공연이 열린 문화 비축기지였다.

 

문화 비축기지는 폐산업시설이 되었던 마포 석유비축기지를 재생하여 만들어진 문화공원이라고 한다. 기존의 5개의 탱크(T0~T5)가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하나의 탱크(T6)는 새롭게 지어져 정보교류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 문화 비축기지 공간에 대한 설명은 문화 비축기지 웹사이트를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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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공연이 진행된 T1 파빌리온은 석유비축기지 시절 휘발유를 보관했던 탱크를 해체하고 유리로 된 벽체와 지붕을 얹어 공간 내부에서도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라고 한다. 실내 공간이지만 바깥의 자연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이 공간은 그 안에서 펼쳐지는 공연, 전시 활동의 매력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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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간 보다 한참 일찍 도착해서 문화 비축기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날이 흐렸지만 나름 운치가 있었다. 문화 탱크와 함께 꽃과 나무를 비롯한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어 공원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하고 있는 듯했다. 공연을 감상하기 전 가벼운 산책을 하며 어수선한 나의 마음을 정리하고 공연을 감상할 준비를 마쳤다.

 

 

SETLIST

 

< 1부 >

산•바다

석•풍•수

바람과 나


< 2부 >

감포 앞 바다에서… / 기타•피리 이중주

가던길 / 기타•피리 이중주

Blue hour

 

 

최인 기타리스트는 연주하기 전 관객들에게 친근한 말투로 곡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의 말투와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소박함이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편안하게 연주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여행, 특히 캠핑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곡들이 여행을 하며 자연 속에서 연주자가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담고 있었다. 연주자가 들려준 이야기를 참고하며 연주를 듣고 있으니 그가 보고 느낀 풍경들을 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연주를 감상하며 간략하게나마 나의 감상을 기록해두었다. 나에게 가장 큰 울림이 있었던 두 가지 곡에 대해 기록한 메모를 꺼내어 보자면,

 

 

산/ 산행을 하며 느끼는 것들, 볼 수 있는 풍경을 묘사한 곡이라고 함.

상승의 에너지와 리듬감이 마음에 드는 곡이었다, 이날 연주했던 곡들 중 가장 밝고 명랑하다. 암벽과 나무들에 둘러싸인 오늘의 공연장은 이 연주를 감상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이 아닐까. 마침 밖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이마저도 이 곡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함께/ 앙코르곡. 함께한다는 것의 가치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곡이라고 함.

첫 소절부터 ‘함께’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함이 확 느껴졌다. 피리와의 이중주 곡을 제외하고는 오늘 연주한 곡 중 가장 감정이 들어간 곡처럼 다가왔다. 가사가 없는데도 연주가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어떤 시련이 와도 묵묵하게 함께 있어줄 것 같은 믿음, 고마움, 따듯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목소리와 가사 없이 오직 연주만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표현한다는 게, 감상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풍경을 그려내고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 게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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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연을 관람할 때 완전히 몰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혼자만의 강박이 있어서 가끔은 관람 도중에도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나의 악기 한 명의 연주자에게만 집중하면 되어서 다른 공연을 볼 때보다 피로가 덜했다.

 

통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자연의 만들어낸 풍경 역시 이 공연의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고개를 살짝 들면 보이는 하늘, 공연장을 둘러싼 암벽과 초록의 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숲속의 작은 연주회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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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입구에서 연주자의 유튜브와 SNS 계정을 팔로우하면 엽서를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엽서 모으는 걸 좋아해서 바로 이벤트에 참여하고 가장 마음에 드는 엽서 한 장을 골랐다. 이 엽서들은 최인 기타리스트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것이라고 해서 놀랐다. 너무 멋진 사진들이었다.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본 아름다운 풍경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또 아름다운 선율로 만들고 연주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는 일. 좋은 생각과 기운이 닿게 하는 일.

 

그것이 예술가의 일이고 삶인가!

 

*


아트인사이트의 에디터로 활동하며 많은 유의미한 변화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반가운 변화는 문화 예술로부터 꼭 무언가를 ‘느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최인 기타 리사이틀>도 느슨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그 순간 그 공간에 담겨있을 수 있었다.

   

일상의 한 부분을 예술 문화를 향유를 위해 쓰는 것은 내가 할애한 시간 보다 더 큰 가치를 나에게 안겨다 준다. 또, 이 시간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을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귀한 시간이었다.

 

 

[정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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