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도서]

손으로 느껴봐야 더 매력적인, 정멜멜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
글 입력 2022.06.2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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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를 운영하는 사람’, ‘피사체의 가장 빛나는 부분을 포착해 자연스러우면서도 반짝이는 화면으로 담아내는 사람’으로 알려진 정멜멜 작가는 요즘 여러 아티스트들과 매체, 브랜드가 가장 협업하고 싶어 하는 사진가다. 그런 그가 첫 번째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제목은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책 제목에서 물씬 풍기는 독특한 감성 때문이었다. '다만'과 ‘있었고’라는 단어가 각각 남기는 여운 때문에 아직 끝나지 않은 뒷 이야기가 궁금하여 집어 들었다.

 

처음 책을 마주했을 때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책의 디자인적인 요소였다. 그냥 책, 그냥 에세이집이라 말하면 아쉬울 정도로 편집자의 디자인적인 감각과 섬세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어떤 형식과 방식으로 내용을 담아낼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많았다는 점이다. 요컨대, 간지의 유무, 종이의 재질, 종이의 색, 본문 사이에 일부러 여백을 둔 듯한 구성 등이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은 책의 첫인상을 좌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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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살펴볼 때는 작가의 소개란이 적힌 날개 부분까지 펼쳐 보기를 추천한다. 노란빛과 푸른빛 사이로 그래픽 같은 무수한 회색빛의 작은 사각형들이 모여있기도 하면서 흩어져 있기도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때 노란빛과 푸른빛은 각각 빛과 그림자를, 그리고 무수한 점들은 저마다 불규칙한 방향으로 놓인 것 같지만 마치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기는 비행기처럼 하나의 길을 형상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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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사용한 노란색, 파란색, 회색은 그것의 감성을 그대로 이어가듯 본문 종이의 색에도 반영했다. 간지는 회색을, 1부는 차분한 멜란지 회색 바탕을, 2부는 푸른색 바탕을, 마지막 부록은 노란색 바탕을 사용하였고, 특히 사진 작업이 실린 1.5부에서는 반질반질한 종이를 사용하여 사진의 색감을 한층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때 손으로 체감하는 다른 종이의 질감은 새로운 감각의 경험을 선사한다.

 

내용을 전개하는 형식에 있어서도 ‘공간을 이루고 있는 인물과 사물, 그 자리에 감도는 분위기나 여백을 포착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정멜멜 작가의 성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표지에는 책 제목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속 단어들을 따로 흩뜨러뜨린 것도 그러하고, 한 페이지를 글자로 가득 채우지 않고 일부러 여백을 남겨놓은 듯한 구성도 그러하다.

 

표지부터 종이의 종류와 내용의 구성까지, 책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 하나에 정멜멜 작가의 독특한 감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온라인으로 책 소개를 보고 나서 가졌던 기대감보다 직접 책을 만나고서 페이지를 펼쳐보고 넘겨보며 만졌을 때 훨씬 더 매력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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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일과 삶

1.5부. 도시와 산책

2부. 균형과 반복.

부록. 질문과 응답.

 

 

1부 ‘일과 삶’에서는 그의 작은 선택들과 결정들이 어떻게 쌓여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 지금으로까지 이어졌는지의 과정을 담았다. 알맞은 공간을 서울에서 찾는 일부터 동업과 올바른 싸움의 기술, 상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태도와 지침 등 조직에서 벗어나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겪어온 수많은 착오와 실수, 배움과 깨달음, 그리고 그로 인해 고되지만 ‘적어도 일을 하는 내 몸과 마음을 원하는 곳에 놓아보는 하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2부 ‘균형과 반복’에서는 정멜멜이 어디서부터 사진을 찍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났는지부터 사진가로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피사체를 대하는 자세, 직업인으로서 그것을 더 오래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특이하게 1부와 2부 사이에는 1.5부가 있는데, 정멜멜 작가가 세계 여러 도시를 산책하며 카메라 렌즈를 통해 채집한 도시의 장면들 61컷을 단상과 함께 수록했다. 정멜멜 작가의 시선으로부터 담긴 사진들에서는 그만의 고유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본문에서도 밝히듯, '일단 그냥 찍고 싶다고 느끼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담백하면서도 경쾌하게 찍어냈음'이 드러난달까. 정멜멜 작가가 개인적으로 머물렀던 공간과 그곳에서 겪은 일들의 틈 사이로 포착한 장면들이라 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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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작품들을 따로 3부에 담지 않고 굳이 ‘1.5부’를 설정한 것은 어떤 의도가 보이기도 한다. 온전한 하나의 파트로 담기에는 부담스럽기에 가볍게 반절의 파트로 담아내고자 한 의미도 있으며, 내용적으로도 1부에서 2부로 넘어갈 때 자연스럽게 사진가 정멜멜의 작업세계를 보여주는 ‘이음새’같은 역할로 환기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 부록에서는 사진가로서의 목표는 무엇이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등 스스로짧은 인터뷰 형식의 대화를 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

 

‘숙련된 내일을 만나고 싶어 수많은 처음들을 넘어낸 사람’, ‘때로는 직관 속에서, 때로는 제약과 경험 안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사람’, ‘자연스러운 순간을 담아내기를 좋아하는 사람’, ‘마음이 순환되는 창작을 하고자 하는 사람’, ‘좋아하는 심지 하나로 작은 세계를 만들며 오래 찍고 싶은 사람’ 등등 독자는 저자 스스로 정의내린 단어들과 사진들을 통해 ‘어쩌다 정멜멜은 현재의 정멜멜이 되었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작은 선택들과 결정들이 쌓여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인생의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중요한 건 틀어진 계획으로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다. 크고 작은 실수들 뒤엔 늘 예상치 못한 배움이 있었다. 말 못 할 고충도 뼈저린 교훈도 있었지만 이렇게 시작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환희도 있었다. 멋이라고는 없는 시작이었지만 뒤를 돌아보면 그래도 틀리지 않은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p.34, 「틀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되는 무언가가 있다」 중에서

 

 

마치 하나의 사진집같은 구성으로 정멜멜 감성이 느껴지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일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을 차분하고 솔직담백하게 녹여낸 책. 정멜멜 작가의 작업세계와 그 안에 새겨진 마음과 태도가 궁금한 이들을 포함하여, 이색적인 감각의 경험을 선사하는 가볍고 산뜻한 종이책 한 권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정멜멜

사진가 정멜멜은 동료들과 함께 서울에서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texture on texture)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규모의 국내외 브랜드와 매체, 그리고 작가, 디자이너와 함께 사진 관련 프로젝트들을 진행한다. 공간을 이루고 있는 인물과 사물, 그 자리에 감도는 분위기나 여백을 포착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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