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모르는 평범함을 찾아서 -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공연]

평범한 건 없다
글 입력 2022.06.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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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평범해 보이지만 위태로운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엄마 다이애나, 그런 엄마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딸 나탈리, 흔들리는 가정을 지켜내려 노력하는 아빠 댄. 과연 이들은 그토록 원하는 '평범한 가정'이 될 수 있을까?


 

  

평범이란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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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나타리를 낳기 전 댄과 다이애나에게는 게이브라는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병으로 아들을 잃은 뒤 다이애나는 침잠했고, 댄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다이애나의 상태에 가족은 위기를 맞는다.

 

댄은 말한다. "평범하게 돌아가는 거야, 다 괜찮아질 거야, 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


그의 외침은 과연 누구를 향한 걸까? 아내 다이애나? 아니면 딸 나탈리? 아니, 아마 그 처절하고 간절한 외침은 자기 자신을 위한 외침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게이브를 잃은 그 시간을 잊으려 하면 할수록,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려 하면 할수록 게이브의 기억은 점점 더 힘을 얻어 살아나고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그 모습을 보면서 평범한 삶이란, 무난함의 연속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그 자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바라는 평범이란 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존재인가.

 

 

 

포기하지 않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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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는 내내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다이애나와 가족에게 소외된 나탈리를 끊임없이 다독이고 끌어안아주는 댄과 헨리의 모습이었다.

 

두 남자는 두려움과 슬픔에 가득 차 있는 두 여자를 한결같이 지켜준다. 사실 헨리와 나탈리의 모습은 마치 오래전 댄과 다이애나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3단으로 나뉜 무대는 이렇게 같은 듯 다른 두 커플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절망 속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솔직히 그녀들의 절망을 가장 가까이서 지칠 만큼 지켜본다는 게 그들에게도 무척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시 일어서는 댄과 헨리를 보면서 다이애나와 나탈리가 몹시 부럽게 느껴졌다.

 

특히 헨리는 망가질 대로 망가져버린 이 세상에 내 곁에 온 너(나탈리)만이 유일한 사랑이라 말하며 '완벽한 짝'이 되겠다고 고백한다. 왕따에 게으르고 약쟁이인 나약한 헨리가 보여준 놀라운 반전이었다.

 

 

 

평범한 가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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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는 말한다. 세상은 단지 그들의 기준에 맞춰 낳은 지 4개월 만에 아이를 잃은 나를 우울증이라 진단했고, 미친 여자로 만들었다고.

 

우리는 때로 아픈 기억을 애도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할 때가 있다. 각자마다 아픔을 받아들이는 속도와 소화해 내는 속도가 현저하게 다름에도 말이다. 게다가 마치 빨리 아픔을 극복해 내는 것만이 옳다고 여기며 어떻게든 괜찮아지려 발버둥 친다.

 

물론 그 기억이 자신을 갉아먹을 때까지 오래 두어서도 안되겠지만, 억지로 도려내듯 기억을 덮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낸다면 오히려 더 커다란 후폭풍이 닥칠지도 모른다. 때문에 극복은 누군가 강요해서도, 억지로 주입해서도 안되며 오직 자신의 의지로 선택해야 한다.

 

극의 말미, 다이애나는 오래도록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아들 게이브가 자신을 기억에서 버리지 말아 달라고 간절히 애원함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똑같은 무서움과 두려움 속에서 고통받는 딸 나탈리를 위해 어렵게 현실을 마주한다. 마침내 아들 게이브의 기억과 적절히 거리를 두고, 혹시 자신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사실조차 그대로 받아들인 채 휘청이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택한 것이다.

 

덕분에 댄 또한 다이애나가 떠난 뒤 그녀를 돌보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 안의 게이브를 만나게 된다. 극구 외면했던 게이브와 정면으로 마주함으로써 자신의 상처도 돌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댄이 그토록 '평범한 가정'에 집착했던 건, 자신도 몰랐던 자기 안의 게이브를 잊기 위한 나름대로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생각됐다.


그래, 어쩌면 애초에 '평범한 가정'이란 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각자의 방법으로 아픔을 극복해 내며 살아가는 한 인간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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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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