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너무나도 따뜻했던 날

글 입력 2022.06.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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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때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남는 날 유난히 글을 많이 썼다.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간직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는데. 행복한 날은 글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 소소한 행복을 너무 많이 느껴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졌다. 추후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오늘의 행복을 남긴다.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어제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책을 읽었다. 전자책으로 빠르게 흘러가듯이 읽을 수 있었는데, 꽤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었다. 가만히 들어주는 위로. ‘독고’씨의 위로가 나에게도 필요한 게 아니었나 싶다.

 

그러던 중 신촌역을 지나는데 ‘Big issue’ 잡지가 눈에 들어왔다. 항상 ‘한번쯤 사봐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용기가 안 나던 참이었다. 같이 있던 친구의 동조에 힘 입어, 그리고 어제 읽은 책에 힘 입어, 판매원분께 다가갔다. 그러자 너무도 친절한 목소리와 함께 한 잡지를 추천해 주셨다.

 

가장 최근 판을 하나 샀다. 판매원께서는 바디워시를 사은품으로 챙겨주셨다. 대학생이라 말씀드리니 웃으시며 하나 더 담아주셨다. 잡지와 함께 건네주신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말이 하루 종일 따뜻하게 남았다.

 

괜시리 뿌듯하기도 하고. 말 그대로 따뜻한 행복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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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수박이 먹고 싶어져 동네 마트로 갔다. 그리고 나는 ‘50%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었다. 엄청나게 큰 수박을 반의 반 값으로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자취생인 명분을 까먹고 구매해 버렸다. 8kg의 수박은 들고 가기에도 무거웠지만, 여름 내내 시원한 수박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았다.


날씨도 좋았다.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비가 올지도 모르는 흐린 하늘이긴 했지만 햇빛이 강하지 않아 오히려 포근했다. 신촌에도 사람들이 이제 꽤 많이 보인다. 버스킹을 하는 사람도 많다.

 

낑낑거리며 집에 가던 중,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좋아하는 팝송이었다. 좋은 날씨와 좋은 기분이 더해져 노랫소리가 정말 행복하게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버스킹을 구경하는 관객이 되어버렸다. 수박과 빅 이슈 잡지를 옆에 두고, 기타의 선율과 노래를 듣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집에 와서 아까 산 잡지를 살며시 구경하고, 수박을 잘라 정리했다. 평소에 먹던 애플수박과는 비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집에 있는 가장 큰 통을 2개를 다 쓰고도 반통이나 남았다. 대충 아무 플라스틱 통에 담아두고 근처에 자취하는 동기 언니에게 연락을 했다. 수박이 많이 남았는데 먹겠느냐고.

 

언니는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는 수박이 먹고 싶다며 당장 받으러 온다고 했다. 자려던 참이었지만 흔쾌히 맞이했다. 그렇게 수박 통을 가진 언니와 수박을 가진 나는 새벽 1시 30분에 만남을 가졌다.

 

수박만 건넬 줄 알았던 그 간단한 만남은 반가움과 이유 모를 수다에 대한 욕구로 채워졌고, 우리의 이야기는 끊이질 않았다. 빨리 집에 가려고 일어선 채로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렇게 2시간을 이야기한 것 같다. 언니가 집에 가고, 잘 준비를 하고 누웠을 땐 이미 4시를 향하고 있었다.


돌아보니 참으로 사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종강도 하지 않은 찌든 대학생이지만, 너무나도 포근하고 행복한 하루였던 것 같다. 사소한 대화를 나눈 것. 좋아하는 노래를 우연히 들은 것. 사고 싶었던 잡지를 구매한 것. 수박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것. 그리고 그것을 나눈 것.

 

우연과 행운과 용기로 가득 차 더더욱 행복했던 날이었다.

 

 

[윤영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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