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책쟁이들을 사로잡은 전시회 [미술/전시]

조금 아쉬웠던 서울국제도서전
글 입력 2022.06.1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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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각자 책을 읽을 시간은 많았어도 함께 생각을 나눌 공간은 부족했다.

 

그랬기에 이번에 코엑스에서 열린다는 국제 도서전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출판업계 관계자도, 전시회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모두가 많은 기대를 품은 전시였다.

 

 

 

전시의 주제를 책만으로 얘기하지 않았다



2022년 국제 서울 도서전은 '반걸음'이라는 키워드가 핵심 주제였다. 변화의 시작은 거창한 한걸음이 아니라 아주 작은 반걸음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 함께 세상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반걸음을 내딛어보자는 뜻을 가진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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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두루뭉술한 설명 때문에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전시장 내의 '반걸음' 전시부스를 둘러보고 나니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환경단체의 제품 ,작은 아이디어로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공부 시간을 늘려준 아이템, 세상의 중요한 일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뉴스레터 회사의 부스 등, 생각지 못한 다양한 단체들이 모여있었다.

 

단순히 사회변화와 관련된 책들이 늘어져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그 공간을 걷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위한 반걸음을 내디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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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정말 인상적이었던 건, 반걸음 전시부스가 모두 친환경 종이로만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부스 전체 가벽과 테이블이 다 골판지였다. 이벤트로 나눠주는 부채마저도 흔하디흔한 플라스틱 부채가 아니라 종이부채였고.

 

세상에 좋은 변화를 함께 만들어나가자는 취지에 맞게 디자인된 공간이었어서 감명받았다.

 

 

 

책의 다른 면을 조명해준 특별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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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제도서전에서는 두 가지의 다른 측면에 관해 얘기를 더 했다.

 

하나는 미디어 시대에 살펴보는 책의 역사이고, 또 다른 하나는 책의 모양새다. 특별부스 '책 이후의 책'에서는 디지털 혁명 이후에 급격한 변화를 맞은 책의 지난날들을 살펴볼 수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가 무너지면서 우리가 책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그에 따라 어떤 책들이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는지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책은 결국 시대의 흐름과, 독자들의 욕구에 따라 변화하고 있음을 찬찬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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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부스에서는 말 그대로 예쁜 도서를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책 표지를 보고 인상을 결정하는 시간은 단 몇 초지만, 실은 디자이너들의 엄청난 고민의 산출물일 것이다. 책 표지는 웬만하면 A4보다 작은데, 이 조그마한 도화지를 잘 활용해서 다른 책들보다 더 눈에 띄게,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겠다-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었던 건 독특한 전시 표현 방식 덕분이었다. 아름다운 책들을 단순히 테이블 위에 나열한 것이 아니라, 사람 키보다도 더 큰 LED 화면에 띄워 거대한 책을 마주한 것처럼 보이게 했기 때문이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책이 낯설게 느껴지면서 동시에 그 외관의 멋이 눈에 깊게 들어온 것 같았다.

 

 

 

여기가 서점이야 전시회야


 

앞서 얘기한 특별 부스들은 참 괜찮았다. 다양한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로 충분히 차 있었다. 다만 그 특별 부스들은 도서전의 콘텐츠 중 20% 정도를 차지했던 것 같다.

 

나머지 80%는? 오로지 책을 파는 것이 목적인 출판사가 대다수였다. 도서전에서 당연히 책을 팔 수 있고, 전시할 수 있다. 나 역시 책 구경을 하고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면 충동구매 하나 하는 것도 방문한 이유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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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너무너무 가판대스러운 판매 현장이 가득했던 게 아쉬웠다.

 

서점이 아니라 전시회인 만큼, 출판사들은 자신들이 누구인지 알리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러이러한 책들은 낸 우리는, 이런 정체성과 목적을 가진 회사다.'라는 이야기들 없이, SNS팔로우 이벤트와 가득가득 쌓아올린 책들을 보니 조금 심심했다.

 

책에 대해 출판사가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이벤트나 색다른 활동이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러니저러니해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본 것을 후회하지 않는 전시였다. 다만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끌기 위해서는 주최 측보다도 출판업계 회사들의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마 국제도서전도 내년엔 반걸음 더 나아가 나를 또 움직이게 하겠지. 다음 해의 여름을 벌써부터 미리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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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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