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혼자 영화를 보러 간 이유 [공간]

나는 왜 혼자 영화관에 갔는가?
글 입력 2022.06.12 13:4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꾸미기][꾸미기]movie-theater-4213751_1920.jpg

 

 

혼자 영화를 봤다. 제목은 [범죄 도시 2]. 내가 살면서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관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사실 나는 집에 혼자 있는 것은 좋아해도, 집이 아닌 곳에서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은 많이 어색하다. 요즘은 사회적으로 혼자 행동할 때 따라오는 불편한 시선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 내 안의 불편함과 어색함까지 사라지지는 못했나 보다.

 

타고나길 원체 외로움을 잘 느끼는 성향이기도 하고, 무언가를 했을 때 일어나는 상황과 감정을 함께한 사람과 나누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삶의 의미라서 혼밥, 혼술, 혼행, 혼공, 혼영 등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혼자 하는 삶'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영화관 앞에 도착하니 우려와는 다르게 혼자 영화를 보러 온 것 같은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의식해서일까?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도 왠지 영화관 앞에서 팝콘과 콜라까지 껴안고 입장을 기다리는 내 모습이 조금 처량하게 느껴졌다.


이상하다. 나는 왜 이렇게 불편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영화를 보러 갔을까?



[꾸미기]1common.jpg

(영화 '신의 한 수' 中)

 

 

문득 내가 처음으로 혼자서 영화를 관람했던 날을 떠올려봤다. 그러자 의외로 답은 쉽게 나왔다.

 

그날은 바로 내가 짧은 회사 생활을 마치고 퇴사를 (당)했던 날이었고, 아무도 만나기는 싫은데 그렇다고 집에 가고 싶지도 않은 그런 날이었다. 생각과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제와서 약 5개월의 회사 생활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가를 토로하듯 적어내고 싶지는 않다. 그저 그때의 내 상태를 조금이나마 설명하기 위해서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4명의 팀장님을 만났다는 사실만을 밝혀둔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나는 무작정 강남으로 향했다. 이유는 사람이 많아서였다. 평소에는 사람이 붐비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인데 목적지를 강남으로 정하다니. 스스로도 내 선택이 너무나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때 선택했던 영화는 [신의 한 수]였다. 강남이라는 지리적 위치와 그 당시 흥행하던 영화였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시간에 간신히 한자리를 예매했던 기억이 난다. 티켓을 찾고, 팝콘과 콜라를 사고, 매진된 영화관 안에 들어가 삼삼오오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 속에서 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흘러가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지금 내가 영화 속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다행히 주변이 온통 사람들로 꽉 차 있어서 몇몇 장면에서는 함께 놀라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멍했던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 다른 기억은.. 없다.



[꾸미기]1common (1).jpg

(영화 '범죄 도시 2' 中)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만나기는 싫은데 그렇다고 집에 가고 싶지도 않았다.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을 잊게 해 줄 묘책이 필요했다. 결국 나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타인 속으로 숨어들었다. 다시 흘러가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이토록 좋은 도피처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영화는 기대만큼 재밌었고 바라던 만큼 통쾌했다. 덕분에 영화가 끝나고 느긋하게 영화관을 나오며 제법 맑아진 머릿속을 느꼈다. 비록 잠깐의 도피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진 못했지만, 잠시나마 숨을 돌리고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어서 큰 위로가 됐다.


누구나 삶의 고비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 아마도 나에겐 그 해결 방법이 '혼자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가는 것'이었던 것 같다. 물론 아직은 두 번밖에 해보지 않아서 아주 확신할 순 없겠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하나 찾아냈다는 것만으로도 한결 안심이 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주저 없이 영화관으로 가겠다. 좋아하는 영상 콘텐츠가 상영되고, 그것을 함께 즐길 타인이 있고, 그러나 더없이 혼자일 수 있는 그곳으로.

 

 

 

컬처리스트_서은해.jpg

 

 

[서은해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