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항상 우리 곁을 지키는 별자리 - 카시오페아

잠시 어깨를 내어줄래요?
글 입력 2022.06.1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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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배우 안성기와 믿고 보는 명품 배우 서현진이 아빠와 딸로 <카시오페아>에서 만났다.

 

<카시오페아>에서 서현진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수진'역을, 안성기는 그런 수진의 곁을 지키는 아빠 '인우'역을 맡아 부녀 호흡을 맞춘다.


 

이혼 후 변호사, 엄마로 완벽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수진은 하나뿐인 딸 지나의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정신없이 바쁜 수진을 위해 아빠 인우가 손녀를 돌보게 되면서 세 사람은 함께 살게 된다.

 

얼마 후 수진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알츠하이머라는 뜻밖의 결과를 듣게 된다. 사랑하는 딸을 잊을까 봐 두려워하는 수진을 위해 아빠 인우는 수진의 곁을 지키고, 기억을 잊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 부녀만의 애틋한 동행이 시작된다.

 

- <카시오페아>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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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다른 영화들에서 알츠하이머를 앓는 역은 주로 부모였지만, 이번 <카시오페아>는 자식이 알츠하이머를 앓는다는 점에서 여타 영화와 차별점을 가진다. 그것도 일반적인 알츠하이머보다 진행 속도가 월등히 빠른 초로기 알츠하이머 환자 역으로.

 

그러한 점 덕분에 균형 잡힌 시각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여타 영화에서 그려지는 알츠하이머 환자는 줄곧 '노인'이라는 이미지와 겹쳤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 '응당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렇기에 자율성이 배제된, 당연히 부양 받아야 할 존재로 그려지던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모습은 지극히 수동적인 역할로 영화에 등장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알츠하이머 환자와 노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만들고 말았다.

 

허나 이번 영화는 젊은 사람이 알츠하이머에 걸리는 서사를 내세움으로써 기존의 '알츠하이머 환자=노인'이라는 인식을 깨부수었고, 그로 인해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가진 특수성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부가 효과를 주었다.

 

다시 말해, 기존 영화에서는 세월의 흐름에 따른 노화로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취약점과 알츠하이머 환자가 겪는 기억 상실의 고통 사이 경계가 흐릿해 알츠하이머 환자만의 고통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카시오페아>는 여태까지의 그런 모호한 지점을 확실히 분리해 우리가 집중해야 할 요소를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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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극 중간중간 수진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장면이나 타인의 도움 없이 정해진 루틴을 홀로 수행하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알츠하이머 환자는 마냥 타인의 도움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의존적 존재가 아님을 보여주기도 했다. 역시 이전까지 알츠하이머 환자를 다룬 영화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들이다.

 

<카시오페아>는 유독 수진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장면을 오래도록 보여준다. 물론 정확한 인식에 의한 움직임이 아니긴 하지만, 그것은 분명 타인에 의해 강제된 것이 아닌, 수진의 자의에 따른 행동들이다. 주체적인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의식이 명확히 존재하는 살아있는 자로서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기에 수진의 배회 장면은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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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나이에 따른 전통적 가족 구성원의 역할에 치중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인우는 수진으로부터 부양 받아야 할 수동적 존재가 아닌 수진을 옆에서 살피는 한 명의 든든한 지킴이로, 수진은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무게감 있는 가장의 모습이 아닌 갑작스레 위기가 닥쳐온 알츠하이머 환자로 표현되며, 수진의 딸은 마냥 어른들로부터 이해 받아야 할 어린 아이가 아닌 능동적으로 엄마인 수진을 안아줄 수 있는 성숙한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카시오페아>는 결국 가족이란, 맹목적으로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방적 관계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쌍방향 관계여야 함을 이야기 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동등한 관계가 될 때, 그때부터 건강한 가족 관계가 시작된다면서 말이다.

 

카시오페아는 가장 밝은 별자리로, 길을 찾는 북극성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우리는 북극성을 찾으면 카시오페아를 찾을 수 있고, 카시오페아를 찾으면 북극성을 찾을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유기적인 관계.

 

이런 관계가 어쩌면 진정으로 건강한 가족 관계 아닐까?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맬 때, 앞이 보이지 않아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울 때, 옆에 있는 가족에게 잠깐 기대는 것만으로도 우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반대로 내가 있기에 우리 가족 구성원은 나에게 잠깐 기대 쉬어갈 수 있다. 설사 힘든 일이 있지 않더라도, 가족이 우리 곁에 있음을 알기에 우린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극복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우리의 인생을 살아갈 테다.

 

일방적 관계는 없다.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간다. 굳이 가족이 아니더라도, 우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해나간다. 우린 불완전한 인간이니까, 우리 혼자서 완전할 수 없으니까. 내가 힘들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도, 때때로 곤경에 빠진 주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고 우리 인간의 숙명일 것이다.

 

그렇게 불완전한 인간은 완전함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겠지. 그렇게 인간은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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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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