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와 미술의 상관관계: 영화의 시초는 미술이었다? [영화]

두 예술의 교차점
글 입력 2022.06.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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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학에 관한 강의를 들으며 영화와 미술의 관계를 공부하게 되었다. 두 예술은 얼핏 보면 아주 다른 것으로 여겨진다. 하나는 영상, 다른 하나는 그림. 동적이고 정적인 경계선상에서 완전히 별개의 가치를 지닌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나는 영화의 처음은 미술 사조에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 이와 함께 푼크툼, 인상주의, 프레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푼크툼과 스투디움, 그리고 나의 푼크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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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크툼이란 찔린 자국이란 뜻으로, 개인의 심부를 찌르는 기억에 남는 매체이다. 푼크툼은 수용자에 의해 완성되는 상호 텍스트성을 적극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스투디움은 푼크툼보다는 다소 객관적으로, 지식이나 교양에 기반을 둔 분석적인 매체이다. 두 개념은 서로 공존하기도 하고 방해하기도 하며 수용자에게 경험을 선사한다. 최근 미술과 영화 장르에서 푼크툼을 경험한 바가 있어 이번 글을 통해 소개하고 싶다.

 

얼마 전 서울시립 미술관에서 감상한 전시회에서 나는 천경자 작가의 <생태>라는 그림을 보았다. 그 그림은 뱀이 얽히고설킨 그림이었는데 처절하고 아픈 감정이 먼저 들었다. 설명을 보기도 전에 작가의 심정에 공감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 그림이 떠오르는 아주 강렬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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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 <벌새>에서 주인공이 트램펄린 위를 뛰어오르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그 장면은 명확한 이유 없이 내게 몹시 중요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을 그리워해서 그랬던 것 같다. 왜 그 장면에서 그리움의 감정이 느껴졌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주관적으로 다소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와 미술은 모두 푼크툼을 줄 수 있는 예술 매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예술을 끊지 못하고 있다. 처음 눈에 들어왔을 때 헉, 하고 와 닿는 그 숨막히는 감정에 중독되어 버렸기에. 나는 예술이 인간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기에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목적이 있는 한 영화와 미술은 공통적인 경이로움을 나에게 선물할 것이다.

 

 


미술 인상주의 사조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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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탄생 배경은 미술과 연관이 깊다. 특히 인상주의 사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인상주의는 자연의 빛을 중시하며 일상의 모습을 밖으로 나가 그리기 시작했다. 형태와 색채 측면을 봤을 때 인상주의 미술은 형태보다 색채를 중시했고 이는 이후 영화의 시초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 미술 사조의 영향을 받은 뤼미에르의 영화는 대부분 옥외에서 촬영되었다. 영화가 마치 인상주의 사조처럼 색채와 빛을 중시하며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기차>는 일조량이 많은 남프랑스 지방에서 촬영된 것이다. 그 영상을 직접 보면 빛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그의 고민이 느껴진다.

 

이처럼 영화의 시초는 미술 인상주의 사조에 큰 영향을 받은 뤼미에르에 의해 시작되었다.

 

 


프레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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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는 점이, 프레임에서 관찰되는 영화와 미술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미술에서 보이는 그림은 일반적으로 고정된 프레임을 가지고 있어 외화면을 따로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영화는 ‘살아있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영상이 움직이면서 프레임 속에 들어오는 화면이 언제나 변화할 수 있다. 즉 프레임이 화면 안과 밖에 모두 살아있기에 수용자는 바깥까지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점을 느낀 것이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였는데, 예쁜 색감 덕분에 마치 그림처럼 느껴지던 화면이 움직이면서 새로운 요소가 있음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따라서 보다 확장적인 제3의 의미를 열어줄 수 있다는 점이 미술과 영화가 프레임에 있어 갖는 차이점인 것 같다.

 

하지만 시각의 측면에서 볼 때는 영화나 미술이나 동일한 지점이 있는 것 같다. 비록 미술은 외화면을 갖기 어렵지만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그 이상의 것 사이에서 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과 영화는 모두 정신적인 부분을 포함하는 예술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예술이 내게 주는, 측정 불가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며 글을 마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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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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