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세상을 긍정할 수 있는 낭만의 힘, 첼리스트 심준호 X 피아니스트 송영민 듀오 콘서트

글 입력 2022.06.0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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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 인상적인 듀오의 공연이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렸다. 앙상블오푸스로서, 그리고 솔리스트로서도 수많은 무대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첼리스트 심준호와 해설자, 기획자, 연주자로 국내 클래식 음악계를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역량을 보여준 피아니스트 송영민의 듀오 콘서트였다. 기대되는 연주자들의 조합에 라흐마니노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드보르작 그리고 멘델스존이라는 인상적인 프로그램 선곡까지 더해지니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 당일에도 예술의전당에 도착해보니, IBK챔버 홀의 무대를 기다리는 관객들로 로비가 북적였다.


공연의 본격적인 후기를 남기기 전에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이번 듀오 콘서트는 정말 너무 좋았다. 첼리스트 심준호와 피아니스트 송영민은 이번 무대를 통해 가슴 깊이 잠들어 있던,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일깨우고 어루만져주었다. 각 사람의 마음 속에 희망과 새 힘을 불어넣어, 비관하기 쉬운 마음에 새로운 긍정의 씨앗을 심어주었고, 일상을 지치게 만드는 것들까지도 포용하고 인내할 수 있는 에너지를 나눠주었다.


연주 자체의 아름다움과 압도적인 면모도 물론 좋았지만, 그들이 관객들의 마음에 일으킨 이 긍정의 파문은 정말 드문 것이었다. 어쩌면 낭만이 가득한 무대였기 때문일까? 프로그램과 비르투오소들이 만나 그 영향력이 정말로 극대화된 무대였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PROGRAM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D장조 Op. 23 No. 4 

S. Rachmaninoff Prelude in D Major Op. 23 No. 4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F장조 Op. 6

R. Strauss Sonata for Cello and Piano in F Major Op. 6

I. Allegro con brio

II. Andante ma non troppo

III. Finale - Allegro vivo


INTERMISSION


드보르작 4개의 노래 중 1곡 ‘나를 홀로 내버려두오’ Op. 82 B. 157

A. Dvořák 4 Lieder Op. 82 B. 157  1. Lasst mich allein


멘델스존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 D장조 Op. 58

F. Mendelssohn Sonata No. 2 for Cello and Piano in D Major Op. 58

I. Allegro assai vivace

II. Allegretto scherzando

III. Adagio

IV. Molto Allegro e vivace

 




첫 곡이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이어서, 이번 심준호 X 송영민 듀오 콘서트의 시작은 피아니스트 송영민의 독주로 시작되었다. 홀로 무대 위에 나선 피아니스트 송영민은 관객에게 인사한 뒤, 피아노 앞에 앉아 조심스럽게 피아노 위에 손을 올렸다. 그 동작에서부터 관객들은 눈치챘어야만 했다. 송영민의 라흐마니노프가 아주 섬세하고 부드럽고 또 내밀할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피아니스트 송영민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전주곡은 도입부부터 너무나 아름답게 마음을 사로잡았다. 첫 음에서부터 시작된 깃털같이 부드러운 터치는 내내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 간지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한 감정이 한없이 솟아났다. 녹턴풍의 아름다운 음색과 화성에서 풍부하게 방출되는 감정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놀라웠는데, 피아니스트 송영민은 그 와중에 라흐마니노프의 복잡한 형식과 기교까지도 자연스럽게 풀어주었다. 그는 부드럽게 시작해서 점차 감정을 점층시켜나갔다. 아름다운 악상 가운데서도 클라이막스를 고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섬세한 터치 하나하나가 쌓여 절정에 다다른 순간의 카타르시스는 아찔했다. 앞선 부드러운 야상곡 풍의 분위기에서 갑자기 라흐마니노프의 러시안 로맨티시즘이 폭발하듯 분출되어 온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곤 다시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처음의 분위기로 돌아갔다. 아주 부드럽고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그 끝에 객석에 인사를 올리는 피아니스트 송영민도 본인의 연주에 만족한 듯했다. 감성을 어루만지는, 아주 좋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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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두 번째 작품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F장조였다. 이 작품에서부터 첼리스트 심준호가 합류했다. 첼로를 들고 무대 위로 나선 심준호를 보면서, 그가 들려줄 소리가 어떨지 기대하면서 슈트라우스의 첫 음을 기다렸다. 두 연주자가 함께 첫 음을 연주하면서 시작된 순간, 첼리스트 심준호의 소리가 완전히 내 귀를 사로잡았다. 슈트라우스의 1악장은 악장 전반에 걸쳐 부드렁누 첼로 저음을 한껏 들을 수 있는데, 첼리스트 심준호는 그 부드러운 소리 가운데 심지가 곧았다. 유연하면서도 힘 있는 그 저음 속에 심금을 울리는 비브라토를 담아 심준호가 연주하자 그 선율 하나하나에 속절없이 매료되었다. 마치 그가 연주하는 소리 하나하나에 내 심장이 공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서정성과 고전미가 매우 부각된 1악장이었다.


2악장에서 사색하는 듯한 슈트라우스의 정서를 풀어내는 첼리스트 심준호의 연주 역시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서정성과 표현력, 이를 깊이감 있게 전달하는 첼리스트 심준호의 선율이 피아니스트 송영민의 터치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었다. 마지막 3악장에서는 송영민의 익살스러운 피아노가 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심준호의 첼로를 감싸며 피날레다운 화려함을 장식했다. 아주 인상적인 연주였다.


듣는 내내, 심준호의 연주 실력도 보통이 아니지만 악기도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 북을 보니, 심준호는 1710년도 Carlo Ruggeri가 제작한 Vaska로 연주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역시 악기의 소리 자체가 남다른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뛰어난 악기의 선율을 극대화한 심준호의 연주 역시도 비범했다는 점이다. 비르투오소와 함께 해야 악기도 그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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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직후, 2부가 시작되기에 앞서 피아니스트 송영민이 무대 위로 나왔다. 그가 마이크를 손에 들고 나온 것을 보며, 이번 무대에 대한 해설을 해주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Classic FM에서 듣던 것처럼 피아니스트 송영민은 이번 듀오 콘서트의 프로그램들에 대해서 짤막하게 코멘트를 해주었다.


예컨대 1부의 라흐마니노프 전주곡은 그의 프렐류드 중에서 덜 알려진 편이지만 낭만적이면서도 러시아 피아니즘 특유의 표현이 잘 담겨있다는 점, 그리고 슈트라우스는 그의 10대 때 작곡된 놀라운 작품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런가 하면 2부의 드보르작 가곡에 대해서는 드보르작과 요세피나의 관계를 설명하며 작곡 배경을 이야기해주었고, 멘델스존의 작품은 원래 피아노 소나타 작품의 선율을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로 재탄생시켰다는 배경을 설명해 주었다. 송영민의 코멘트로 1부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동시에 2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고조되었다.


송영민의 인사 후 이어진 드보르작의 가곡은 정말 아름다웠다. 서정적인 감정이 첼로와 피아노의 선율을 타고 증폭되어 홀을 가득 채웠다. 분명히 맥이 다른 작품인 것을 아는 데도, 1부의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의 정서와 일견 잇닿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드보르작의 가곡 선율에서 드는 감정도, 심장을 두드리며 일깨워지는 그런 감정이었기 때문인 듯했다. 아름다운 끝 음이 마무리되자 깊은 여운이 남았다. 감동적인 2부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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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멘델스존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 D장조에서는 1악장부터 화려하게 시작하면서 피날레의 서막을 알렸다. 피아니스트 송영민은 이 작품을 두고 피아노와 첼로가 동등하게, 듀오로서 대화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들어보면 실제로 반복되는 선율 패시지를 두 악기가 주고받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심준호와 송영민이 주고받는 음악적인 대화를 관객도 함께 듣고 있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


스케르초 악장인 2악장은 리듬보다도 소리의 질감이 다양한 것을 느낄 수 있는 악장이다. 음원으로 들을 때에도 재밌었지만, 주법이 달라지는 심준호의 손끝을 눈앞에서 보며 감상하니 듣는 재미가 더욱 배가되었다. 이어지는 아다지오 악장은 아름다운 코랄풍으로 작곡되었다. 이 악장은 멘델스존이 바흐를 기념하는 마음을 담아 작곡된 악장인데, 부드럽고 온화하면서 사뭇 경건해지는 마음까지 들었다. 피아니스트 송영민의 물 흐르듯 유연한 터치가 이 아름다운 분위기 조성에 중추 역할을 해 주었다.


아름다운 3악장에서 쉼 없이 바로 이어지는 4악장은 빠르게 시작하면서부터 화려한 대미를 보여주었다. 4악장이 도입부부터 화려하다는 점과 첼로, 피아노 사이의 음악적인 대화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1악장과 유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수미상관인 셈이다. 처음도 화려했고, 마지막도 화려했던 멘델스존은 끝까지 눈부시도록 빛나며 타오르는 불꽃놀이처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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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무대를 보여준 첼리스트 심준호 그리고 피아니스트 송영민 듀오에게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들이 보여준 비르투오시티는 눈부셨고, 그들의 손끝에서 빚어진 선율들은 형언할 수 없는 위로가 되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연주자에게 환호를 보내자, 심준호와 송영민은 관객들을 위해 두 곡의 앵콜곡을 연주해 주었다. 박종성의 흔적과 슈트라우스의 가곡 내일(Morgen)이었다.


박종성의 흔적은 첼리스트 심준호가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심준호는 송영민에게서 마이크를 넘겨받아, 원래 하모니카로 연주되는 이 작품을 첼로 선율로도 풀어보고 싶었다는 뜻을 밝혔다. 뒤이은 슈트라우스의 Morgen은 송영민의 소개 후 연주되었는데, 국내외 정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내일을 긍정하는 마음을 담아 선곡했다고 밝혔다. 서정적이면서 잔잔하고, 깊은 여운을 주는 앵콜 무대를 통해 첼리스트 심준호와 피아니스트 송영민은 이번 듀오 콘서트를 낭만적으로 마무리해 주었다.


*


이번 심준호 X 송영민 듀오 콘서트를 통해,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는 것을 절감한 기분이었다. IBK챔버홀을 가득 채운 이 낭만의 정수들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압도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앵콜곡으로, 이제 곧 제자리로 돌아갈 관객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낙관을 불어넣어준 두 연주자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받았다. 지친 일상 속에서 팍팍해져가는 마음에, 긍정할 수 있는 힘을 나눠받은 무대였다.


따뜻한 가슴과 치밀한 손끝으로, 녹아내릴 것 같이 환상적인 낭만을 들려주는 심준호 X 송영민 듀오 콘서트. 이들은 6월 7일 신영체임버홀, 6월 10일 달서아트센터 그리고 6월 29일 안성맞춤아트홀에서 이 아름다운 여정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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