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세상의 모든 못난이 들에게 전하는 따스한 위로 [음반]

우소연 1집 '못난이'
글 입력 2022.05.3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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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소연의 '못난이' 뮤직비디오.

 


4학년 1학기의 성적표를 받았다.

그곳에는 믿지 못할 글자가 쓰여 있었다.

'국어문법론│F'

 

 

과제를 모두 제출했고, 몇 번은 모범 답안으로 뽑혀 강의를 수강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공지되기도 했다. 시험도 충실하게 준비했고, 모든 문제에 따른 답안을 작성하여 못해도 A0를 예상하던 과목이었다.


전산오류로 출석이 집계되지 않았던 것이다. 매주 에세이 과제가 있는 과목이라 수강했다는 증거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사지원과에서는 '어쩔 수 없으니 계절학기를 수강하거나 졸업을 미루라'는 말만 반복했다. 국문과는 인원이 적어 전공과목이 학기별로 나누어 열렸다. 떨어진 학점을 어떻게 복구하는 것은 고사하고 졸업이 불투명해진 상황이었다. 이듬해 예정되었던 미국 유학도 막막해졌다.


그렇게 첫 공황과 함께 '못난이' 시기가 시작되었다. 눈이 떠지면 눈이 떠진 대로 하루를 시작했고, 눈이 감기면 눈이 감긴 대로 하루를 마감했다. 창밖의 날씨가 어떻든 걸치는 대로 대충 입어서 감기에 걸리고, 아픈 머릴 잡고 온종일 가만히 누워도 아무 생각 아무 상관 없고 그저 '되는 대로 사는 삶'이었다.

 

작사, 작곡, 편곡, 프로그래밍, 믹싱, 프로듀싱까지 능해 세간에서 ‘천재 프로듀서’라 불리던 ‘우소연’도 이 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우소연은 이를 기회로 삼았다. 이 희끄무레한 감정들로 자신의 1집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앨범의 가사들이 다소 어두운 까닭은 이 때문이다. 앨범에서 그는 모두가 잠든 밤 홀로 깨어 남들과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것을 무서워하며 잠들기를 바라기도 하고 (시차, 불면), 한 구석도 잘난 점을 찾을 수 없는 자기 모습에 실망하며 자책하기도 한다(못난이).

 

그 중 우소연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살아간다는 것은'. 날 좋은 초여름 대중교통 속에서 듣기 좋기 때문이라고.

 

 

"살아간다는 건 내게 어려운 것

살아간다는 건 내게 과분한 것

살아간다는 건 때론 지겨운 것

살아간다는 건 살아간다는 것은

 

산다는 건 내겐 괴로운 것

산다는 건 내게 살아가는 것은

산다는 건 외로움의 연인이야

끝없이 갈구하는 나의 꿈이 우스워지면 어떡해"

 

- 5번 트랙, '살아간다는 것은 中

 

▲ 모든 곡이 자신이 낳은 아이들 같다는 우소연.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은 '살아간다는 것은'이다.

날 좋은 초여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며 듣기 딱이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곡의 사운드는 가사처럼 날이 서 있지 않다. 오히려 마치 친구의 품처럼 포근하고 따뜻하게 감싼다. 이런 살구색 소리는 같은 소속사의 선배 프로듀서인 '재주 소년'이 디지털로 발매된 곡들을 릴 테이프로 직접 다시 레코딩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활용하여 우소연 특유의 맑은 음색위에 다시 한번 따뜻한 감성을 다시 한번 입혔다.


어딘가 주눅 들고 찌질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너와 나 그리고 모두의 이야기. 이런 보편적인 감성에 힘입어 우소연의 '못난이'는 날개를 달았다. 포털사이트의 대형 LP 카페에서 활동하는 마니아들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엘피는 이제는 전량 품절되어 구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이로 인해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지만, 그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용기와 그를 뒤따르는 따뜻한 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1일에는 이를 기념한 첫 단독 공연이 CJ 아지트 광흥창에서 열렸다. 공연은 컴퓨터로 만들어진 음악을 실연하기 위해 6인조 밴드를 구성하여 진행되었다. 게스트로는 2021 한국 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 포크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전호권'과 최근 2집 '낮잠'을 발표하고 '못난이'의 5번 트랙 'Life is...'에 참여한 '유하'가 참여하여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공연을 마친 후 우소연은 자신의 SNS에 공연을 도와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한순간도 잊지 못할 하루였다"며 "생일보다 행복했다"고 그날의 따스한 분위기를 전했다.




▲ 단독 콘서트를 위해 합주하는 세션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눈에 띈다.



오는 6월 1일에는 BTN 라디오 프로그램, ‘걷다 보니 여기, 김목인입니다’의 코너 '밤의 카페 테라스'에 출연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라디오는 유튜브 혹은 'BTN 울림 앱'에서 청취할 수 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 번데기가 되어야 하듯, 사람들은 짧든 길든 모두 '못난이' 시절을 거친다. 그만큼 흔한 일이지만, 모두 자신의 흑역사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꽁꽁 감추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못난이' 시절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우소연이 낸 용기는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겪어낸 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

 

"1집 '못난이'에는 요즘 제가 가장 많이 하는 고민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삶에 대한 걱정, 보고 싶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 저의 귀찮고 오래된 습관, 그리고 혼자만 사회의 일원이 되지 못한 것만 같이 동떨어진 외로움 등 제가 겪었던 저만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어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못난이 그리고 잘난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늘 못난이가 될 수도 없고, 늘 잘난이가 될 수도 없는 것 같아요. 이 앨범은 제가 못난이에 머물렀을 때 기록한 노래들입니다."

 

 

 

신동하 (1).jpg

 

 

[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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