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족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별, 영화 '카시오페아'

글 입력 2022.06.0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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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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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에 '카시오페아' 하면 남자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 이름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역시 w자 모양의 별자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별이 많거나 잘 보이면 카시오페아 별자리를 찾아보곤 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북두칠성과 함께 북극성을 찾는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별자리. 이 별자리를 따라 길을 찾는 것 처럼, 우리도 뭔가의 이정표를 가지고 내 길을 찾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이 별자리를 제목으로 둔 영화 한 편이 6월 1일 개봉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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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이혼 후 완벽한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수진(서현진)은 딸 지나(주예림)의 미국 유학을 준비한다. 일이 워낙 바쁜 수진을 돕기 위해 수진의 아빠 인우(안성기)가 지나를 돌보며 세 사람은 같이 지내게 된다. 하지만 수진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게 되면서 알츠하이머란 진단을 받게 된다.


초로기 치매. 주로 65세 이전 사람들이 걸리는 알츠하이머로, 그 진행속도가 일반적인 치매보다 진행 속도가 빠르다. 진단을 받기 이전에도 자꾸 깜빡깜빡 하곤 했는데, 병원을 다녀온지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았을텐데 수진은 딸 지나가 누군지 알아보지 못 하고, 행동은 퇴행되어간다.


운전대를 잡았지만 길을 찾지 못 하고 같은 거리를 뱅뱅 돌고, 법정 증인으로 서게 된 상황에서 볼일을 참지 못해 그 자리에서 해결해버리고, 아빠를 찾으며 울부짖는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른채 전혀 관련 없는 차를 타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히 수진의 옆엔 아빠 인우가 있다. 씻는 것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진을 씻겨주는 등 -젊은 시절 생계를 위해 해외로 나가야 했기에- 아기 때 해주지 못 했던 일을 지금에서야 만회하는 걸까. 인우는 그런 딸을 위해 같은 시간에 양치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장을 보고 운동하는 등 조금이라도 일상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가에 내놓은 아기마냥, 수진의 행동은 위험천만하다. 하지만 매번 인우와 함께 걸으며 했던 가벼운 동작들을 따라하며 길을 잃은(정확히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인지도 못 하는) 수진은 어두운 산 길을 걸어나간다. 밤 하늘 밝게 떠있는 별들과 아빠의 노력은 수진에게 있어 길을 알려주는 별자리, 카시오페아였다. 그렇게 수진은 정말 다행히도 먼 곳에서 스스로 집에 돌아온다.


알츠하이머 병이 심각하게 진행되어 더 이상 어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수진. 뒤늦게 지나와 지나의 아빠는 함께 한국으로 올라오지만 수진은 자신이 그토록이나 무서워한 결말이었던, 딸을 알아보지 못 한다. 하지만 괜찮다. 지나는 내일이고 모레고 자신은 엄마 수진의 딸이며, 당신은 나의 엄마라고 하루도 빠짐없이 말 해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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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요즘 들어 슬픈 영화나 컨텐츠를 잘 보지 않는다. 내 삶에 힘든 일이 많다보니 시간내어 보는 것 만큼은 즐거운 것을 챙겨보고 싶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는 정말 좋아하는 배우(서현진, 안성기)가 주연인 것을 알고 꼭 봐야겠다 싶었다. 역시나 두 배우의 연기는 너무나도 완벽했고, 과몰입이 심한 편인지라 영화는 이미 끝났는데 리뷰를 쓰기 위해 영화 내용을 생각하면 울컥하고 눈물이 맺힌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러다 잘 못 되면 어떡하지?" 생각하며 가슴을 졸였다(그리고 정말 위험한 일이 일어날 뻔 했다). 어느 병이든 다 무섭고 슬프고 괴롭지만, 주변인마저 배로 지치게 만드는 알츠하이머란 병 만큼이나 세상에 무서운게 있을까.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식이 늙은 부모를 케어하는 것(직접 도와주든, 도우미를 붙이든 어떤 방법이든 간에)은 도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라면? 나는 아직 젊고 부모는 나이가 들었는데, 다시 어린애가 되어버린다. 정말로 아기였을 때는 부모님도 많은 나이가 아니었기에 돌보실 수 있던 거지만, 지금의 부모님은 자신의 몸 하나 챙기기도 힘드실텐데 정말이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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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에게 정말로 저런 일이 일어난다면, 부모님은 나를 끝까지 케어해주실 거라 생각된다. 가족이 누구보다도 소중하고, 한 번 부모는 영원한 부모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시는 분들이니까. '안심이다'라는 느낌이 아니라, 나의 가족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단 말을 드리고 싶다.

 

감독과 배우들은 이 영화를 그저 슬프게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말했지만 계속해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그럼에도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알츠하이머란 병의 육체적, 심리적 고통 뿐 아니라 이 세상의 많은 환자와 그들을 돌보아주고 지켜주는 가족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말이다.


딸과 엄마, 그리고 그 엄마를 딸로 둔 아빠. 3대의 이야기는 무심하게 대하던 가족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3040대, 자식과 부모를 모두 둔 어른이 보면 좋을 영화라 생각한다.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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