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팀 버튼의 상상 속으로 - The World of Tim Burton

글 입력 2022.05.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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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두 번째 방문


 

5월 15일, 이른 아침부터 동대문 DDP로 향했다. 바로 팀 버튼 특별전을 보기 위해서이다. 한 도시에서 한 번 이상 전시를 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10년 만에 우리나라를 다시 찾은 이유는 광장 시장에서의 부침개 맛과 사람들의 따뜻한 인정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그는 존경하는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에서 꼭 한번 전시를 열고 싶었다며, 하디드의 유작인 DDP에서 전시를 개최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 전에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긴 줄이 전시장 앞에 늘어서 있었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팀 버튼 감독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 신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팀 버튼의 대표적인 작품들 위주로 만나볼 수 있으며, 처음으로 소개되는 150여 점의 작품들도 포함된다.

 

전시는 총 6가지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팀 버튼의 초기 작품부터, 그의 예술세계가 드러나는 상징적인 테마, 그리고 인물과 캐릭터에 대한 그의 시선 또한 엿볼 수 있다. 그리고 팀 버튼 감독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한 세트장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삶과 정신을 느껴볼 수 있다. 전시를 보면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것이 새로웠고, 지루하지 않았다.

 

 

 

푸른 여인과 와인


 

수많은 작품 중 나의 시야에 확 들어왔던 작품이다. 전시 자체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라 아쉽게도 셔터를 누르진 못했지만, 후기를 쓰는 지금까지 그 그림의 잔상은 강렬하게 남아있다.

 

검은 배경 속 빨간 머리에, 온몸이 푸른 피부를 가진 여자가 어딘가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멍하니 창밖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는 중인 걸까? 물기 어린 눈동자는 왠지 모르게 슬퍼 보인다.

 

푸른 피부는 마치 인형처럼 스티치 자국이 남아있고, 왼쪽 팔뚝에는 하트 문신이 있다. 입은 옷은 어지러운 마음속을 표현하듯 회오리 모양으로 가득하다. 실연당한 사람 같기도 하다. 여자의 앞에 놓인 빨간 테이블에는 해골이 그려진 와인병과, 반쯤 채워진 와인잔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어쩌면 와인으로 속을 달래려 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림을 보는데도 여러 생각이 휘몰아쳤다. 자꾸만 궁금해지는 작품이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면 조금 더 오래 바라보며 음미했을 텐데,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와닿았던 글귀 


 

“풍선은 늘 무언가를 내재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공허하게 늘어져 있다가 한편으로 가득 차 떠다니는 것을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아름다우면서 비극적이며 슬프다가도, 활기차고 행복한 무언가가 동시에 존재한다.”

 

풍선을 보며 내가 느끼던 감정들과 너무 비슷해서 마음에 확 와닿았던 문장이다. 날씨에 따라서도, 사진의 색감에 따라서도, 나의 기분에 따라서도 다 제각각으로 보인다고 생각했던 게 ‘풍선’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업>에 나오는 풍선들이 활기차고 싱그럽다면, 벚꽃이 활짝 핀 놀이공원에서 놓쳐버린 풍선이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은 왠지 모를 슬픔이 담겨있다.

 

이렇듯 팀 버튼이 생각하는 풍선을 상징화한 것이 ‘벌룬 보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섹션 8 : 세계 여행 (AROUND THE WORLD)



이 섹션에서는 팀 버튼의 끊임없는 예술적 감각이 두드러진다. 영화 촬영이나 영화제 참석 등 감독으로서 세계 여행이 일상인 그는 떠오르는 영감들을 모두 기록했다. 평소 가지고 다니던 스케치북, 호텔의 메모지, 식당의 냅킨 등 가리지 않고 활용해 생각을 담아두는 아카이브로 활용했다.

 

이러한 그의 습관이 지금의 팀 버튼을 만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평소 나도 글을 쓸 때가 아님에도 샤워를 할 때나 문득 창밖을 볼 때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이 주제로 글을 한 번 써보면 재밌겠다.’, ‘이 소재를 이렇게 한 번 풀어보면 어떨까?’ 등의 무한한 질문들이 머릿속에 생성되곤 한다.

 

하지만 생각이 스칠 때마다 옮겨 적는 것은 또 다른 숙제이다. 팀 버튼 감독처럼 떠오른 아이디어를 즉시 옮겨 적는다는 것은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앞으로는 나도 휴대폰 메모장에 옮기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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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감독의 여러 작품들, 그리고 그의 예술 일대기를 한 번의 전시를 통해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좋았다. 새롭게 알게 된 작품들도 있었고, 시선을 끄는 작품도 있었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오픈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10분 정도라고 텀을 두고 입장했다면 이렇게까지 한 섹션에 사람들이 몰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바로바로 입장을 허용하다 보니 한꺼번에 몰린 인파에 당황했다. 이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작품도 몇 있어 아쉬웠다. 또한 필자처럼 팀 버튼 감독의 작품들, 캐릭터들에 대해 어렴풋이 아는 관람객들에게 조금은 불친절한 전시가 아니었나 싶다. 도슨트도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안내를 듣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팀 버튼과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관람하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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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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