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적인 소재와 서양 음악의 만남 - 오페라 ‘허왕후’

글 입력 2022.05.21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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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_허왕후.jpg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오페라를 관람하기도 했고 오페라에 대해서 공부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한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창작 오페라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가야 시초의 이야기를 오페라 형식으로 풀어나갈 것인지 기대가 되었다.

 

창작 오페라 ‘허왕후’는 김해시/김해문화재단이 제작한 작품으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 초청되어 다시 한번 웅장한 무대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2000년 전, 가야사의 시작을 알리는 김수로와 허왕후의 사랑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한 오페라다. 철기와 각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가락국을 방문한 아유타국 공주 허왕옥은 처연 김수로의 열성과 합리적인 자세에 반하고 이어 김수로는 활발한 해상무역과 수준 높은 제철기술, 민주적인 통치를 바탕으로 찬란한 철기문화 국가를 탄생시킨 왕이 된다.

 

대본 김숙영, 작곡 김주원이 역사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하여 가야의 역사와 김수로왕, 허왕후가 실현하고자 했던 이상, 그리고 사랑을 오페라에 담았다.

 

이 작품은 총 4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당시 가장 찬란한 철기 문화를 꽃피웠던 가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무대 전반에 철기 문화를 상징하는 철로 만든 칼 한 자루가 수직으로 놓여 있다. 또한, 철기를 만드는 대장간을 주 배경으로 하며, 당시 외국에서 가야의 철기 기술을 무척이나 흠모하였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허왕후 (7)_ⓒ(재)김해문화재단.jpg

 

 

김수로는 자신의 형인 이진아시가 백성들을 하나의 수단으로서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백성 한 명 한 명을 모두 귀히 여기며 그들과 평등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이에 그는 평민들과 다르지 않은 옷차림을 하고 있다.

 

백성을 아끼며 함께 살아가고자 한 가야의 모습은 김수로의 태도뿐 아니라 극 전반에 드러나 있다. 노예를 인간 취급하지 않는 사로국(신라)의 석탈해의 모습과 달리, 자신의 시녀를 진정으로 아끼는 허왕옥의 모습, 그리고 그런 시녀의 말을 들어주고 믿어주는 이진아시의 모습이 그것이다. 또한, 허왕옥과 김수로의 결혼식 장면에서 왕후가 된 허왕옥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자를 ‘어린아이’로 설정함으로써 백성의 지지를 얻는 왕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현대 오페라인 만큼, 이 작품은 오페라의 몇 가지 규칙을 깨고 있다. 먼저, 오페라에는 대사가 없는 것이 하나의 특징인데, 이 작품에는 아주 짧은 말이지만, 노래로 표현하지 않는 대사가 존재한다. 다음으로, 대개 테너가 선역을 맡고, 바리톤이 악역을 맡으며, 테너와 소프라노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본 작품에서는 악역인 석탈해가 테너이고 허왕옥의 시녀인 디얀시가 소프라노이며 디얀시의 일방향적인 사랑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와 동시에 전통적으로 표현되는 사랑의 규칙대로 테너인 김수로와 소프라노인 허왕옥이 정해진 운명대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허왕후 (3)_ⓒ(재)김해문화재단.jpg

 

 

한국 창작 오페라인 만큼 한국적인 소재로, 전통적인 의상을 입고 이탈리아의 음악 장르인 오페라 안에서 성악을 하는 것이 무척 새롭게 느껴짐과 동시에 이질적으로도 느껴지는 측면이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본 오페라는 서양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고, 현대 창작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오페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장르가 아니다.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언어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창작 오페라 개발을 통해 한국인에게 익숙한 소재와 한국어로 진행되는 작품이 많아진다면 조금 더 대중에게 오페라가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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