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멜로디 위에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 [사람]

불리고, 들리는 글을 쓰다
글 입력 2022.05.22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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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직업에 대해 조사해오라는 숙제를 내주실 때면 나는 꼭 '작사가'에 대해 조사해 가곤 했다. 지금이야 작사가라는 직업이 많이 알려진 편이지만, 예전에는 매우 생소한 직업이었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이런 나의 과제를 매우 흥미로워 하셨고, 매번 떨리는 마음으로 친구들 앞에서 과제 발표를 했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매해 발표가 거듭될수록 내가 좋아하는 작사가들이 자꾸만 늘어갔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음악과 글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너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대중가요의 8~90%가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음악, 글, 사랑'을 모두 아우르는 '작사가'들이야말로 내겐 엄청난 동경의 대상이었다.

 

물론, 보통 우리가 노래를 처음 들을 때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멜로디일 것이다. 그러나 멜로디가 노래의 첫인상과 외면을 담당하고 있다면, 가사는 마치 노래의 성격과 내면을 담당하는 비기(祕器)라고 할 수 있다.

 

'작사가'는 언제나 글과 음악 사이에서, 부유하는 음(音)에 이야기를 부여하고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노래에 비기(祕器)를 숨겨두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바로 여기, 오랫동안 불리고 들리는 글을 쓰며 비기를 숨겨 온 5명의 이야기 꾼이 있다. 사실 전 국민이 다 아는 노래일지라도 그 곡의 작사가 이름을 아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부디 이 글에서만큼은 노래와 이야기의 주인이 오롯이 그들이었으면 좋겠다.

 

 

 

박주연 ::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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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당대 최고의 작사가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박주연 작사가는 8~90년대 발라드 전성기를 이끌었던 대표 작사가 중 하나다. 그녀가 작사한 가사를 보면 유독 언어의 테크닉이 탁월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똑같은 상황을 표현하더라도 그녀의 가사는 더욱 섬세하고 세밀하며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분명하다.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이런 박주연 작사가의 탁월한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며 오래 가사를 곱씹을수록 더 짙은 여운을 남긴다.

 

 

 

양재선 :: 내게 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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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그 말 아껴 둘걸 그랬죠

이제 어떻게 내 맘 표현해야 하나

 

모든 것이 변해가도 

이맘으로 그댈 사랑할게요

 

 

양재선 작사가의 대표곡인 [내게 오는 길]은 가수 성시경의 데뷔 앨범 '처음처럼'에 수록된 곡이자 타이틀곡이다. 가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곡 안의 화자는 애틋한 짝사랑을 하고 있고, 연인과의 이별로 힘들어하는 상대방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사랑'이라는 말 이외에는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설렘과 두근거림을 애틋하게 표현한 가사가 성시경의 부드러운 미성과 만나 곡이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내용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심현보 ::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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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어도 자꾸 눈물이 나요

그대 역시 그렇게 나를 잊어 가겠죠


왜 그랬나요 이럴 걸 알면서도

이별이란 이토록 서글픈 모습인데


 

심현보 작사가의 1집 앨범 '기억을 흘리다'에 수록되어 있는 노래 [하루]는 가수 박혜경이 부른 원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박혜경이 부른 원곡에 작사가로 참여했던 인연을 계기로 리메이크한 것으로 보이며 청자들은 익숙한 박혜경의 목소리가 아니라, 심현보의 목소리로 노래를 들을 수 있어 더욱 색다르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동일한 가사지만, 가창자가 여성(박혜경)에서 남성(심현보)으로 바뀌면서 이별의 아픔을 덤덤하고 묵묵하게 표현해낸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윤사라 ::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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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 듯 사랑했던 기억이

추억들이 너를 찾고 있지만

 

더 이상 사랑이란 변명에

너를 가둘 수 없어

 

 

윤사라 작사가의 대표곡 중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보고싶다]를 꼽아야 할 것이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 OST로 널리 알려진 이 곡은 가수 김범수의 뛰어난 가창력과 아름다운 멜로디, 애절한 가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그녀의 가사는 어려운 비유나 표현 하나 없이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하게 공감을 이끌어 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노래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김이나 :: 그 중에 그대를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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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롤 알아보고

 

주는 것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그 모든 건 기적이었음을

 

 

이선희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는 김이나 작사가가 작업한 곡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그녀가 작사한 곡들은 아이유의 [좋은 날], 조용필의 [걷고 싶다], 박효신의 [숨] 등 메가 히트곡이라고 할 수 있는 곡들이 셀 수 없이 많지만, 유독 사랑과 인연을 별에 비유하는 이 곡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가사를 들을 때면 내 안에 숨겨져있던 감수성이 살아나는 한편 단순한 글이 아닌 노래하는 글의 묘미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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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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