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페라 허왕후

글 입력 2022.05.2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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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_허왕후.jpg


   

<허왕후>는 2000년 전, 가야사의 시작을 알리는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사랑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한 오페라다.

 

철기와 각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가락국을 방문한 아유타국 공주 허왕옥은 청년 김수로의 열성과 합리적인 자세에 반하고 이어 김수로는 활발한 해상무역과 수준 높은 제철기술, 민주적인 통치를 바탕으로 찬란한 철기문화 국가를 탄생시킨 왕이 된다.

 

대본 김숙영, 작곡 김주원이 역사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하여 가야의 역사와 김수로왕, 허왕후가 실현하고자 했던 이상, 그리고 사랑을 오페라에 담았으며, 우리말로 작곡된 허왕옥 아리아 ‘해맑은 웃음 뒤에 강인함이’와 김수로 아리아 ‘백성의 마음을 아는 왕이 되겠노라’ 등의 시적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를 갖춘 아리아들을 통해 생생한 가야 시대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3년 전 오페라 <나비부인> 이후 오랜만에 오페라를 관람하기 위해 예술의전당 오페라 하우스로 향했다. 이번에 관람한 오페라는 <허왕후>로, 13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초청작이자 김해문화재단에서 가야 건국신화와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창작 오페라다.

 

우리나라의 대표작인 <명성황후>의 때문인지, 황후 또는 왕후의 이름이 들어간 작품은 카리스마 넘치고, 한 나라의 역사를 승리로 이끌었을 것만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래서 처음 <허왕후>의 제목을 접했을 때도 허왕후의 업적을 주로 다뤘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실제 오페라는 가야의 김수로왕과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의 사랑이야기와 가야 역사의 시작이 주를 이뤘다.



허왕후 (2)_ⓒ(재)김해문화재단.jpg


 

오페라의 제목은 <허왕후>지만, 극 중 가장 눈에 띄었던 배역은 ‘석탈해’였다. 석탈해는 사로국 왕에게 잘 보여 사로국의 권력가로 성장한 용성국 출신의 야망가로, 김수로와 이진아시를 이간하고 디얀시를 유혹하여 가야의 철과 제철기술을 빼돌려 사로국을 거대국으로 만들어 사로국의 왕이 되고자 하는 인물이다.

 

철과 제철기술을 빼돌리고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는 석탈해의 모습이 임팩트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배역을 맡은 배우분의 연기와 노래가 더욱 도드라져서인지 흔히 말해 ‘빌런’ 역할인 석탈해가 극의 메인인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더불어 석탈해를 처단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 등에서도 허왕후의 역할이 크지 않아 극의 주인공인 허왕후의 임팩트가 적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오페라의 제목이 <허왕후>이지만, 그녀의 업적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김수로와 허황옥이 어떻게 사랑하여 결혼하게 되고, 석탈해라는 인물을 이겨내고 결국 백성의 나라 가야를 건설하고자 했다는 전체적인 내용에 포커스를 맞추고 보는 것을 좋을 듯하다.

   


허왕후 (6)_ⓒ(재)김해문화재단.jpg

 

 

유럽에서 시작된 오페라이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을 포함한 대다수의 오페라 작품들이 외국어로 이루어진 반면, <허왕후>는 한국에서 제작된 창작 오페라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외국 오페라의 경우 대사를 이해할 수 없어 배우들의 감정선에 더 집중하게 되는 반면, 한국 오페라의 경우 대사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변역체인 듯한 한국어로 이루어진 가사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이는 아직 창작 오페라와 친밀하지 않아 느껴지는 감정이라 생각한다.

 

보다 많은 한국의 창작 오페라가 등장하고 자주 접하게 되면 보다 익숙해지리라.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한 만큼 설명을 이루는 대사가 많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친절함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1막이 시작되기 전, 가야에 대한 배경을 소개하는 스크립트와 더불어 관객들에게 가야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려줌으로써 관객들이 보다 편하게 가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허왕후 (7)_ⓒ(재)김해문화재단 (1).jpg

 

 

이번 오페라의 또 다른 주역은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였다. 함께 극을 관람한 일행이 계속하여 오케스트라 연주가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했는데, 이에 아주 동의한다. 1막이 시작되며 극장을 가득 채운 오케스트라 연주가 극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올려주었으며, 배우들의 노래를 완성시켜 주었다.

 

특히 합창곡이 연주될 때가 가장 좋았는데, 아름답고 힘있는 선율에 모든 배우들의 목소리가 합쳐져 정말 ‘계속하여 듣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와는 별개로, 막과 막 사이를 연결하는 간주곡도 있었다면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더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극에 더 몰입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허왕후 (4)_ⓒ(재)김해문화재단.jpg

 

 

오페라의 내용과는 별개로, 한 지역에서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창작 오페라를 제작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해시와 김해문화재단에서 가야역사 문화콘텐츠의 발굴을 위해 가야문화의 시초를 소재로 창작 오페라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절대 쉬이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페라 <허왕후>가 탄생하고,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도 초청을 받아 더욱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을 것이다.

 

오페라 <허왕후>가 가야역사의 중요성과 김해의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앞으로도 많은 지역성이 담긴 창작 콘텐츠들이 만들어져 우리나라의 역사를 기억하고, 보존하고, 알릴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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