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즐거움과 슬픔의 중간에서 살아가는 [도서/문학]

작가 조종하의 두 번째 책, '즐거워 보여도 슬픔을 삼키는 사람이라'
글 입력 2022.05.1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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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찾은 좋은 기회로, 조종하 작가의 두 번째 책인 '즐거워 보여도 슬픔을 삼키는 사람이라'를 받아 읽게 되었다.

 

제목이 참 인상 깊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 즐거우면서도 슬프지 않은가. '원래 사는 게 그런거지'하며 넘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양면성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난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하고 독자에게 자신의 삶을 보여준다는 것이 용기있어 보였다. 일종의 고백으로 느껴졌달까.

 

내가 어찌 그의 삶과 글을 함부로 재단해 평가할 수 있을까. 그저 그 고백을 내게 적용시켜 내 삶의 방향성을 하나 하나 짚어보며 책을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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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굉장히 투명하고 솔직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서두에서 그는 이미 자신의 솔직함을 드러낸 책을 쓰고 싶었다고 밝혔는데, 그만큼 담담한 어조로 그의 밝은 모습과 어두운 모습을 교차하며 드러낸다.

 

슬픔, 우울 등의 무거운 감정에 대해 마주하고 안정되어 가는 변화에 대해 꾸밈 없이 드러내는 모습은 단순히 책을 사실적으로 썼다기 보다는, 가식 없이 자기 자신과 마주한 작가를 보는 듯하여 굉장히 깨끗하게 완독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발견한 사실은 쉼표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었는데, 작가는 숨을 고르며 하나씩, 신중하게 단어를 짚어가며 문장을 쓴 것 같다. 나는 가끔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져서 내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이 나를 휘두르는 듯한 경험을 종종 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고자 호흡이 짧은 문장을 사용하는 편이다.

 

자신이 이 글을 쓰고 있고, 어떠한 목적으로 어떠한 어휘를 골라 쓰는 건지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쉼표들, 그리고 그것들이 내쉬는 긴 호흡이 참 차분하게 느껴졌다. 또한, 공간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정말 빈번하게 이 어휘가 발견된다. 나의 공간에서, 작가의 생각이 담긴 공간의 글을 읽으며, 나의 공간을 환기했으니 나도 조금은 넓게 글을 읽을 수 있을까?

 

즐거움과 슬픔을 대비하고 있는 제목처럼 작가는 이중적인 자신에 대해서 솔직하게 고백한다. 천성은 착하지 않지만 남에게 피해는 주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이제 그만 ‘척’을 그만두기로 하고(52쪽, 70쪽), 예민함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으면서도 타인에게 실수했던 일에 대해 스스로 나대지 말자고 다짐한다.(244쪽) 사랑을 했지만 진정한 사랑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도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다고 느꼈다.(48쪽) ‘이렇게까지 속속들이 공개하는 것에 대해 주저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글을 통해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그 솔직함을 불특정 다수에게 드러내면서 느끼는 이유 모를 희열감으로 감정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갈 수 있다면, 어쩌면 나도 글을 쓰는 이유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나도 이중적인 인간 중 하나라서 ‘겁나 섹시하고 멋’지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278쪽)

 

감정에 대해 덤덤하게 풀어낸 조종하 작가는 마치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 같다. 아비정전의 장국영 같기도 하고, 화양연화의 양조위 같기도 한 그는 그 캐릭터들로부터 지울 수 없는 허무함을 닮았다. 그러나 그 허무함을 글로 채워가며 감정의 저울질에서 살아가는 그는 마냥 흔들리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단단하게, 그 감정의 중간을 버티고 서서, 고요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독자에게, 안정감과 동시에 자신 또한 하루의 일상을 돌이키면서 '나는 감정 속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하고 순수한 자신을 마주하게끔 한다. 어쩌면 작가와의 대화를 나눈 그 순간에 독자는 작가가 아닌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책에 대한 나의 한 줄 평은, '즐거워 보여도 슬픔을 삼키는 사람이라', 지은이 조종하. 혹은 지은이 OOO. 나는 그렇게 이 책을 이야기 하고 싶다. OOO에는 당신의 이름으로.

 

참, 책과 함께 작은 포스트잇을 함께 받았다. 작가의 첫 번째 도서인 '시, 공간'의 굿즈이다. 무채색의 포스트잇이 이 사람은 참 고요하구나, 같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시, 공간'에서는 그의 따스한 면을 담아낸 시로 공간을 채우고 있으니 함께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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