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랑과 아름다움을 쫓는, 은평구 끼순이 모어 - 털 난 물고기 모어

모어의 MORE를 알고 싶다면
글 입력 2022.05.1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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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오랜 팬이다.

 

2019년 6월, 퀴어 퍼레이드에서 동성애 반대 시위대 앞을 행진하는 그녀를 나는 그때 처음 보았다. 드렉 화장을 하고, 새하얀 통굽 구두를 신고, 머리에 깃털을 단 채 한마리 흰 나비처럼 고풍스럽게 걷는 모지민의 모습을 나는 아마도 아주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글을 보았다. 퀴어 퍼레이드 이후 얼마 뒤의 일이었다.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 이랑을 포함한 30 인의 예술가들이 한 친구의 치료비를 위해 돈을 모으고자 시작한 메일링 서비스였다. 이랑은 당시 그녀의 글을 “씹스럽고 아름답다”고 말했단다.


그녀의 춤, 그녀의 드렉 퍼포먼스를 보고 있으면 그녀는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제 3의 언어를 발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호하고 의미 심장한 손짓과 발짓, 하지만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운 그것.


나는 책을 펼치기도 전, 내가 그녀의 문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예감했다. 그녀가 인간의 언어로 풀이해준 농도 짙은 ‘말’은 ‘미의 성질’로 다가온다. 나는 그저 아름다운 것을 설명할 방도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펼치며 기꺼이 미궁에 빠지기로 다짐한다. 나의 무지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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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을 ‘모어’라고 설명한다.

모어, 털난 물고기는 MORE이고, 毛魚이다.

 

 

나는 나를 남성이나 여성

이분법적 사고로 나누길 바라지 않는다

나는 있고 없고

그저 인간이다

나는 나로서, 존재로서

아름답고 끼스럽게 살아가고 싶다

 

 

다채로운 인간들의 욕망, 그 중 돈에 대한 욕망은 가장 단순하고 1차원적이다. 하지만 돈 이외의 욕망은 묵살당하기 가장 좋은 세계. 이 세계에서 끼스럽게 살기를 욕망하는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이 사회 어딘가에 속하기에

모호하다가도, 어울리다가도

불편하다가도, 아름답다가도

제법이기도

아니오기도

적절이기도

이질이기도

그러다가도

결국엔

변방에서 애쓰는 사람

 

 

그녀의 변방살이에 대한 처연함을 담은 글로 수록된 글 중 <혼절 두절 새절역의 드래그 퀸>을 꼽겠다. 글에는 남들과 다른 욕망을 가지고, 다른 삶을 사는 그녀의 고통과 슬픔이 적나라하다.

 

모어는 첫 번째 노동 장소에서 두 번째 노동 장소로 이동한다. 중간에 공중 화장실에 똥을 싼다. 똥을 싸며 돈 버는 일이 참 어지간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노동 장소는 해밀턴 호텔 풀장 파티다. 파티장에서 드랙퀸으로 무대에 서며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한다.


 
그 안에서 순간 극렬한 고독이 들이닥쳤다. 나는 생계를 위해 노곤한 몸뚱어리로 이 시간에 존재한 그저 끼순이. 세상은 세상 축제인데 나는 너무 없고 너무 없는 나이기에 그러므로 저들과 다른 행색으로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언제까지 이 끼를 덕지덕지 붙이고 떨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나는 같은 종자로 번식된 새끼에서 뭐땀시 엄한 샛길로 빠져나와 또 다른 셋방살이를 하는 걸까.
 


그것은 다만 성소수자로 사는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남들과 다른 욕망을 가지고,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삶, 다른 일을 해 돈을 벌고, 그것이 옳은가에 대해 남들보다 더한 질량으로 고민하는 삶이다. 그녀의 끼순이로서의 삶,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멀리서라도 엿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녀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한 사람의 생을 이렇게 보여준다. 혐오의 세계에서 사랑과 끼를 쫓아온 고단한 모어의 시간을.

 

 

[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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