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시 만나 반가워, 앤서니 브라운

글 입력 2022.05.1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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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_공식 포스터.jpg

 

 

2019년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展>으로 우리를 찾아왔던 앤서니 브라운이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展>으로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았다.

 

3년 전 우리를 찾았던 작품뿐만 아니라 올해는 아시아 최초로 공개하는 원화작품 <너 나의 우주야>,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를 포함한 200여 점의 원화와 함께 우리 곁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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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도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으로 따스한 감동을 느꼈던 좋은 기억이 있기에, 이번 전시도 기대를 안고 전시장을 찾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전시의 테마는 원더랜드 뮤지엄이다. 과거 테마파크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극장테마의 전시가 이번에는 미디어 아트와 놀이형 설치 작품이 더해져 제목 그대로 원더랜드 뮤지엄으로 꾸며져 있었다.

 

지난번 전시와 달라지지 않은 점은 전시의 주인공이 ‘어린이’라는 점이다. 물론 <앤서니 브라운의 원더랜드 뮤지엄展>은 가족과 친구,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이지만 그림의 위치에서부터 어린이를 위한 배려가 묻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아래와 같이 다른 전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귀여우면서도 기분 좋은 에피소드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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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도 고릴라처럼 엄마 아빠 좋아해요!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오마주한 <나의 프리다> 섹션의 벽에는 반대쪽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작은 네모난 구멍과 사다리가 있다.

 

아이들은 사다리에 올라가 네모난 구멍에 얼굴을 내밀며 보호자들이 사진을 찍어주기를 기다리는데, 그중 한 아이가 사진촬영 후 보호자가 벽을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며 나에게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OO이에요”라며 귀여운 자기소개를 건냈다.

 

이름을 물어와 인사를 하고 이름을 알려주니 아이는 그 반응이 기뻤는지 자신이 전시에서 본 그림들에 대해 조잘조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림 속 고릴라(윌리)처럼 자기도 엄마 아빠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와 그림 속 하늘이 좋다는 등의 아주 귀여운 감상평을 공유해주었다.

 

다양한 전시를 다녀보았지만, 이처럼 순수하고 밝은 작품 감상평을 그것도 전시장안에서 공유 받은 적은 처음이라 기분이 저절로 기분 좋은 미소가 그려질 정도로 몽글몽글해졌다.

 

 

#2 그림 속에 이야기가 엄청 많아!

 

첫 번째 이야기가 유치원생 어린이와의 귀여운 에피소드였다면, 이번에는 안경을 쓴 아주 똘똘한 초등학교 친구와의 간접적인 이야기다. 비슷한 타이밍에 전시장에 들어선 초등학생 친구는 입구에서부터 작품을 오래도록 꼼꼼히 보는 동시에 보호자와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전시를 관람했다.

 

 

Voices in the Park 1998 @ Anthony Browne.jpg

 

 

그 친구는 여러 섹션중에서도 헨젤과 그레텔 섹션의 그림을 특별히 더 주의 깊게 관람했는데, 글을 배경의 디테일로 풀어냈다는 설명을 먼저 읽고 작품을 관람한 나와는 달리 작품을 먼저 마주하고 그 안에 숨겨진 디테일을 찾아내며 풀이해 나갔다.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가 많다며 배경 속 물건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보호자에게 이야기하고, 보호자의 의견을 물으며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작품에 대한 해설을 읽고 배경의 의미를 알아챈 나와는 달리 그림을 자세히 살피며 하나하나 의미를 찾아나가는 학생친구의 모습을 보며 만약 이 장면을 작가가 마주했다면 아주 행복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들이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물어보면,

나는 우선 최대한 주의 깊게 보라고 말해준다.

내게는 이것이 미술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 앤서니 브라운

 


앤서니 브라운이 말한 미술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인 ‘최대한 주의 깊게 보기’와 그림 안에 여러 디테일을 숨겨 부모와 아이가 자연스럽게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상상력을 발휘하는 의사소통의 장으로 만드는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알고, 파악하는 친구가 있다니. 작가가 이 장면을 직접 마주했다면 행복하다 못해 뿌듯함도 생겨나지 않았을까?

 

이처럼 어린 관람객 친구들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림 속의 비밀들을 어린이의 눈으로 찾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꽤나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The Shape Game 2003@ Anthony Browne .jpg

 

“저는 모든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일부 작품은 제가 어린 시절 겪은 일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들려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셰이프 게임을 해서 이야기를 변형시킵니다.”

 

 

어린이 관객 외에도 이번 전시에서 유난히 눈에 띄었던 키워드는 ‘셰이프 게임’이었다.

 

전시의 초입부터 등장했던 셰이프 게임에 대한 내용은 전시의 마지막까지 쭉 이어진다. 앤서니 브라운이 어린 시절 형과 함께했던 게임이라는 셰이프 게임은 한 사람이 먼저 아무 형태를 그리면 그 다음 사람이 이어서 그림을 완성하는 놀이다.

 

초현실주의 거장들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앤서니 브라운은 셰이프게임을 통해 마치 초현실주의자들처럼 일상생활의 평범한 인물과 오브제를 새로운 무언가를 변화시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작품에 강하게 드러나는 초현실주의 예술의 영향과 셰이프 게임의 연결점을 탐구하는 <초현실주의와 셰이프게임> 섹션도 준비되어 있었다.

 

 

Through the Magic Mirror 1976 @ Anthony Browne.jpg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에서는 셰이프 게임을 유명 셀럽들과 콜라보하여 NFT 아트로 선보이고, 전시의 마지막 파트에 관객들이 직접 셰이프 게임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도 준비되어 있다.

 

벽에 붙여진 각자만의 상상력을 더해 완성한 셰이프 게임 그림을 보니 ‘같은 모양이라도 사람들마다 이처럼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인간의 창의력에 대한 감탄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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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과 마찬가지로 앤서니 브라운만의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느낌이 가득한 작품들은 바쁜 일상 속 잊고 살던 동심과 함께 마음의 안정을 주는 잔잔함을 전해주었으며, 과거의 내가 그랬듯 얼굴 한가득 미소를 선물해주었다.

 

How Do You Feel 2011 @ Anthony Browne  .jpg

 

여전히 너무도 따스하고, 아련한 향수와 같은 감동을 전해주어 더욱이 반가운 앤서니 브라운의 전시를 모두가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만나 반가웠어, 앤서니 브라운!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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