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폭죽처럼 경이롭고 황홀하게 타오른 하루 - WONDERLAND FESTIVAL 2022 [공연]

글 입력 2022.05.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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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같이 페스티벌 가서 노래도 듣고 맥주도 마시고 싶다. 재밌을 텐데, 그치.” H와 그런 말을 주고받은 게 불과 몇 주 전이다. 코로나가 앗아 가버린 페스티벌을 그리워하던 나는 잊을 만하면 관련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는 콘서트나 페스티벌이 다시금 개최되면 그때 다시 찾아가자는 기약 없는 약속들만 쌓아갔다. 그러던 차에 선물처럼 원더랜드 페스티벌 문화 초대가 날아왔다. 헉, 하는 짧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고민할 새도 없이 곧바로 2매를 신청했다. 그렇게 5월의 첫 날, H와 나는 여느 때와 달리 설렘으로 가득한 지하철에 올라탔다.

 

페스티벌은 올림픽공원 88 잔디마당에서 열렸다.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핸드볼 경기장에 방문한 적은 있었으나, 88 잔디마당의 존재는 잘 몰랐다. 하여 잔디마당 안으로 들어갔을 때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지에 수많은 의자들이 깔려 있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잔디마당은 정말 드넓은 잔디로 이루어진 허허벌판 그대로 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전부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마음껏 흐트러진 채 편안한 자세로 공연을 감상하고 있었다.

 

 

 

페스티벌의 초입에서



돗자리를 수령한 우리가 제자리로 돌아왔을 즈음, 전용준 트리오의 공연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첫 순서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송영주 트리오의 무대를 감상했다. 중간중간 송영주 피아니스트의 손이 전광판을 가득 메웠다. 당연하게도, 건반을 누르는 손놀림이 남달랐다. 우리는 전광판을 보며 "좋다"는 즉각적이고도 단순한 감탄만을 내뱉었다. 공연이 주는 황홀함과 더불어 비로소 페스티벌에 당도했다는 데서 오는 안도와 환희가 뒤섞인 반응이었다. 송영주 트리오의 공연을 지켜보던 H는 다들 강약 조절에 능숙한 것 같다는 감상을 내비쳤다.

   

H와 나는 공복 상태로 출발했기에,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1시가 조금 넘어서 들어왔었다. 그때 주변에서 사람들이 돗자리 위에 음식을 쌓아두고 먹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H와 나는 "우리도 그럴 걸 그랬다"라는 후회 섞인 말들을 주고받다가, 곧 음식을 파는 곳으로 향했다.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축제다 보니 각종 부스가 즐비해 있었다. 사진을 보면 연두색 티켓과 빨간색 티켓이 동시에 끼워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빨간색 티켓은 성인인증 티켓으로, 술을 구매할 수 있는 패스권 같은 거였다.

 

맥주를 사고 있는데, 무대에서 리허설 및 음향 점검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수의 목소리 대신 악기 소리만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지만 심장이 찌르르 떨려올 정도로 설렜다. 잔뜩 흥분한 상태로 걸음을 재촉해 자리로 돌아왔다. 그때 소리꾼 고영열의 무대가 막을 올렸다. 뉴에이지 재즈 스타일로 느릿하고 리드미컬하게 울려 퍼지는 반주에, 고영열의 걸쭉하고도 감미로운 타령이 뒤섞였다. 부스에서 전주만 듣고 '발라드이겠거니' 하며 자리로 돌아왔는데 타령이 합쳐질 줄이야. 전혀 예상치 못 했다. 우리의 소리를 이러한 방식으로 계승하고 이어가려는 움직임을 택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독보적이고도 멋있게 느껴졌다. 곡에는 ‘에헤라디야’, ‘금수강산’과 같은 정겨운 추임새나 한국적인 단어들이 뒤섞여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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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열은 본인을 국악을 하는 소리꾼이지만 싱어송 라이터이기도 하다고 소개하면서 앨범 천명의 타이틀 곡인 '그대의 날개가 되어'를 열창했다. 직관적인 문장들로 담담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였다. 인상 깊었던 것은 ‘바다’, ‘파도’, ‘구름’, ‘별’, ‘님’과 같은 관념어들이 재차 등장한다는 거였다. 고전시가를 보면 이렇게 자연을 주제로 한 단어들이 즐비하지 않나. 고영열은 자신만의 색채를 자작곡에도 고스란히 녹여낸 셈이었다. 그는 화제의 ‘범 내려온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막을 내렸다. 아는 노래가 나오자 H도 나도 한껏 들떴다.

  

 

 

섬세하고도 능숙한 기교로 듣는 이를 매혹시키는 강홍석의 바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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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쉬는 시간에 H와 나는 곳곳으로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다. 원더랜드 페스티벌에는 인생 네컷과 같은 부스와 포토존들이 곳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H가 잠깐 짐 보관 센터에 물건을 맡기러 가자, 나는 잔디마당의 뒤쪽에 서서 기다렸다.

 

돌연 다음 무대가 시작됐다. 뮤지컬 황제 강홍석의 등장이었다. 첫소절을 듣자마자 나는 뭐야, 뭐야 하는 짧은 문장을 내뱉으며 그쪽으로 홀린 듯이 고개를 돌렸다. 강홍석은 웅장하고 비범한 반주에 맞춰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음악을 갖고 노는 것 같은 여유로움과 시원시원하면서도 정교한 바이브레이션,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잠깐이라도 눈을 돌리면 무언가를 놓칠 것만 같았다. 독보적이고 시원한 창법이 귀를 사로잡은 것도 맞지만, 딕션이 좋아서 가사의 내용이 흥미롭게 들렸기 때문도 있었다.

 

"잘난 척 하지 마. 진실 따위에 관심 있는 척하지 마요. 어차피 모두 다 듣고 싶은 것만 골라 듣는 세상이잖아 실컷 씹어대다 퉤! 뱉어버리면 그만인 세상 화려한 장식의 명품들만 불티나게 팔려 나가지"

 

"비밀을 말 해줄까 황후께선 사실 역겨운 이기주의자"

 

노래는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후에 찾아보니, 뮤지컬 엘리자벳에 나온 'kitch'라는 넘버라더라. (혹시 이 글을 보다가 나처럼 해당 가사에 꽂히는 사람이 있다면 해당 노래를 강홍석이 부르는 영상을 찾아보길 권한다.) 재밌는 일화가 있다면, 당시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강홍석의 노래에 심취해 있던 내게 스태프분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는 것이다. "혹시 이 분 누군지 아세요...?" 나는 곧바로 목에 걸고 있던 작은 안내 책자에 적힌 그의 이름 석 자를 보여드렸다. 스태프분은 흡족하게 웃으며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더랬다. 

 

무대를 진행하는 중간에 강홍석은 현재 출연 중인 뮤지컬 데스노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는, "제 입으로 말씀드리긴 좀 그렇지만, 지금 자리가 좀 없어요. 저희 부모님도 못 보고 계시거든요?" 라는 말을 능청스럽게 하며 웃었다. 과연 그럴 만하다는 생각에, 따라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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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석은 뮤지컬 데스노트의 '키라'라는 곡과 김건모의 '서울의 달', 뮤지컬 킹키부츠에 나온 '랜드 오브 로라' 등을 연달아 불렀다. 랜드 오브 로라를 부를 때는 킹키부츠로 남우주연상을 탔다는 말과 함께였다. 그의 노래를 들었을 때의 감정을 무어라 형용해야 할까. 내가 가진 언어의 세계가 비좁아서 감히 몇 안 되는 문장에 그의 노래를 가두는 게 송구할 정도다. 다른 가수들도 자신만의 색채로 다채로운 무대들을 꾸민 것이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원더랜드 페스티벌이 알려준 스타 중 최고는 어쩌면 강홍석이 아닐까 싶다. 물건 보관소에 간 H, 무대 뒤에서 감상하고 있던 나, 그리고 스태프분까지 전부 사로잡을 정도로, 흡인력 있고 능숙한 기교로 점철된 매혹적인 목소리였으니. 공연이 끝날 때까지 H와 나는 내내 그의 이름을 연신 곱씹었다.

   

 

 

때로는 변수와 함께했던



강홍석에 이어 뮤지컬 배우 민우혁과 조형균이 등장했다. 강홍석은 들어갈 당시 다음에 조형균과 민우혁과 같은 멋있는 사람들이 나오니 염려 말라는 식의 안심 멘트를 흘리고 갔는데 정말 그랬다. 세 명 다 각자의 매력이 다를 정도로 제각기 다채로운 무대를 자랑한 뮤지컬 가수들이었다. 대개 기운 넘치는 노래들로 공연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강홍석과 달리 다소 정적이고 섬세한 분위기의 민우혁과 조형균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그 흐름에 기꺼이 몸을 맡겼다.

 

중간 타임 때 찾아간 화장실은 줄이 너무 길어서 30분 이상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 덕에 다음 차례였던 대니구와 조윤성, 윤현상 팀의 공연 감상에 지장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페스티벌로 향하기 이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팀이었다. 그래서 상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뭐. 원더랜드 페스티벌의 특성 상 500분이라는 긴 시간으로 구성돼 있는 데다, 쉬이 들락날락하고 음식을 먹으면서 볼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니 이러한 변수 역시 페스티벌의 일부이지 않으려나. 나는 눈물을 머금으며 애써 그렇게 합리화했다. 

 

다음 차례는 최성훈이었다. 아무래도 가수이자 성악가다 보니 발라드를 부를 때도 성악의 창법이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음악에는 문외한인 나지만 어쩐지 몇 키씩 올려서, 반가성을 섞어 가며 노래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성훈은 가진 재료가 많다 보니 풍성하고도 독보적인 창법을 구축해냈다. ‘나 가거든’과 ‘You raise me up’을 부를 때 특히 매력이 극대화되었던 것 같다.

   

 

 

밤을 화려하게 수놓은 옥주현과 이지혜의 환상 콜라보



대망의 옥주현과 이지혜의 무대다. 이 무대에 관해서는 말이 길어질 것만 같다. 단언하건대, 잔디마당은 절대 작지 않았다. 더군다나 실외였기 때문에 노래가 안에 갇히지 않고 위로 증발하거나 새어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었다. 하여 노래를 아무리 잘하는 가수여도 음향이 좋지 않거나 노래가 크게 들리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래서 공연을 보는 내내 아쉬웠지만, 부르는 사람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으로 더 잘 듣기 위해 세심히 귀 기울이곤 했었다. 

 

그런데 옥주현의 노래는 이러한 공연장의 단점을 커버할 만큼 잔디마당을 가득 메웠다. 정말 ‘장악했다’는 단어 외에는 대체할 만한 것을 찾지 못하겠다. H와 나는 연신 감탄만 주고받았다.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거의 오른쪽 좌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걸 남기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에 중앙의 위치에서 옥주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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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이날 촬영한 옥주현의 사진 중에 전광판이 선명하게 나온 게 없다. 들떠서 여러 장 찍었는데 전부 빛번짐이 심했다. 이를 두고 H에게 내내 속상함을 토로하곤 했다. 그런데 옥주현의 무대가 그 무엇보다 빛났음을 사진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하고 합리화하자,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완벽한 무대였다.

 

 

내게는 그날의 음성이 고스란히 들리는 사진이다. 이때쯤 옥주현은 나탈리 콜의 'l.o.v.e'를 불렀다. 우리는 옥주현의 부탁에 따라 열심히 알파벳을 선창하며 노래를 감상했다. 'l.o.v.e'를 부르기 이전에 옥주현은, “이 노래는 많은 사람이 알 만한 노래지만 요즘 친구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에 이지혜는 “저 요즘 사람이라서 처음 들었는데 좋네요. 잘 들었어요.”라고 화답했다. 옥주현이 무어라 받아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듯 황당한 반응을 내보이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옥주현과 이지혜는 노래만으로도 충분히 값졌지만, 중간중간 티키타카 주고받는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대화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후 옥주현과 이지혜는 '내가 춤추고 싶을 때'를 듀엣 했다. 옥주현은 힘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중간중간 긁는 목소리를 내는 등 기교를 부리며 노래했다. 이지혜는 성악을 전공한 학도답게 음역을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하는 등 유려함과 탄탄함을 자랑하며 노래했다. 서로 다른 색채를 보유한 둘은 시원시원하게 고음을 내지르며 노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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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사진

 

 

"살다 보면 유독 더 그런 날이 있잖아요. 내가 유별난 건가, 내가 너무한 건가, 내가 멍청한 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죠. 다 그래요. 근데 우리 모두 다 둥글게 둥글게 잘 살아갈 거예요." 

 

옥주현이 박효신의 숨을 부르기 이전 한 말이었다. 옥주현은 노래를 부르기 전에 곡 설명을 해주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 덕에 더욱 몰입해 감상할 수 있었다. 위 말을 들으면서는 우선 공감이 되는 한편으로 어쩐지 그 따뜻한 위로에 화답을 하고만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날 종일 무대를 감상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다. 정말 신기하게도, 무대를 장식했던 사람들이 전부 제각기 다른 색을 갖고 있다는 거였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으나 페스티벌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더욱 절감할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감탄어린 시선으로 무대를 감상하다가 H에게 물었었다. "이분들은 각자 분야에서, 각자 장르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독보적으로 키워나간 거겠지? 거기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이겠지?" H는 담담하게 "그렇지, 그렇겠지." 하며 다들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이곤 했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옥주현이라는 가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만의 색채로 충분히 빛났다. 하여 앞서 옥주현이 말한, 자신을 수없이 할퀴고 다치게 했을 그 말들을 외려 긍정적 방향으로 뒤바꾸어 건네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당신은 독보적이고 유별나게, 그래서 더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고.

 

옥주현의 노래는 잔잔하게 시작했다가 끝부분에 가서는 폭발하는 감정과 함께 다시 한 번 고음을 내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감정이 일렁였다가, 가라앉았다가, 다시금 잔잔히 전율하기를 반복했다. 어쩐지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H와 눈이 마주쳤다. 그 역시 같은 마음이었을 것만 같다. 가수와 관객이 함께 호흡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느꼈던 순간이었다.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밤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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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현은 지금 마타하리라는 뮤지컬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마타하리에 나온 ‘마지막 순간’이라는 넘버를 부르기에 앞서, 여성 최초로 스파이 누명을 쓰고 사형까지 당한 마타하리의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엔 사형을 집행할 때 눈을 가렸었대요. 그런데 그녀가 ‘제 눈을 가리지 말아주세요. 저는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 기억을 그냥 아름답게 가지고 갈게요.’ 이렇게 굉장히 우아한 표현을 쓰고 죽었대요. 7명의 총을 든 사형집행자들도 엄청나게 눈물을 흘렸대요. 그들도 그녀가 스파이가 아닐 거란 걸 알고 있었거든요. 

이 노래는 그녀가 죽기 전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먼저 가겠지만 이 순간을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네 덕분이야. 너로 인해 사랑이 주는 행복이 뭔지 알게 됐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런 심정을 전하는 노래입니다."

 

옥주현이 말한 뮤지컬을 보러 가고 싶을 만큼 감동적인 무대였다. 이후 옥주현은 객석에서 등장해, 이지혜와 함께 뮤지컬 레베카의 넘버를 부르며 막을 내렸다. H는 전부터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의 노래를 공연장에 가서 직접 들어보고 싶다고 했었다. 오늘에야 소원을 성취할 수 있었던 셈이었다. 옥주현과 이지혜의 공연은 단 한 순간도 버릴 수 없을 정도로 알차고 푹 빠져서 몰입해 들었던 시간이었다. 그들이 퇴장할 때, H와 내가 앵콜을 연신 외쳐댈 정도로.

 

 

 

밤의 끝을 붙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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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크로스오버 남성 4인조 보컬 그룹인 포레스텔라의 순서였다. 후에 찾아보니 포레스텔라는 '숲을 상징하는 포레스트와 별을 상징하는 스텔라의 합성어로, 숲처럼 편안하고 별처럼 빛나는 노래를 하자는 취지로 구성된 그룹'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포레스텔라의 음악이 흘러나올 즈음, 숲을 상징하는 듯한 응원봉의 초록빛이 객석을 가득 메웠더랬다. 포레스텔라의 한 멤버는 앞에서 옥주현이 부른 레베카의 성대모사가 가능하다며 몇 소절을 부르는 등의 넘치는 끼를 선보였다. 

 

4인의 포레스텔라는 각기 다른 음역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가 맡은 음정에서 화음을 넣으며 노래했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악기가 없어도 곡 자체가 완전히 꽉 차 있는 느낌이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목소리 자체가 악기라는 말은 그들을 수식하는 건 아닐까. 특히 조수미의 'champions'와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부를 때 매력이 극대화되면서 정점을 찍었던 것 같다. 

 

H와 나는 포레스텔라 공연을 보면서 칵테일을 마셨다. 추워서 벌벌 떨면서도 가수들의 열기와 객석의 체온으로 충만해진, 황홀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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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을 고대하며



그간 모두가 정말 고대하고 손꼽아 기다렸던 순간이 아닐까. 이 무대에 서길 바랐다던 가수도, 그 마음을 경험하진 못해도 고스란히 함께 느끼고 전율하던 관객도. 모두가 손뼉을 치고 떼창을 하며 즐긴 500분이라는 시간 동안, 전부 직접 말을 하진 않아도 경이로움과 황홀함 속에서 유영했을 것이다. 비록 원더랜드 페스티벌의 여정은 막을 내렸어도 나는 사진 몇 장으로 남겨진 그날의 한기를, 또 날씨를 이겨낼만큼 달아올랐던 현장의 열기를 기억한다.

 

특히 자신이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서 볼 수 있도록 잔디마당에서 개최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날이 쌀쌀했던 만큼 H와 나는 겉옷도 입고 담요도 덮은 채로 무대를 감상했는데, 중간중간 쉬는 시간 때마다 돗자리에 누워 단잠도 자면서 행복하게 페스티벌을 만끽했다. 이것이 아마 원더랜드 페스티벌의 최대 장점이 아니었을까. 가수 및 공연자들이 우리를 보면서 '부럽다'는 감상을 가감없이 내뱉을 정도였으니. 

 

물론 이틀동안 이어졌었지만, 5월 1일 단 하루 방문한 내게는 폭죽과도 같이 짧은 순간에 타오른 황홀했던 시간이었다. 점차 페스티벌의 기회가 잦아지고 더욱 다양해지기를, 그간 잊고 있었던 공연이 주는 벅차오름 속에 흠뻑 젖어들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추예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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