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NS를 늘리고 겪게 된 괴리감 [사람]

처음으로 꺼내 놓는 상념들
글 입력 2022.05.0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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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부쩍 SNS나 블로그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었다. 원래도 아주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정확히 말하면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SNS 중에서는 인스타그램을 가장 자주 이용하는데, 나의 경우는 스토리 기능은 종종 사용했어도 게시물은 도통 올리는 법이 없었다. 원래는 개인적이고 조금은 내밀한 생각을 기록하는 공간이었지만 대학교에 입학하고, 여러 활동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러한 종류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탓이다. 그들은 나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드러내는 작업에 서툴다. 에디터가 되고 문화초대 중 자기소개를 할 수 있었던 기회를 향유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사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름의 작은 도전이라 생각하고 인터뷰를 작성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은 그 경험에서 한반 더 나아가 SNS를 사용하며 떠오른 생각들에 대해 작성해보려 한다.

 

 

 

나는 나를 드러내고 싶다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서툴지만,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를 드러내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정확하게는 내 생각을 잘 말하고 싶고, 감정을 잘 표현하고 싶다. 그렇게 나를 보여주고 싶어 SNS를 여러 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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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하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과거의 나는 스스로를 숨기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 사회가 생각하는 틀에 맞게, 그것이 정도(定道)라 생각하고 10대를 보냈다. 이를테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거나, 정해진 규칙들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거나, 성실한 학생이어야 한다 따위의 말이다.

 

물론 이러한 말들이 절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되게 좋은 말이고, 지키면 적어도 어디서 미움받지 않을 수 있는 좋은 태도의 지침서 같은 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방식대로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나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대의 초반, 남들보다 조금 늦게 대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 본격적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이에 대한 고민은 평생 하고 살아가야 한다지만, 부던히도 노력한 것에 비해 답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던 탓이다.

 

이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경험은 복수전공을 선택할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기에 선택의 기로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고민을 하기 싫어 자꾸 도망치고 싶어했고 그러다 보니 심한 무기력증을 겪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쪽으로 복수전공을 선택하긴 했지만,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약 1년이 걸렸다. 흔히 취업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길로 생각되는 전공과는 멀어지면서 현재까지도 막연한 불안감에 종종 시달리는 것은 옥에티로 남았다. 하지만 이 경험은 20대에 들어서 나의 길에 대해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한 거의 첫 경험이었던 것 같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스스로 사회에서 좋다고 규정되는 틀에 나를 자꾸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변을 살피느라 내가 원하는 대로 결정을 내려본 적이 없으니 스스로 그걸 자꾸 ‘틀리다’고 규정지었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을 SNS에 정말 친밀한 친구들만 있었던 시절에는 모두 글로 적었다. 내가 힘든 모습을 보여도 응원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보는 사람은 많이 없었지만 그 곳에는 온전한 내가 있었다는 점이 마음을 안정되게 했다. 언제든 현실이 힘들면 SNS로 도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자꾸 도망친다


 

하지만 SNS가 훨씬 활성화된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내 생각을 적는 것이 무서워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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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이 시작된 이유는 SNS를 통해 내 모습을 본 지인들이 보내오는 말에서 기인했던 것 같다. 현재 내가 공개하고 있는 SNS에는 좋아하는 것들이나 에디터가 되고 쓴 글, 그 외 소소하게 성취한 것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이렇다 보니 주변인들은 나를 뭐든 잘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왕왕 생겼다. SNS에서 평소의 사고과정이나 고민 등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잘 올리던 것을 다 숨긴 이유라 한다면 누군가에게 이해를 받을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크기도 하고, 행복한 모습들이 가득한 SNS에서 우울함을 전시하고 싶지 않았던 탓이다. 다들 각자의 힘듦이 있을 텐데, 굳이 내 힘든 모습까지 올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다.

 

타인이 나를 대단하게 생각하고 멋지다고 응원을 해주는 일은 분명 감사하고 좋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여기서 괴리감을 심하게 느꼈다. 그 결과물을 내기까지 숱한 고민을 하고, 자신감이 추락하는 과정도 거치고, 그러한 감정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기도 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과연 이런 순간을 다 보고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괴로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SNS를 하는 빈도가 늘어난 후로 나는 계속 다른 곳으로 숨는 중이다. 처음엔 비교적 친한 사람들만 볼 수 있게 일부 공개로 글을 올리다, 현재는 나만 볼 수 있는 비공개 공간을 아예 따로 만들어 버렸다. 내 평범한 일상과 그 속에서 느낀 생각들은 이제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나만의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웃긴 점은 스스로 숨었음에도 누군가는 이러한 고민을 알아주고 응원을 보내주거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점이다. 내 선택에 의해 숨어버린 것인 데 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모순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적당히 숨길 줄도 알아야겠지만


 

굉장히 최근에 겪고 있는 괴리감과 모순적인 감정이기에 어떻게 적당히 선을 만들어야 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아직은 이러한 감정에 푹 잠겨 있는 상태인 듯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회에 조금은 공적인 공간에 내가 가진 생각을 여과없이 적어보았다. 딱히 누군가의 공감을 바라고 쓰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고, 또한 어떻게 하면 자꾸 숨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내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적어본다.

 

혹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기꺼이 방법을 나눠주면 감사할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 SNS를 하며 좀 더 편안해진 나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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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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