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을 되돌아보는 마지막 디저트 [문학]

라이온의 간식을 읽고
글 입력 2022.05.0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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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먹고 싶은 것이 있나요?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하는 소리다. 죽기 전에 마지막이라면 어떤 식사를 하고 싶은가.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질문이다. 어떨 때는 아직 먹어보지 못한 진귀한 음식을 먹고 싶다가도 인생 마지막인데 살면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꼽으며 고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선택지를 더 줄여서 인생 마지막에 먹을 수 있는 간식이라면? 글쎄, 아직 나에게는 머나먼 이야기이기에 확정적으로 생각해둔 메뉴는 없다. 먹는 걸 좋아해 이것저것 먹어보고 정말 맛있었다고 생각하는 메뉴도 여럿이지만 아직 못 먹어본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아직 정하지 못한 마지막 날이 성큼 다가온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또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번 이야기는 삶의 마지막을 앞에 둔 사람들의 이야기다.

 

 

 

레몬 섬에 어서 오세요


  

미즈노 시즈쿠는 아직 젊은 나이이다. 결혼도 하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혼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던 터였다. 그런 이에게 의사는 시한부 판정을 내렸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은 단계였기에 시즈쿠는 주변 지인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하나뿐인 가족 아버지에게는 비밀로 한 체 호스피스 병동인 '라이온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라이온의 집은 이 전에 시즈쿠가 알고 있던 호스피스 병동과는 아주 달랐다. 레몬 섬이라고도 불리는 섬에 있는 라이온의 집은 주변으로 레몬 나무가 즐비해 있고 잔잔한 바다가 보이는 경치가 인상적인 섬이었다. 메이드 복을 입은 '마돈나'의 마중받으며 들어간 라이온의 집은 마치 병원 같은 분위기라기보다는 호텔과 같은 내양을 하고 있었다. 다른 호스피스 병동과는 다르게 '규칙'이라는 게 따로 없었다. 언제까지 일어나야 하는지, 몇 시에 소등되는지, 면회 일정이라 같은 것을 물었지만, 마돈나는 식사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식당에서 먹던 개인실에서 먹든 자유라고 했으며 편하게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규칙이라고 했다. 그리고 함께하는 활동은 일요일마다 진행되는 간식 시간이라고 했다. 라이온의 집에 있는 게스트들의 사연을 모아 뽑기로 그 주의 간식을 제공한다. 각자가 가장 좋아했든 아니면 인상 깊었던 간식을 마돈나의 공정한 뽑기를 통해 선정된다. 그 시간은 모든 게스트가 간식 실에 모여 선정된 게스트의 소중한 사연이 담긴 간식을 먹는 시간을 가진다.

 

시즈쿠는 라이온의 집에서 만난 강아지 '롯카'외에는 다른 사람들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던 시즈쿠는 얼마 남지 않은 삶에 더 이상에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히치'씨 그리고 다양한 게스트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볍지만 끈끈한 인연을 이어 나가며 서서히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아침마다 나오는 매번 다른 맛있는 죽을 기대하며 롯카와 섬을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에는 간식 시간을 가지는 일상이 처음에는 즐거웠지만, 뒤로 갈 수록 힘들어하는 시즈쿠의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간식 시간에 참여했을 때만 해도 시즈쿠는 모르는 게스트였기에 사연만을 듣고 간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생활이 이어질수록 알던 사람의 사연과 죽음이 이어지자 시즈쿠의 상태도 나빠졌다. 약물치료 대신 마돈나의 추천으로 다양한 테라피를 하며 기분 전환을 하기도 하고 다히치씨의 포도밭으로 롯카와 산책하러 가기도 했지만, 점점 힘들어졌다.

 

책은 시즈쿠의 시점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견딜 수 없다.' '힘들다.'라는 직접적인 단어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략 지금 시즈쿠의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한 표현이 없다는 것에서 시즈쿠는 정말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몸이 아프고 죽을 날을 받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시즈쿠는 너무나 담담했다. 과거에는 아프고 슬퍼서 인형을 찢고 먹던 빵을 던졌다고 회상하고는 하지만 몇 번 되지 않는다. 스스로 모든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비관적인 생각 없이 나날을 열심히 살고 내일을 기대하는 시즈쿠를 보며 죽음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무서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힘든 상황에서도 다른 이의 슬픔을 들어주고 죽음을 애도해 주는 등 내부가 단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간식 시간, 시즈쿠의 사연이 뽑혔지만 시즈쿠는 갈 수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시즈쿠의 간식을 먹어준 것은 시즈쿠의 아버지였다. 아버지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던 시즈쿠는 아버지에게 비밀로 하고 라이온의 집으로 왔지만, 아버지는 시즈쿠의 새로운 동생과 함께 시즈쿠를 보러 와주었다. 아버지와의 만남 덕분일까, 시즈쿠는 아버지와의 만남 이후로도 다음 간식 시간까지도 버티다 떠났다. 시즈쿠는 꿈속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먼저 떠나간 옆방의 아와토리스, 엄마, 롯카의 주인까지 만나며 버티던 시즈쿠는 롯카와 마돈나, 그리고 다히치씨의 배웅을 받으며 떠난다.


 
나는 빛이 된다.
빛이 돼 세상을 비춘다.
그렇게 생각하니
눈부신 기분이 무럭무럭 팽창한다.

 

- 라이온의 간식 中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아직 나에게 막연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아직 내 주변에는 죽음으로 나를 떠나간 사람이 거의 없다. 외조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어리기도 했지만 시즈쿠처럼 크게 아파서 돌아가시지 않으셨기에 시 지퍼의 죽음이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혼자서 주변을 정리하고 죽음으로 향하는 시즈쿠는 인상 깊었다. 갑작스럽게 시한부가 된다면 나는 이렇게 담담하게 정리할 수 있을까. 병원에서 비염을 진단받았을 때도 억울해 집에서 굴러다녔던 나는 갑작스러운 큰 병 진단을 받으면 시즈쿠처럼 담담하지 못할 것이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니라도 천천히 자연사하게 된다고 해도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은 자신이 있을까. 죽음을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세세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가 어떤 끝을 언제 어떻게 맞이할지 모르고 그때 어떤 사람들이 내 옆에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나보다 세상을 일찍 떠난다면 어떻게든 버텨내는 모습을 그릴 수 있지만 만약 내가 내 사람들을 두고 먼저 떠나가 버린다면 그들은 어떻게 나의 죽음을 이겨낼까.

 

 

밤바다.jpg

 

 

나는 그들이 아니기에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나잇값 못하던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두에게 애도만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것은 나의 이기심이겠지.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남은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행복한 사람이란 주위의 사람을 웃는 얼굴로 만들었는가로 알 수 있다고.


- 라이온의 간식 中
 


오가와 이토 작가는 반짝반짝 공화국 이후로 오랜만의 만난 작가이다. 우연히 서점에 들어갔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사버렸다. 특유의 포근한 문체와 이야기 전개 방식에 나는 다시 한번 책에 푹 빠지게 되었다. 짧게 나오는 등장인물들에도 이야기가 가득한 입체적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책에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도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사 왔는데 생각보다 깊이 있고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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